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곧 가동하면서 의대 증원 찬성 측과 반대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이에 의료계서 논의를 앞두고 의대 정원에 대한 의료계 내부 목소리 통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이달 초 첫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 15명을 공식 위촉했다고 밝혔다. 위원 구성은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 8명, 수요자 단체 추천 위원 4명, 학회 및 연구기관 추천 위원 3명이다.
■ 의대 증원 논의 본격화…찬·반 의견 어떨까
이에 의대 정원을 두고 어떤 주장이 오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대 증원 찬성 측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OECD 평균 대비 낮은 의사 수치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오는 2035년까지 의료 수요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 의사 수로는 충분치 않다는 주장이다. 찬성 측의 전통적인 주장인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평균 3.7명 대비 낮다"는 지적이 대두할 전망이다.
지역·핵심의료 붕괴도 의대 증원의 근거다.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은 단순히 과 기피 문제를 넘어 의사 공급이 부족한 것이 구조적인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현 상태는 의료 인력 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과잉 회피' 현상으로, 의사가 충분하다면 적정 수준에서 인력이 분산된다는 것.
국민 여론도 의대 증원 찬성 측 논리를 강하게 뒷받침한다. 그동안 응답자 다수가 의대 증원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특히 지난 3월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실이 발표한 '2025 의료정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500명 이상'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1.8%에 달했다. '1,500명 미만'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6%, '500명 미만'은 20.5%였으며 '동결'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반면 의대 증원 반대 측은 지역·필수의료 붕괴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전달체계와 근무 환경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기피과로 거론되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실제론 의사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열악한 업무 환경과 낮은 보상, 법적 리스크 등으로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사 수를 늘려도 기피과로 인력이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의대 증원이 없어도 오히려 의사 수가 과잉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정원이 유지돼도 2025년부터 의사 인력은 과잉 상태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 계획대로 의대를 증원할 경우 2035년에는 최대 1만 1,481명이 초과 공급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정부는 의사 근무 일수를 265일로 설정하며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실제 의사 근무 일수인 289.5일을 반영하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
■ 입장 차 첨예…의료계 내부 목소리 통일 요구 나와
더욱이 AI 등 기술 발전으로 업무 효율이 늘어나면서 의사 과잉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지역·핵심의료가 붕괴하는 것은 사태의 원인이 숫자에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공연히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진료량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행위별 수가 체계 하에서 불필요한 진료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2040년 국민건강보험 지출이 17조 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지역·핵심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의료계에선 수급추계위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내부 의견부터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원회는 8월 초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중장기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모형·방식·가정·변수 설정 논의에 착수한다. 이후 회의 일정은 위원 내부 협의로 정해진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수급 추계 모형에서 어떤 변수와 시나리오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 의료 수요 변화, 기술 발전, 지역 격차 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변수가 설정되기 전에 의사 직역 등 의료계 내부 의견을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은 수급추계위 구성에서 공급자단체가 수적 우위긴 하지만, 내부에서 이견이 생기면 의미가 없다"며 "그동안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대 정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었는데, 일관된 주장을 제시해야 향후 논의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료계 내부 소통 나선 의협…위원 구성도 긍정 평가
대한의사협회 역시 여러 의사 직역 단체와의 논의를 본격화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수련 재개 해법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전날엔 대한병원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소통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수급추계위 설치 법안 논의 당시 공급자단체 위원에 병협이 포함되는 것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병협은 전공의 사용자 단체인 만큼,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협이 병협과의 소통을 정례화하면서, 내부 입장 차를 사전에 조율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편, 수급추계위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의료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위원 명단이 의료계가 비교적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의협 외에도 여러 단체가 위원 명단에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위촉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은 공급자단체 추천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선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 ▲이상규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장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 ▲정재훈 고려대 의대 조교수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 ▲김태현 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 등 8명이다.
수요자 단체 추천 위원은 ▲강희정 보건사회연구원 실장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대 조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등 4명이다. 학회·연구기관 추천 위원은 ▲계봉오 국민대 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신현웅 보건사회연구원 실장 등 3명이다.
이와 관련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정부가 발표한 수급추계위원 명단은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가 비교적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의협이 추천한 위원도 다수 포함됐다. 타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계위가 발족되면서 앞으로 의사 수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논의로 발전되길 기대한다"며 "근거가 구축돼 의사 수가 결정된다면 작년과 올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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