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임상현장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치료제 개발.
하지만 최근 들어 엔허투의 성공아래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집합체)와 이중특이항체로 신약개발 트렌드 중심이 옮겨지면서 항암제 시장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존재감은 작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임상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실질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다보니 의료진들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의 기대감도 이전과 비교해 식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신약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임상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뛰어든 제약‧바이오, 현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서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의미한다. 면역 기능을 조절하고 각종 대사물질을 생성하는데 암, 자가 면역질환,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기반삼아 적지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 신약개발을 위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내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조절과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장질환 대상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만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스위스 제약회사 페링제약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장질환 치료제 ‘레비요타’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획득하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2023년 미국 세렉스 테라퓨틱스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염증성장질환 신약 '보우스트'도 FDA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아직까지 상용화 된 전례가 없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쎌바이오텍은 올해 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대장암 신약후보물질 'PP-P8'의 임상1상 연구를 시작했다. CBT유산균 듀오락을 개발한 쎌바이오택은 유산균을 활용한 대장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서울대병원에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PP-P8'의 내약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 1월과 6월,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후보물질 'CJRB-101'의 임상1/2상을 승인받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CJRB-101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발효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산균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를 활용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이 신약후보물질은 암 조직 성장을 억제하는 'M1 대식세포'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암 조직 성장을 촉진하는 'M2 대식세포'는 M1이 되도록 유도해 면역활성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반면, 쎌바이오텍과 CJ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업으로 꼽히던 지놈앤컴퍼니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GEN-001'의 국내 임상 2상을 최근 조기 종료했다.
이를 두고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화학항암제의 병용요법이 담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치료제 시장이 변화해 연구개발 타당성과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아져 내린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서 신규 항체 발굴 및 ADC 개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텍 대표는 "ADC와 이중특이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이 글로벌 신약개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 거래가 과거 신약 '후보물질' 중심에서 여러 물질에 적용해 신약을 만드는 '플랫폼 기술'로 변화됐다. 최근 국내에서 기술수출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플랫폼 기술을 위부로 한 곳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이 2~3년 전까지만 해도 신약개발 트렌드를 주도하던 때도 존재했지만 빠른 시장의 변화 속에서 기대감이 식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성과 창출 여부가 이 같은 평가를 뒤 바꿔놓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전보다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주목할 만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국내 임상현장 기대감도 시들
그래서일까. 임상현장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대감은 2020년대 초반과 비교해 시들해진 모습이다.
2020년대 초반 주요 대학병원들이 제약사와의 협업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신설하거나 정부 주도 연구용역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실제로 2022년 종근당바이오가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공동으로 세브란스병원 광혜관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센터를 개소했으며, 인하대병원도 대변이식과 연구를 전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개년 동안 마이크롬바이옴 R&D로 총 3198개 과제가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시기인 2016년 약 238억원이던 마이크롬바이옴 총 연구비는 2020년 기준 840억원을 돌파하면서 2016년 대비 3.55배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실제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없는 동시에 빠르게 항암신약 위주 트렌드가 변화되면서 임상현장에서의 관심과 기대감도 이전만 못한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임상현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의 기대감이 점차 식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에 성공한 만큼 소화기내과 위주의 신약개발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특히 소화기내과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대변이식술(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이하 FMT)'과 치료와 접목한 약물 개발 연구 등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에이아이바이오틱스(AiBiotics) 마상혁 대표(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과기부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과제 심사자들도 임상의사들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그동안은 정부의 과제에 임상의사들의 참여가 부족했다. 비임상 전문가들이 과제 심의를 하다 보니 병원기반, 환자기반 연구가 부족해 결과물이 아직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 대표는 "현재 국내 대형병원에서 FMT 치료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치료를 개발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약물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가 지원을 해야 한다"며 "검사의 표준화, 자료의 보관, 자료의 공유가 될 수 있도록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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