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지속되면서 의대생들이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어른스러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4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김창민 학생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향해 폭압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의학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좌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계기로 지난 6일 있었단 교육부 장관 브리핑을 지목했다. 이때 교육부는 내년 복귀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하면서도, 미복귀 의대생은 제적·유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의대 증원을 졸속으로 일방 추진한 정부를 보며 많이 화가 났다. 이에 학생이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수단인 휴학계 제출까지 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며 "하지만 지난 6일 교육부 장관 브리핑을 듣고 더 이상 함구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 표면으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6개월 버티면 이긴다"는 교육부 이주호 장관의 발언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국민 생명을 경시할 뿐만 아니라, 의대생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항 세력으로만 치부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파기, 의학교육평가원 미인증 의대 처분 유예, 의학 교육 단축 등 법치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의대생 휴학에 소위 '밥그릇 지키기'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긴 것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의대생들은 밥그릇이 뭔지도 모르고 매일 잠을 줄여가며 매주 시험을 치던 순수한 의학도일 뿐이라는 호소다.
의대생들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학교를 떠난 게 아니라, 의학 교육 질 저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배울 동기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반박이다.
특히 그는 의학에선 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 지를 연구하는 '의학교육학'이 따로 있을 정도로 질 관리에 자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대생들이 공부를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정부라는 것.
실제 그는 지난 1월 KTX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조치하고, 2017년 지하철 역사에 의식을 잃은 한 군 장병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미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당시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 덕분에 행동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런 것들이 무너지면서 학교를 떠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이제 의대생들이 공부할 동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의대생 휴학을 이기주의나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일부 언론이나 여론이 있는데, 의대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며 "이렇게 힘든데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의학을 배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감과 보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의학 교육이 질이 분명히 저하될 것이고 우리 입장에선 이를 환자들에게 떳떳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의대 교육에 대한 회의감으로 배울 동기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에 과연 어른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대생들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지만 이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학생이 공부라는 본분을 하지 못하게 됐고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 고립된 느낌이 많이 들었고 너무 답답했다"며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하는 동안 해결하거나 책임질 사람, 미안해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힘없는 학생들은 과연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과연 어른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의대 교육을 정상화할 방법을 마련해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며 "의대 현장에 와서 학생과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보고, 더 늦지 않게 상황에 맞는 대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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