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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이 의료를 삼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손문호 KMA폴리시 특별위원 ]실손의료보험은 본래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예기치 못한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손보험이 과도하게 확대된 현재, 그 취지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진료 행위를 통해 이차적인 경제적 이익을 사실상 세금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의료현장은 점차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보험 청구의 무대’로 변해가고 있다.특히 문제의 핵심은 보험사기의 일상화다. 보험사기는 더 이상 일부 일탈의 문제가 아니다.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액·반복 청구는 ‘연성 보험사기’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조직화된 의료기관과 다수의 보험설계사가 결합한 구조에서는 경성 보험사기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진료기록, 과잉 비급여, 진단의 확대 해석이 관행처럼 작동한다. 이와 동시에, 실손보험사의 과당 경쟁과 과장된 광고는 환자의 인식 구조를 변화시켰다. “보험이 되니 받아도 된다”는 학습된 인식은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다빈도의 보험금 수령이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환자는 점점 ‘치료 대상’이 아니라 ‘보험 수익의 매개’로 전락하고 있다.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진료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최선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가 아니라, 보험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손보험 맞춤형 진료’가 의료현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는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성실하게 원칙 진료를 지켜온 대다수 의사들을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이 왜곡된 구조는 이미 자동차보험 진료 영역, 특히 한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보험 보장 구조에 최적화된 진료 모델이 선택받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분담하게 된다.이러한 현실을 방치할 경우, 결과는 명확하다. 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실손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지며, 결국 그 부담은 성실하게 보험을 유지해온 선량한 국민에게 전가된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실패가 만들어낸 구조적 재난이다.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실손보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환자의 건강을 위한 제도인가, 아니면 의료와 보험이 결합한 또 하나의 수익 산업인가. 의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 문제를 ‘개별 사건’이 아닌 시스템 붕괴의 신호로 인식하고,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의료는 보험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은 의료를 보조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 단순한 원칙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피해자는 결국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사회 전체가 될 것이다.
2025-12-22 05:00:00이슈칼럼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는 언제까지?

[메디칼타임즈=서울특별시의사회 송정수 부회장 ]대한민국의 의료는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오랜 시간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 역량과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바탕으로 '의료 접근성 세계 1위'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균열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 지방의료 공백, 저수가 구조, 필수 의료인력의 부족, 그리고 정부와 의료계의 불신과 불통이 복합적으로 얽혀 우리 사회의 근본적 의료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필수의료 인력의 붕괴다. 산부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을 다루는 분야는 업무 강도와 위험도는 높지만 보상은 턱없이 낮고, 법적·사회적 책임은 가혹하도록 과중하다.젊은 의사들이 이러한 분야를 외면하면서 필수 진료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인력 확보에 실패해 분만실, 응급실,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료계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회적 위기다.최근 쟁점이 되는 ▲한의사 X-ray 사용 허용 ▲성분명 처방 의무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고시 ▲의료기사 단독개원 허용법안 추진 등의 문제는 의사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와 아무런 합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실정이다.역사적으로 볼 때 의약분업, 의학전문대학원제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계와 합의 없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대부분의 의료정책은 원래 목적했던 그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또한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저수가 구조와 과도한 규제는 병의원의 경영난을 심각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건강보험 중심의 의료체계는 국민에게 우수한 진료에 저렴한 진료비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의료기관에는 치솟는 인건비와 시설투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남긴다.특히 중소병원과 개원가는 인력비 상승과 물가 부담 속에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의료가 공공재라고 부르는 정부는 그 명분 아래 지속 가능한 보상 구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의료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정치권과 의료계의 불신과 대립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 강화, 지역의료 강화, 의료비 절감 등을 명분으로 여러 정책을 추진하지만, 의료계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을 고려하고,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접근이라고 반발한다.또한 정부와 정치권과 일부 이익단체는 의사들의 반발을 밥그릇 싸움이나 집단이기주의로 내몰며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으며 의사집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의료정책은 대립과 감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상호 신뢰 위에 세워져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정치적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다루어져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의료에는 여전히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의료기술과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여준 의료진의 헌신과 대응력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진단, 정밀의학 등 새로운 기술혁신이 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특히 AI 기반 영상진단, 맞춤형 유전자 치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 등은 의료현장의 부담을 덜고, 환자 중심의 치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험수당, 전담 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등 현실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둘째, 의료수가의 합리적 조정과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셋째, 의료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소통 강화가 절실하다. 정부는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의료의 본질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 '환자와 의료인'이 있다. 정부의 정책도, 의료계의 노력도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한 목표 아래 만날 때 의미가 있다. 대립과 불신을 넘어 협력과 신뢰로 나아간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때로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되는 기회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위한 시간이다.
2025-12-15 05:00:00이슈칼럼

내시경 질평가 불균형 다학회 참여가 해법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강준호 부회장 ]국가 암검진기관 평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검진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장치이자, 공공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검진 분야는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각 전문과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예컨대 진단검사의학 검사나 폐암 검진에서는 해당 전문의가 전담하며, 타 전문과가 개입하지 않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임상 현장에서도 다른 과의 전문의가 해당 영역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내시경 검사와 간암 초음파 검사는 상황이 다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가정의학과, 외과, 내과 등 다양한 전문과 의사들이 두 검사를 활발히 시행하고 있으며, 여러 학회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력을 양성해 왔다. 특히 간암 초음파 검진은 특정 학회가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다양한 전문과의 교육 프로그램이 폭넓게 인정되는 개방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반면 내시경 질평가는 이와 대조적으로 특정 학회 중심의 폐쇄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위·대장암 검진에 여러 전문과 의사들이 참여함에도, 평가 체계는 한 학회에 집중되어 있어 제도 운영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그 핵심에는 평가 구조 자체의 문제가 자리한다. 현재 내시경 질평가에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 집단과 실제 기관을 평가하는 집단은 사실상 동일한 조직이다. 즉, 기준 설정과 평가 시행이라는 두 축이 분리되지 않은 채 동일한 이해관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구조에서는 해당 학회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만 제도적으로 우선하고, 타 학회의 교육 평점은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결국 다양한 전문과가 현실에서 내시경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제도는 특정 학회의 교육만을 기준으로 삼는 불균형한 체계가 되었고, 평가에서도 해당 학회 회원들에게 독과점적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됐다.이는 실제 의료 현장과도 괴리된 평가 방식이다. 지금까지 1·2·3차 의료기관에서 가정의학과·외과·일반내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과 의사들이 내시경 검사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위·대장암 검진 체계의 높은 성과를 이끌어 왔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부분적 진전도 있었다. 가정의학회와 외과학회의 내시경 인증 자격이 국가 암검진 평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학회들이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평점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의결 과정에서 특정 학회의 반대가 작용해 '자격은 인정하되 교육은 배제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유지됐다고 한다. 이는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절반의 개방'에 그친 것이다.이 문제는 단순한 학회 간 이견 조정의 차원을 넘어선다. 공공제도의 공정성, 더 나아가 국민이 제도를 신뢰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공공건설 입찰의 평가위원 전원이 특정 건설사 출신이라면 그 평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 평가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평가는 '누가 만들고 누가 평가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에서 출발한다.국가 암검진기관 평가는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진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그렇기에 그 기준과 과정은 개방적이고 다학제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학회가 참여하는 평가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검증하며, 학회 간 교육 프로그램을 상호 인정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특정 학회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의료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여러 전문과의 경험과 역량이 함께 반영될 때 검진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국가암검진 내시경 분야의 평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폐쇄적 구조를 넘어 공정하고 열린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정한 평가에서 신뢰가 시작되고, 신뢰 없는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
2025-12-10 05:30:00이슈칼럼

페이크닥터의 위험성

[메디칼타임즈=손문호 특별위원 ]손문호 특별위원대한의사협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과거 TV 의료상담 이후 홈쇼핑·예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일부 의사를 닥터+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대신 쇼닥터라 명명했다. 의학적 검증보다 흥행을 우선할 때 환자에게 미치는 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이제 판이 더 복잡해졌다. 사람이 아닌, AI가 만든 가짜 의사가 온라인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현상을 페이크 닥터라 부르려 한다.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문제를 정확히 지칭해야 치료, 즉 규제와 자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왜 페이크 닥터인가쇼닥터의 출발점엔 실존 인물이 있다. 과장·선정성이 문제일 뿐 최소한의 책임 주체가 존재했다. 반면 페이크 닥터는 실체 없는 권위 탈취가 핵심이다. 합성 얼굴과 음성, 의사 가운과 병원 배경, ‘OO의대·전문의’ 같은 레이블을 덧씌워 신뢰를 흡수하고, 초저가 미끼와 쿠폰으로 개인정보를 빨아들인 뒤 텔레마케팅·유사의료로 전환한다. 책임을 추적하기 어렵고,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빠르게 복제된다. 피해는 지연치료·오진 위험, 과잉지출, 개인정보 유출로 직행한다.분류가 필요하다: 세 가지 유형1. 쇼닥터: 실존 의사가 방송·판매 현장에서 과장과 과도한 확신을 남용.2. 페이크 닥터: AI·배우·아바타가 의사로 인식되게 연출된 콘텐츠. 실체·책임 회피가 구조적 특징.3. 리얼 닥터: 실명·면허·소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근거에 기반해 설명하는 전문가.이 분류는 처방을 가른다. 쇼닥터는 자율규범+사전심의 강화로, 페이크 닥터는 표시·검증·책임의 시스템으로 다뤄야 한다.시민과 현장을 위한 간명한 식별법• 5초 체크: ①실명·면허·소속 부재 ②“기적·부작용 0·100%” 절대표현 ③근거 링크 없음 ④초저가+마감 재촉 ⑤“혜택 예약”으로 개인정보 요구—두 가지 이상이면 시청을 멈추고 신고하라.• 30초 점검(전문가·기관): 면허 진위(번호·전문의과·소속), 가이드라인·논문·임상등록 유무, 영상의 합성 신호(입모양·음성 싱크 불일치, 광택 패턴 반복), 신생 채널의 비정상 노출·댓글 폭증.규범을 새로 깔자: 표시–검증–책임4. 표시(Feat_AI 라벨 의무화)모든 의료·건기식 관련 영상에 Feat_AI(생성/편집 포함) 배지를 좌상단 전 구간 노출. 배지를 누르면 '어떤 구간이 AI인지, 의사 실명·면허 검증 링크, 광고주·제작사' 팝업이 떠야 한다.5. 검증(C2PA·워터마크·면허 QR)영상엔 C2PA 메타데이터와 비가시 워터마크를 심어 업로드 단계에서 자동 점검하고, 보건당국이 제공하는 면허 진위 QR/API를 프로필·랜딩에 부착한다.6. 책임(성과형 집행·플랫폼 연대책임)단속의 성과지표를 ‘삭제 건수’가 아니라 라벨 누락 차단율, 재노출율, 면허검증 클릭률, DB 브로커 차단 건수로 전환해 분기별 공개. 반복 위반 채널은 수익배제→추천제외→계정말소로 단계 제재한다. 또한 “비의료인이 의료인으로 인식되게 하는 AI/배우/아바타 광고”를 명시 금지해야 한다.의료계의 역할의료계는 스스로의 언어로 신뢰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학회·의사회는 카테고리별 금지 문구(절대표현·초저가 미끼)와 근거 제시 템플릿(가이드라인·논문·임상등록)을 공개하고, 병·의원 홈페이지와 프로필에 면허 QR을 일괄 부착하자. 동시에 환자 교육용 한 장 체크리스트를 상시 배포해 ‘먼저 의심하고, 바로 확인하고, 함께 신고’하는 문화를 만들자.이름을 붙여야 보인다. 쇼닥터는 과장에 취한 허용된 위험이었다면, 페이크 닥터는 신뢰를 탈취하는 무허가 위험이다. ‘표시–검증–책임’의 새 규칙을 깔아, 가짜 권위의 경제학을 끝내자. 의사 가운은 흥행의 소품이 아니라, 과학과 윤리의 상징이어야 한다.
2025-12-08 05:00:00이슈칼럼

'최악의 독감'은 착시…방역당국 직무유기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최근 언론에서는 "최근 10년 새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가장 심각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지만,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상은 다르다. 올해 독감은 유난히 독하거나 환자가 폭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주까지 북새통을 이루던 소아청소년과 외래는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이는 매년 반복되는 전형적인 유행 패턴이다.문제는 지금부터다.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어들면 바이러스는 필연적으로 성인과 고령층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이미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고령층의 감염 폭증이 초래한 지난 2025년 1월의 '화장장 대란'을 기억하는가? 노인 인구의 독감 감염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폐렴 합병증과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곧 초과 사망(Excess Mortality)의 급증을 의미한다.그러나 우리 방역 당국의 시계는 멈춰 있다. 앞으로 B형 독감이 유행할지, 새로운 아형(Subtype)이 출현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정확도가 떨어질지언정 유행 예측 모델을 발표하며 대비하려 노력했으나, 매년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의 '해상도'다. 현재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 분율 조사는 고열과 기침 등 증상만으로 집계하는 표본 감시 체계다. 이는 실제 확진자 수와 큰 괴리가 있으며, 지역별 유행의 편차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부산에서 유행이 끝났는데 서울은 시작일 수 있고, 농촌과 도시의 양상이 다름에도 당국은 뭉뚱그려진 전국 평균치만 바라보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정교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이러한 '깜깜이 방역'은 거버넌스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실시간으로 환자 추이를 감지하지만, 이 정보가 정책 입안자에게 전달되는 통로는 막혀 있다. 방역 공무원들은 전문가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기보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 실시간으로 지역별 환자 발생을 파악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가들이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층의 감염 실태를 정밀 조사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강화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독감은 감기보다 조금 독한 병이 아니다. 매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감염병이다. 언제까지 "손 씻고 마스크 쓰라"는 원론적인 계몽에만 머물 것인가? 방역 당국은 이제라도 책상물림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제2의 화장장 대란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사회적 비용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5-11-24 05:00:00이슈칼럼

재택의료 의사가 없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재택의료학회 이상범 이사 ]초고령사회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재택의료'를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환자가 살던 집에서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비전은 가장 결정적인 한 지점에서 막혀 있다. 바로, 환자의 집으로 갈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전국의 재택의료센터들은 "방문진료 의사를 구하지 못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의사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가가 턱없이 낮고, 의사 1인당 월 100건까지만 진료할 수 있도록 묶어둔 상한선은 센터의 총매출 한계를 명확히 그어버린다. 병원 입장에서는 총매출이 낮으니 의사에게 높은 월급을 줄 수 없고, 의사 입장에서는 낮은 월급을 받으며 그 험난한 길을 나설 유인이 없다. 이 완벽한 악순환의 고리다.여기까지만 보면 문제는 간단해 보인다. 수가를 올리고 100건 상한을 풀면 의사들이 몰려들까? 안타깝게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돈'이 정말 문제의 전부일까?물론 현재의 수가는 의사의 이동 시간, 중증·복합 환자 관리의 난이도, 열악한 현장 환경에서 감수해야 하는 감염 등의 위험을 전혀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금의 수가로 주 3일 정도 파트타임 근무를 한다고 가정할 때의 월급이, 다른 일자리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재택의료를 외면하는 데는 돈보다 더 무거운 이유가 존재한다.첫째는 '높은 기회비용'이다. 의사는 같은 시간 동안 병원 내 외래 진료실에서 훨씬 더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다. 이동 시간이 없고,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위험 변수가 통제된다. 반면 재택의료는 진료 시간보다 이동과 행정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환자의 집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홀로 노출된다. 재택의료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 모든 효율성과 안정성을 포기한다는 뜻이다.둘째는 '업무의 강도와 본질'이다. 재택의료 대상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환자, 중증 장애인, 말기 암 환자다. 의사는 이들의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위태로운 가족 관계, 열악한 주거 환경, 복잡하게 얽힌 사회·복지 문제까지 마주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진료가 아닌 '총체적 돌봄'이며, 극도의 감정 노동을 수반한다.구조적 해결책: 팀 접근과 사업 모델 다각화물론 이러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일부 완화할 방법은 있다. 의사가 모든 짐을 지는 현재의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 의사가 진료라는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방문 간호사, 사회복지사, 행정 코디네이터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의사가 환자의 의학적 문제를 판단하고 계획을 세우면, 간호사는 처치와 모니터링을, 사회복지사는 장기요양보험 연계나 복지 자원 발굴을, 코디네이터는 방문 일정과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분업 모델이 정착되어야 한다.또한 재택의료센터 역시 '방문진료료'라는 단일 수익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정간호, 완화의료, 장애인 주치의 사업 등을 연계하여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고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의사에게 합당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된다.근본적인 질문: 의사는 왜 재택의료를 꿈꾸지 않는가하지만 이 모든 운영적, 재정적 해법을 뛰어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이다.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나는 커서 재택의료 의사가 될 거야"라는 희망을 가지고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병원'이라는 공간에 최적화된 교육을 받는다. 우리의 롤모델은 응급실에서 생사를 가르는 환자를 살려내고, 수술실에서 암 덩어리를 완벽하게 제거하며, 중환자실에서 최첨단 생명 유지 장치를 다루는 교수님들이다. 의학의 발전은 곧 CT, MRI, 로봇 수술과 같은 '첨단 기술(High-tech)'의 발전과 동일시된다. 우리의 정체성은 '급성기 병원의 해결사(Cure)'로 맞춰져 있다.이런 정체성을 가진 의사에게 '재택의료'는 어떻게 비칠까? 첨단 장비 대신 청진기 하나와 환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에 의존하는 '저기술, 고맥락(Low-tech, High-context)'의료. 극적인 '치료(Cure)'가 아닌, 환자의 남은 삶을 고통 없이 관리하는 '돌봄(Care)'. 모든 것이 통제된 병원이 아닌, 환자의 '집'이라는 사적 영역. 질병의 해결사가 아닌, 환자와 가족, 그리고 수많은 복지 자원을 연결하는 '조율자'.이 거대한 간극 앞에서 재택의료는 의사들에게 '매력적인 커리어 패스'가 아닌, 병원 중심의 주류 무대에서 밀려난 이들이 선택하는 '비주류' 혹은 '숭고한 봉사'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10년 넘게 그토록 어렵게 공부했나"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좋은 의사'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때초고령사회는 우리에게 '좋은 의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물론 첨단 의료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만성질환자와 노인 환자들이 자신의 삶터에서 마지막까지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다.재택의료 의사 채용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의사들의 사명감에만 기댈 수도 없다. 우리가 의대 교육 과정에서부터 '지역사회'와 '돌봄'의 가치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환자의 집을 방문하는 의사를 병원 교수만큼이나 훌륭한 '롤모델'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택의료의 미래는 없다.수가 인상과 제도 개선이라는 하드웨어의 변화도 시급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좋은 의사'에 대한 우리의 낡은 인식을 바꾸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이다. 병원의 높은 담장을 넘어 환자의 삶 속으로 들어갈 새로운 세대의 의사들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구호로만 남게 될 것이다.
2025-11-17 05:00:00이슈칼럼

성분명처방 의약분업 파기 선언인가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임현선 부회장 ]최근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및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2592, 2212591)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이 '동일한 약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제형, 첨가제의 종류와 성분, 체내 흡수 속도, 환자 개개인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다르며, 치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의사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고, 이를 처방에 참고하고 있다.대표적으로, 2014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제인 '글리벡정'이 복제약으로 변경 처방되며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 2018년 중국산 원료로 생산된 혈압약에서 발암물질 NMDA가 검출된 사례, 2023년 한국로슈의 파킨슨증후군 치료제'마도파정'이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복제약으로 변경된 환자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타당성을 제기한 사례 등이 있다.또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다. 시험 자료 조작이 내부고발로 알려져 문제가 되었던 '생동성시험 파동'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성분명 처방 강제는 동일 성분이지만 전혀 다른 약을 투여하게 하는 위험한 제도이다.이번 개정안에 명시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수준의 처벌은 과도하고 부당하다.성분명 처방을 지키지 않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징벌적이며 겁박에 가까운 내용은 우리 의료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문적 의료 행위를 무면허 운전, 명예훼손, 불법 무기 소지 등의 범죄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2000년 의약분업 제도가 도입될 당시 의·약·정의 제도적 합의는 ▲의사는 정확하고 책임 있는 처방 ▲약사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조제라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우리 의료계는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잘 지켜왔다.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처방의 실질적 권한을 약사에게 넘기는 것으로, 의약분업의 핵심적 합의를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만약 이 법안을 강행한다면 20여 년간 유지돼 온 의약분업 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게 되며, 의약분업 제도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선택분업'을 제안하는 바이다.  환자에게 병원 내 처방약 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약을 받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약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병원 내에서 의사의 정확한 설명을 듣고, 편리하고 신뢰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처방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조제료로 나가는 막대한 건보재정을 절감함으로써, 난치병과 중증질환, 필수의료에 꼭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는 행정 제도, 수가 등의 문제이지, 의사의 처방이 원인은 아니다.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먼저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필수 의약품의 수급 관리, 유통 경로의 투명화, 제약사의 생산 조정 기능 강화, 부족 의약품 생산 인센티브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바란다.서울시의사회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성분명처방 TF'를 신속히 구성하여 대응에 나서고 있다.여야 국회의원 대상 항의와 협조 방문 및 의견서 전달, 궐기대회 개최, 1인시위, SNS 챌린지, 대국민 공모전 등 여러 방안을 총동원해 국민에게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을 알리고,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25-11-10 05:00:00이슈칼럼

가정혈압 관리, 건강관리의 첫걸음

[메디칼타임즈=강남을지대병원 김정환 교수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 못지 않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가 화두인 시절이 되었다. 아무런 병 없이 오래 사는 '무병장수'가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각종 만성 질환은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생기지 않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그러다 보니 중년에서 장년,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면서 하나, 둘씩 병을 얻게 되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먹어야 하는 약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고 병원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는 것도 현실이다.치료해야 하는 병이 생기면 당연히 병원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도 받고 생활 습관 관리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병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라면 한 번의 진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 치료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여기까지는 조금이라도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의 역할이 병원과 의원에만 있었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서히 '자기 점검(self-monitoring)'과 '자기 관리(self-control)'이라 부르는 환자 본인에게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과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과거에는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의 정확도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혈압계와 혈당계는 병원과 의원에 납품하는 기계 정도가 소위 '정도 관리'를 제대로 받아 믿을 만했고,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간이형' 혈압계와 혈당계는 그 정확도를 확신할 수 없어, 실제 진료에서는 일종의 참고자료로만 쓰여왔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은, 이제 집에서 쓰는 작은 혈압계의 측정 오차를 눈에 띄게 감소시켰고 '가정혈압'이라 부르는 자가 측정 혈압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몫이 되었다.사실 어쩌다 한 번 병의원에 진료를 위해 방문해서 측정하는 혈압 보다는 일상에서 측정하는 혈압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의료진들의 동의가 있어왔다. 심증적 동의는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진료 현장에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왔으나 최근 얼마전부터는 국내외 모든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가정용 자동혈압계는 이미 식약처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제품들이다. 자동혈압계와 수은혈압계를 각각 3회, 2회 측정하여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평균 혈압 차이가 5mmHg 이하일 때 적합 판정을 받고 1년 마다 다시 재검사를 통해 합격 판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기준은 임상현장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이라 생각한다.문제는 제품의 신뢰성이 아니라 환자가 가정혈압을 잘 잴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보통 가정혈압은 하루 2회 오전과 오후에 측정하는 것을 권한다. 오전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배뇨 후, 혈압약 복용 전, 아침 식사 전에 맞춰서 측정하고 오후는 주로 저녁 시간에 측정하되 취침 전 배뇨 후에 측정하는 걸 권고한다.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환경에서 측정하고 혈압 측정 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측정하며 음주, 흡연, 커피나 기타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고 측정하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아직 충분히 정확도가 입증되지 않은 손목형 혈압계나 스마트워치 혈압계, 반지형 혈압계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은 가능하겠지만 고혈압의 진단이나 추적 관리하는 가정혈압 측정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권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자가혈압 측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해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에 못지 않은, 실제적이고도 중요한 혈압 진료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병을 관리하고 치료하겠다는 동반자적인 라포(rapport)가 필요하기도 하다. 건강 100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차의료 의사들은 그 누구보다 이런 역할들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일차의료 현장에서 가정혈압의 활용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는 어쩌면 일차의료 현장에서 고혈압 진료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숙제는, 일차의료의 모든 의료진들이 지금껏 그래왔듯이 잘 수행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5-11-03 05:30:00이슈칼럼

소아청소년 건강, 선언이 아닌 예산이 중요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이재명 정부가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실제 실행력은 찾아볼 수 없다.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어디에도 관련 사업은 반영되지 않았고, 청소년 건강검진 예산조차 빠졌다. 구호는 요란했지만, 정책은 비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향후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출발점이며,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이미 그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기의 건강문제는 곧 미래 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금의 무관심은 10년 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돌아올 것이다.그럼에도 정부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 체계는 사실상 기능하지 않는다. 청소년 건강검진은 형식적 절차로만 존재하고, 검진 이후의 관리 시스템은 부재하다. 검진을 통해 위험군이 확인되더라도 추적관리나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검진은 '결과 통보'로 끝나고, 데이터는 정책 설계에 활용되지 않는다.문제의 본질은 '데이터 부재'다. 국가 차원에서 소아청소년의 건강지표가 축적·분석되지 않으니, 정책은 감(感)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검진 체계는 단순히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체질량지수(BMI), 혈당, 지질검사 같은 기본 지표 외에도, 식습관·운동습관·정신건강 요소를 함께 평가하는 통합형 검진 체계가 필요하다.그 다음은 관리 시스템이다. 비만이나 대사질환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보건소, 학교, 1차 의료기관이 연계된 관리망 안에서 추적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현 구조에서는 이들 기관이 따로 움직이며, 책임의 경계만 존재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예방의학이 성립할 수 없다.정책은 결국 예산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계획을 발표해도, 예산이 없다면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 예산이 빠진 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나 노인 돌봄 정책은 논의되지만, 아이들의 건강 문제는 매번 뒤로 밀린다.윤석열 정부든 이재명 정부든, 아동·청소년 건강에 대한 근본적 관심은 부재하다. 정권은 바뀌어도 무관심은 그대로다. 의료 전문가 단체 또한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과 대사질환은 의료계가 나서야 할 공중보건의 핵심 과제임에도, 사회적 발언은 거의 없다. 전문가의 침묵은 결국 정책 공백을 정당화한다.소아청소년기의 건강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기초다. 건강한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그것이 사회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계획이 아니라 예산이다. 건강검진의 체계적 개편, 데이터 기반의 관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없다면, '비만 관리'라는 국정과제는 또 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국가의 무관심은 결국 국민의 질병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방관은 미래의 의료위기다. 소아청소년 건강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가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복지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
2025-10-27 05:00:00이슈칼럼

정치가 전문성을 삼키다:국정감사의 비극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국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국민을 위한 대의기관으로서의 국회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팠다. 현재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민주주의적 통제나 정책 심의가 아닌, 오직 다음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투쟁에 불과하다. 입법, 예산, 국정감사라는 헌법적 기능은 정적을 제거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삶은 철저히 소외된다.이러한 의회 기능의 마비를 가장 노골적으로 전시하는 장이 바로 국정감사다. 본질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가장 강력한 견제 장치여야 할 국감은, 이제 정책의 실종과 막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정치 쇼'가 되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복지 분야의 감사는 그 퇴행이 극에 달했다.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필수의료 붕괴,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같은 국가적 아젠다는 온데간데없다. 대신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거취를 문제 삼으며 정치적 공세를 퍼붓는 데 혈안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행정의 정치화를 통해 국가 시스템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다. 이 두 기관은 고도의 전문성과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수십만 의료기관과 5천만 국민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다. 수장의 전문성과 정책적 연속성은 조직의 명운을 좌우한다. 이러한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하며 정치적 잣대로 흔드는 행위는, 결국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그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반사회적 행태와 다름없다.이러한 행태가 위험한 이유는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선례를 남긴다. 이는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을 기피하게 만들고, 관료 사회 전체를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무기력한 집단으로 전락시킨다. 정책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들은 해결 불가능의 영역으로 밀려난다.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 정쟁으로 날을 새우고 민생을 파탄 내도 다음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오만과 무책임이 오늘날의 국회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주체들에게 그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고 시스템을 파괴하는 자들이 더 이상 국민의 대표 행세를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가 될 뿐이다. 부패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거두고, 주권자로서 국회에 대한 가장 엄중한 감사를 시작해야 할 때다.
2025-10-20 05:30:00이슈칼럼

전공의 복귀 잊지말아야 할 것

[메디칼타임즈=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전공의 복귀 후 한 달, 우리에게 남은 의지가 있나. 자조적인 제목이기도 하다.인간 삶의 직선상에 가까이 붙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람이기도 하지만 큰 부담이기도 하다. 원칙은 건재하고 관용은 희미해져 가는 시대에,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혹은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제도의 문제면서 동시에 마음의 문제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가 부담이고 책임이다.일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수련은 하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마치 중학교가 끝나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학생들처럼 의무나 마땅한 책임에 가깝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그 이유를 묻지 않듯, 해왔던 관성으로 전공의 과정에 들어왔던 것이다. 대단히 고된 수련과정과 부적절한 처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그래서 기존 수련제도에 대한 후향적인 평가는 더욱이 별 의미가 없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과거를 미화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고 (지나고 보면 뭐든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학적으로 보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원리에 따라 결국 살아남은, 즉 그러한 수련제도에서 기막히게 적응한 일부의 이야기가 주로 들려오기 때문이다.인간의 역사 속에서 변화와 개혁의 시작은 한 쪽 극단(Extreme)에서 시작되었다. 극단의 반작용으로써 기존 헤게모니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합리적인 제도가 태동한다. 때로는 그것이 과해져 또 다른 극단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현재 수련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는 그중 아주 작은 조류라고 할 수 있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기 보단, 어느 순간 극단에 가있던 관습과 제도를 가운데로 끌고 오는 과정에 가깝다.2015년 12월 전공의법의 제정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전공의 노조가 새로 만들어지고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전공의가 체감하는 수련환경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규칙,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배열의 부재, 수평위 등 소통 구조의 문제에 대해 개인, 단위별 병원, 그리고 중앙 단체 모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금번에도 별 성과가 없이 마무리된다면, 안타깝지만, 어쩌면 필자가 생각하는 것보단 우리의 수련제도가 그리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먼 길을 가야 할 테다.사실 우리에게 여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도 의지 하나로 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남은 의지를 쓰지 않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
2025-10-13 05:00:00이슈칼럼

백신은 과학이자 시스템이다

[메디칼타임즈=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 ]백신 접종은 단순한 주사 행위가 아니라, 면역학적 이해와 체계적인 관리가 결합된 복합적인 의료 행위다. 백신이 인체에 투여된 뒤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은 단순히 항체를 형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항체뿐만 아니라 기억세포를 포함한 면역계 전반이 반응하며, 이후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방어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백신의 작용 기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접종을 시행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의료 안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의과대학에서는 백신의 원리와 기전을 교육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발생한다. 이는 이론과 실무 간의 괴리에서 비롯된 문제로, 단순히 교육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접종 과정 전체에 대한 실질적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은 이론적으로 '면역 유도' 행위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상태 평가, 백신의 물리적 특성 관리, 이상 반응 대비 등 복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고도의 의료 행위다.백신의 보관 관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대부분의 백신은 온도, 습도, 빛, 진동에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이며, 일정한 온도 범위(보통 2~8℃)에서 보관되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온도 이탈로도 백신의 효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온도 감시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냉장 설비뿐 아니라 지속적인 온도 기록 장치, 경보 시스템, 전력 차단 대비 장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의 보관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백신 무효화로 이어질 수 있다.백신 관리에는 물리적 설비 외에도 인적 자원이 필수적이다. 백신의 입고, 보관, 폐기, 재고 관리 등 전 과정을 통제할 관리자가 있어야 하며, 각 백신의 특성에 따라 관리 기준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이런 관리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백신을 다루는 것은 의료행위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대응 체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접종 후 나타나는 발열, 국소 통증, 알레르기 반응 등은 대부분 경미하지만,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반응은 신속한 응급 처치가 요구된다. 따라서 접종이 이루어지는 공간에는 반드시 의료인이 상주해야 하며, 응급 장비와 약물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백신 접종은 단순히 '예방 행위'가 아니라 '위험 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최근 일부에서는 약국 내 백신 접종 허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 구조와 맞지 않는 접근이다. 외국의 경우 병원 접근성이 낮고 의료비용이 높아 약국 접종이 대안적 선택이 되었지만,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고 예방접종 시스템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근거로 동일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의 약국 환경은 백신의 보관 설비, 응급 대응 체계, 환자 문진 및 사후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이런 조건에서는 안전한 접종이 불가능하다.백신 접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전문 교육이 필수적이다. 백신의 종류별 특성, 보관 조건, 접종 기술, 이상 반응 대응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이는 단기 강의 수준이 아니라 실습과 모의훈련을 포함한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받은 인력만이 접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자격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백신 접종 공간 또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접종자는 사전 문진을 통해 접종 가능 여부를 평가받고, 접종 후 일정 시간 관찰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백신의 보관, 준비, 폐기를 위한 별도의 구역이 마련되어야 하며, 감염관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약국의 공간 구조와 인력 체계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백신 접종은 결코 단순한 주사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환자의 면역 반응을 예측하며, 이상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종합적인 의료 행위다. 이를 단순화하거나 비용 절감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백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따라서 백신 접종 제도의 확장은 비용 효율성이나 편의성보다 의료 안전성과 전문성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 관리 체계가 모두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접종 확대는 결국 백신에 대한 신뢰 저하와 의료 시스템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신은 예방의학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가장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분야다.결국, 백신 접종의 성공은 기술이나 제도 이전에 전문성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2025-10-10 09:33:30이슈칼럼

초고령사회 치매 돌봄 정책 이대로 좋은가?

[메디칼타임즈=손유범 요양보호사 ]치매는 창조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가혹한 질병으로 환자, 환자의 가족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지대함이 분명하다.특히 2025년 9월 5일(금) 치매 예방 캠페인으로 '기억을 부탁해 두뇌 톡톡 퀴즈 쇼 세미나'를 주관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물론, 강연해 주신 전문의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현대의학으로서는 의료진, 환자 또는 그들 가족의 힘으로만 치료하거나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질환이라고 한다.현대의학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질환은 확실하나, 해당 분야 일부 다른 전문의들께서 돌보미와의 긴밀한 협업, 요양보호사와 대상자 그리고 가족들의 협조를 통해 '치매로부터 건강 회복'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낸 사례를 통해 전문적인 돌봄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신 전문의와 주치의 선생님들, 부모님의 증상을 실제 실감한 의사 선생님의 권고와 배려 그리고 지면을 기꺼이 허락해 준 기자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유럽, 서구 사회나 이웃 나라 일본에 비교하여 복지에 대해 뒤늦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받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 복지의 방안으로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새 17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시행되기 전보다는 대상자들에 대해 하루에 3~4시간 정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상자를 돌보고 있으니 그 시간 동안에는 다소 마음의 안식을 가질 수 있는 대상자들의 가족들이 적지 않은 위안을 받아 정부 정책 중 문재인 정부 시절 대국민 여론조사에 상당히 잘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지금까지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과연 미래 세대의 세수 부담, 나랏빚에 복지가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 현 정부의 실용적이고 생산적이며 국익 차원에 부합되는 미래를 지향할 노인 복지의 돌봄 정책인가? 반문해 보면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노인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지속되고 있음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세가 점점 나빠지게 하는 자동화되는 시스템'을 보면 안타까움이 그지없다.특히 우리 국민의 약 90%는 노인이 되어 걸리면 절대로 안 되는 병이 치매이고 치매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받는 현실을 우리는 치매 가족을 모시고 있었거나 현재도 모시면서 겪는 어려움을 어렴풋이나마 방송인, 연예인 등의 경험을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접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 대책이 없어 진행성 질병으로 인식하여 결국에는 대부분 사랑하는 가족을 요양 시설로 보내거나 임종 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보는 등 사실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어느새 치매 노인이 100만에 육박하는 현실에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이며 80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47%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2024년도 치매 질환자의 관리 비용만 24.6조 원이나 투입되었으나 이를 통해 치매로부터 건강을 유지한 노인은 얼마며 건강을 회복한 노인은 얼마나 되는가 조사하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거의 0%대에 머물지 않을까 생각하면 매몰 비용이 어마어마한 수치로 나타난다.돌봄을 하는 대부분 요양보호사는 치매 대상자에 대해 돌봄을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필자는 사회 복지사이면서 요양보호사로서 여러 좋은 제안을 받았지만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대상자의 건강 회복에 남다른 사명감으로 오로지 치매 질환자만 돌봄 일을 해 오면서 대상자들의 전문의들과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중등도 대상자들의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 심지어 인지 기능을 정상으로 또는 중증 환자를 경도 인지 장애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이를 뒷받침하는 해외 유사 사례로는 세계적 신경 전문의 미국의 데일 브래드슨 박사도 제가 대상자들에게 적용한 방법들과 유사하게 적용하여 5년 동안에 질환자 10명을 돌보아 9명을 정상적으로 인지 기능을 회복하여 가정으로 또는 직장으로 돌려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그의 저서에 기술하고 있다.위의 회복 사례를 토대로 정부가 앞장서고 지자체가 힘을 보태어 일부분의 제도를 보완하며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업과 요양보호사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지지하며 협조해 준다면 불치병, 난치병이라고 하는 치매 질환자의 건강 회복도 지금보다는 좀 더 쉽게 이루어지고 치매 가족들의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 고통도 완화되어 갈 것으로 확신한다.치매 대상자를 돌보아 신체 및 정신 건강, 뇌 건강을 회복한다는 거는 일반적으로 치매 질환보다는 덜한 생활 습관성 질병이나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노인분들의 건강 회복의 도움은 더욱 쉬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것은 체험적 돌봄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따라서 이제는 돌봄도 일반적인 돌봄, 기능적인 돌봄, 치매 대상자에게 도움을 주는 통합 돌봄으로 큰 틀에서 구분해야 하고 이를 통해 대상자에게 맞는 맞춤형 돌봄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에 관련해서 제도적 보완과 필요하면 개선도 해야 할 것이다.노인 건강을 위한 복지의 큰 틀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제도 보완은 요양보호사의 등급화로 '일반 요양보호사 → 전문 요양보호사 → 인지 중재(치매 전문) 요양보호사'로 여기에는 많은 의미를 갖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오늘날 요양보호사의 수준이 나아졌다고 하나, 위 제도적 보완과 관련하여 코로나 전염이 심각했던 2022년 1월 전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이신 박건우 이사장께서 치매 질환자에 대한 돌봄에 있어 요양보호사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교육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진심 어린 고언이 있었음에도 그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간과하여 현 시점에서의 노인 건강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아쉬움이 크고 자성과 동시에 발전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낀다.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우선하여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다 심층 깊게 대상자들을 보살펴온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적용하면 서구 유럽, 일본과 비교하여 뒤늦게 복지에 관심을 가졌지만, 복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며 반드시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노인 복지, 국익 증대를 위한 복지를 실현할 수 있으며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K-노인 복지, K-돌봄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많은 치매 질환자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관계관들은 물론 단체, 전문가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체계화하고 구체화하여 계획하고 수립하여 시행할 사항들을 차근차근 이행해 간다면 타 분야의 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익 중심의 복지 선진국의 꿈'을 이루는 데 거대한 초석을 놓게 될 것이다.
2025-10-07 09:09:43이슈칼럼

선을 넘어서

[메디칼타임즈=가정의학과의사회 문정해 이사 ]저는 성선설(性線說)을 믿습니다. 이중나선형 구조의 DNA를 가진 인간은 본성에 따라 선(line)을 긋고 때로 그 선을 넘어섭니다. 선율을 즐기듯 선 위에서 묘한 긴장관계를 즐기기도 하고, 과감히 선을 지워 보는 일탈을 시도하였다가 대내외적인 압력에 직면하여 결국 지웠던 그 선 자국 그대로 복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영유아 시기에는 부모나 보호자가 그어 놓은 선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짜릿함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집과는 다른 선의 범위와 의미에 다소 놀라다가, 이번엔 친구들이 저마다 긋는 선의 다양성과 가변성에 더욱 놀라지만 곧 놀라운 창의성으로 융화를 배웁니다. 이러한 능력을 전문 용어로는 '눈치'라 합니다.인생의 축소판인 스포츠에서도 선(line)은 중요합니다.축구에서 수비 라인을 올리면 실점할 위험은 높아지지만, 그제야 비로소 좁은 공간에서 상대와 경합하며 오프사이드 없이 라인을 기가 막히게 타고 넘는 창의력이 발휘됩니다.농구에서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오는 팀은, 강력한 센터를 둔 팀에 고전할 수는 있어도, 빨라진 공격의 속도와 현란한 패스워크가 경기에 색다른 묘미를 제공해 줍니다.야구, 배구, 테니스, 양궁 등 눈에 보이는 선이 존재하는 스포츠에서는 물론이고, 골프처럼 눈에 보이는 선이 없는 경기에서도,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로 요청됩니다.부정적인 선(line) 또한 존재합니다. 우리 한국인은 분단된 조국의 휴전선 하나로도 가슴 아픈데, 각종 미묘한 선(line)이 지역과 계층을 나누고 이제는 소위 '인싸'(insider)와 '아싸'(outsider)를 구분하여 인간소외를 조장하기도 합니다.의학에서도 부정적인 선(line)이 난무합니다. 과학이 '비과학적'인 종교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였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종교를 맹신한 나머지 과학을 '형이하학'이라 평가절하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어떤 돌봄이나 치료는 환자의 장기 생존율(Survival Rate)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계량화되지 못하여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QOL)에 유익이 있다면 그 의미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인은 눈에 보이지 않아 계량화될 수 없는 것들에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만일 모두가 빠르고 강력한 치료만을 원하게 되면, 환자에 대한 돌봄이나 배려가 없는 채로,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남용이나 과잉 진료 등의 오프사이드만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예수회 사제로 평생을 발달 장애우와 함께하며 섬긴 헨리 나우웬도 '돌봄의 영성'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돌봄이 없고 치료만 있으면 신속한 변화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조급해져 서로의 짐을 나눌 수 없으며, 그럴 마음도 없어집니다"코로나 시대에도 대형병원 집중 현상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동네 병원 입장에서는 감소하는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빠른 치료에만 집중하게 될 유인이 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통합적인 전인 치료와 돌봄은 사라지고, 단기 치료에만 급급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 영역에서의 선이 잘 조정되기를 기대합니다.현명하신 환자들이 빠른 치료 결과보다 진정한 돌봄이 있는 병원을 긴 호흡으로 선택하고 계신 현상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제 각 지역의 주치의들이 비록 스몰 라인업일지라도, 라인을 올리고, 오프사이드 없이, 삶과 죽음의 묘한 긴장관계 속에서 환자와 가족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소명의식을 가지고 더욱 최선을 다하여 섬길 때, 모두가 함께 비로소 선(線)을 넘어서 선(善)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線)은 태생적으로 점과 점을 이어주는 데서 시작하여, 면과 입체를 넘어,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하여 주는 데 그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5-09-29 05:00:00이슈칼럼

주치의제, 해법인가 붕괴 촉매제인가

[메디칼타임즈=이비인후과의사회 김준희 부회장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국회 논의를 바탕으로 '전 국민 주치의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일단 제주도를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30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고려할 때 주치의제는 의료체계 회복의 해법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우리나라의 1차 의료는 서구의 일반의(GP) 제도와 달리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전문의 진료를 선호해온 문화적 요인과, 저수가 구조 속에서 개원의들이 생존을 위해 전문 진료를 유지해온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2025년 2분기 기준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5만 6236명이며, 그중 전문의가 4만 8293명으로 전문의 비율은 86%에 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주치의제도 도입 시 일차적으로 주치의를 담당하게 될 가정의학과(5111명)와 내과(8727명) 전문의 수는 1만 3838명으로 전체 의원급 전문의 수에 29%에 불과하다.실제로는 해당 전문과 진료 대신 피부 미용이나 성형 등 비급여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가 상당수 있어, 실질적으로 주치의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 수는 더욱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체 3만 6685개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가정의학과 의원 868개소, 내과 의원 5636개소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가정의학과 및 내과 의원은 18%에 불과하다.이런 상황에서 주치의제를 도입한다면 주치의를 담당하게 될 의원에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1차 의료는 더욱 혼란해질 것이 예상되며, 기존 1차 의료를 담당하던 나머지 70% 전문과 의원의 역할 혼선이 초래될 것이고 1차 의료기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약 5.2%에 불과하고, 공공병상 비율도 9.5%에 머물러 있다. OECD 주요국의 공공병상 비율이 대체로 60~8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이런 상태에서 내과·가정의학과 의원에게 주치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이들에게 추가적인 관리·행정 업무, 예방 관리, 만성질환 추적 등의 업무가 요구되나, 현재의 진료 수가와 인력, 진료 환경으로는 매우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주치의제라는 새로운 제도는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 개원의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필수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충돌한다.의사 수급과 진료 구조 역시 심각한 불균형을 보인다.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023년 기준 약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미치지 못하며, 서울은 인구 1000명당 4.7명인 반면 일부 농어촌 지역은 2명 남짓에 불과하다.내과 전문의 수만 비교해봐도 인구 10만 명당 평균 13.28명 수준이지만, 서울은 약 26명, 반면 경북·충남·충북·세종 등의 지역은 7~1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격차 속에서 주치의제를 시행하면 지역 간 의료 접근성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또한 외래 방문 횟수 및 환자 부담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인의 연간 외래 의사 방문 횟수는 OECD 평균(약 6~7회)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15~18회 수준이라는 보고가 있으며, 의료비 중 환자 직접 부담 비중은 약 29%로 OECD 평균의 약 18%보다 높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의료, 건강 검진, 추적 관리 등 주치의제의 핵심 과제가 많아지면 이러한 외래 진료량과 환자 부담 구조가 주체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주치의제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사례들은 공공의료의 강한 토대, 정부의 재정 지원, 1차 의료 수가의 충분한 보장 등이 전제였다. 영국 NHS나 독일의 사례처럼 정부가 환자당 관리료(capitation)를 지급하고, 의료 전달체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반면 우리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 공공 투자가 미비하고, 환자 직접 부담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제도만 도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할 것이다.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주치의제가 의료 전달체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진 이유는 주치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저 수가로 인한 왜곡된 진료 구조,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 필수 의료 기피와 인력 불균형, 수도권 집중과 지역 의료 공백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주치의제라는 제도적 틀만 도입한다면, 지금 간신히 유지되는 의료시스템은 더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주치의제가 국민을 위한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속도전이 아니라 현실적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충분한 재정 지원, 공공의료 확충, 합리적 수가 조정, 의료진과의 신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주치의제는 의료 개혁이 아니라 의료 붕괴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5-09-22 05:00:00이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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