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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불편 해소하다보니 의사 12명→130명 거점병원 성장"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에 자리한 세명기독병원을 찾았다. 병원 본관을 중심으로 뇌병원, 암병원, 정형성형병원, 웰빙센터 등 5개 건물이 연결된 건물들은 대학병원 부럽지 않은 규모였다. 실제로 734병상 규모에 130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는 이곳은 포항 지역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이다.올해로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명기독병원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지역 내에서 대학병원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명실상부한 거점병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병원 곳곳을 둘러보며 만난 직원들과 의료진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한국전쟁 속 천막진료소에서 시작한 75년 역사세명기독병원의 시작은 75년 전 한국전쟁의 혼란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대 설립자인 한영빈 박사다. 일제강점기 만주국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의학을 공부한 그는 해방 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우리 부친은 원래 부산으로 가려고 배를 탔는데, 배에 물이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항에 내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한동선 병원장이 들려주는 창립 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다. 한 박사는 포항에 정착하면서 천막을 치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지역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지속하면서 병원으로 성장해갔다.당시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전무했던 포항에서 한 박사의 천막진료소는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작은 천막에서 시작된 의료봉사 정신이 오늘날 700여 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발전한 원동력이 됐다.96년 한개 동으로 시작한 포항 세명기독병원은 2만여평 규모의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1996년 전문의 12명에서 현재 130명으로, 30년간의 놀라운 성장현재 병원을 이끌고 있는 한동선 병원장이 1996년 병원에 합류할 당시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의사(전문의)는 12명, 건물도 지금의 본관 하나뿐이었다. 당시 병원 규모도 1500평 정도에 그쳤다.하지만 그로부터 30년, 병원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현재는 2만여 평 규모에 130명의 전문의가 근무한다. 10배가 넘는 성장이다. 하지만 한 병원장은 "키우려고 키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단언했다."저는 그냥 불편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진료가 늦어진다고 하면 의사를 늘리고, 대기실이 좁다고 하면 공간을 확장하고, CS(전산화단층촬영)가 늦어진다고 하면 장비를 추가로 도입하고... 그렇게 하나씩 불편사항을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모습이 됐죠."이런 철학은 병원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센터마다 설치된 '애니큐 센터'가 대표적이다.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가 충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쾌적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다른 병원들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상담실을 줄이는 추세와는 정반대의 행보다.비뇨의학센터에서 로봇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센터가 활성화 돼 있다. 대학병원급 전문센터로 지역의료 '선도'세명기독병원을 둘러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전문센터별 특화 운영이다. 각 센터가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진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환자들이 서울이나 대구까지 나가지 않아도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심장센터의 위상은 최근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으로 더욱 확고해졌다. 올해 6월 26일 개소식을 마친 직후 주말 사이에 급성 심근경색 환자 7명이 몰려온 일화는 이 센터의 위상을 보여준다."개소식을 축하한다는 듯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주말 사이에 7명이나 왔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그만큼 지역에서 우리를 믿고 찾아주신다는 뜻이죠."한 병원장의 설명처럼 이곳 심장내과는 9명의 전문의가 24시간 교대로 응급심장질환에 대응하고 있다.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인력 규모다. 특히 PET-CT 장비는 대게 대학병원의 경우 대기 시간이 긴 반면 바로 검사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강점이다.정형외과는 더욱 세분화돼 있다. 상지관절센터, 하지관절센터, 척추센터로 나뉘어 각각 전문의들이 특화 진료를 담당한다. 18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규모도 놀랍지만, 특히 상지관절 분야의 명성은 전국적이다."상지관절 쪽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명해서 경기도에서도 환자가 찾아옵니다. 제3차 병원에서도 의뢰해서 보내주고요."상지관절센터는 학술 논문 발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논문 발표로 학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뇌병원은 아예 별도 건물로 운영 중이다. 1층은 신경외과, 2층은 신경과로 구성돼 있으며, 신경외과 전문의 5명과 신경과 전문의 4명이 24시간 뇌혈관 응급질환에 대응한다. 혈전제거술, 코일색전술 등 최첨단 뇌혈관 시술도 언제든 가능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밤에도 중풍 환자가 오면 바로바로 혈전제거술을 시행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사실 적자예요. 하지만 지역 의료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고 있습니다."2017년 개원한 암병원은 지역 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오픈했다. 한 병원장은 "지역 환자분들이 서울이나 대구까지 가서 경제적, 신체적 부담을 겪는 것이 안타까워서 만들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암병원은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재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최첨단 방사선치료기 2대를 보유한 것은 이 규모 병원으로는 드문 일."일부 대학병원들도 방사선치료기를 한 대만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두 대를 운영하고 있어요. 환자들이 치료 대기시간 없이 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웰빙센터 건물에서 통합면역센터까지 갖추면서 암 환자들은 원스톱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역 암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뇌병원 입구. 세명기독병원은 뇌혈관 질환을 특화하고자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로봇수술과 AI로 '미래 의료' 준비최근 세명기독병원은 로봇수술센터를 개설해 미래 의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의정갈등 시점에 경북대에서 이직한 비뇨기과 전문의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6개월 만에 비뇨기과와 일반외과에서 200여 건의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처음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과입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한 병원장은 로봇수술 확대 계획도 밝혔다.세명기독병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AI(인공지능)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병원을 목표로 AI를 활용한 진료시스템 혁신, 영상의학과 판독 보조, 진료 보조 시스템 등 도입을 검토 중이다.한 병원장은 "직원들에게도 ChatGPT 같은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며 미래 의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서비스 로봇 도입도 검토 중이다. 병원 내 약물이나 물품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게 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애니큐 센터는 수술 전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세명기독병원은 사립병원이지만 공공의료기관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응급의료센터 운영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18명을 두고 있어 대학병원급 응급의료체계를 자랑한다."다른 대학병원들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8명 없는 곳이 많아요. 저희는 지역 응급의료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운영하고 있습니다."수익성이 낮아 다른 병원들이 축소하거나 없애는 진료과목도 꿋꿋이 유지하고 있다. 수부외과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수부외과 전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수부 환자가 계속 있으니가 우리가 해야죠. 환자들이 어디로 가겠어요?"한 병원장은 "가장 큰 공공의료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응급의료센터 운영하고 모든 필수 진료과목을 유지, 24시간 응급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공공의료"라고 강조했다.직원 만족도 높은 조직문화…의료진도 장기근속 세명기독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의료진의 장기근속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의만 30~40명에 이른다. 이는 지역 중소병원 장기근속 의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일."수익성을 너무 강조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에게 비급여나 실손보험 연계를 강요하지 않아요. 자꾸 그런 압력을 넣으면 결국 오래 근무하기 어렵고 병원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죠."한 병원장의 인사관리 철학이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이나 가족이 아플 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자부했다.세명기독병원 한동선 병원장은 설립자인 한영빈 박사에 이어 2세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병원 내에는 직원 소리함, 마일리지 제도, 직원 가족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 등 직원 복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주택 제공, 적정 수준의 급여 등 복리후생도 충실하다.그래서일까. 이 병원에는 노동조합이 없었다. "노조가 없는 병원 중에서는 저희가 제일 큰 곳 중 하나일 겁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 최대한 반영하려고 애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세명기독병원은 규모, 시설을 넘어 지역의료에 대한 진정한 사명감과 환자 중심의 의료철학이 녹아있었다.한영빈 박사가 75년 전 천막진료소에서 시작한 '환자를 위한 의료'라는 초심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면서, 포항 지역 의료의 중심축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의료라는 게 본질적으로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니까 정말 잘해야 합니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신뢰받는 의료를 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철학입니다."이는 세명기독병원이 75년간 지켜온 의료철학이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세명기독병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2025-07-28 05:30:00중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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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쏟아지는 다발골수종, 급여로 급성장 'VRd' 요법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표적인 혈액암 중 하나인 다발골수종은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으로, 재발 위험이 높고 완치가 어렵다.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불응성을 보이며 관해유지기간이 점점 짧아져 초기 치료에서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내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주로 고령 환자에 호발한다. 인구 고령화가 본격화 되고 있는 국내 임상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이유다.실제로 국내 상황을 본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 기준, 2024년 다발골수종으로 요양급여 의료비를 청구한 환자만 1만 1661명(C90)에 이른다. 병용치료 대세 속 표준옵션 변화다발골수종은 임상현장에서 내성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초기에 다양한 약제를 병용해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일수록 3제 이상의 병용요법을 주로 권장하고 있다.기존 VTD 1차 Regimen 사용에서 VRd 급여 처방이 가능해 짐에 따라 VRd 요법 또는 단클론항체 + VRd 요법으로 표준치료가 변경됐다.이 중 NC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차 치료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 category 1)' 1차 치료로 'VRd(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과 4제 요법인 'DVTd 요법(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권고하고 있다.다만,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함께 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치료제 처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선호요법들이 건강보험으로 적용되기 이전까지는 VTD 요법(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이 1차 치료로 주로 국내 임상현장에서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2022년 VRd 요법과 올해 2월 DVTd 요법까지 차례대로 급여가 적용되면서 임상현장 치료 전략이 뒤늦게나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발골수종 신약을 출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치료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개편되고 있다.기존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항CD-38항체 약물에 더해 최근 이중특이항체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신약들이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기존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큰 전환점을 이루고 현재 임상현장에서 초치료로 활용되는 약물이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항CD-38항체 치료제였다면 여기에 이중특이항체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신약들이 최근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이들 치료제들은 대부분 초치료보다는 기존 병용요법에 내성이 생긴 환자 대상으로 치료 차수 면에서는 뒷단에서 불응성/재발성 다발골수종 치료옵션으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이중특이항체 신약을 꼽는다면 ▲테클리스타맙 ▲탈쿠에타맙 ▲엘라나타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국내 임상현장에서 활용이 제한적이다. 이들 모두 경쟁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첫 관문으로 여겨지는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못하고 있다.   CAR-T 신약의 경우 ▲실타캅타진 오토류셀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등이 꼽히지만 두 품목은 모두 아직까지 국내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 국내 승인은 받았지만 고가 치료제로 급여가 제한되면서 아직까지 출시되지 않고 있다.급여 적용 기점 'VRd 요법' 급증아이큐비아가 국내 의료진을 통해 수집하고 있는 Oncology Dynamics data에 따르면, 항암제 약물치료 환자 중에서 다발골수종 환자는 1.5%였다.해당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79%가 연령이 60대 초과 환자들로 나타났다. 즉 60대 이상 고령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암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4%가 1차 치료 환자였고 뒤 이어 34%가 2차 치료 환자로 나타났다. 나머지 12%는 3차와 4차 이상 환자들로 이중특이항체나 CAR-T 신약 적응증 환자들이다.국내 임상현장 다발골수종 1차 치료 Regimen이 2021년을 기점으로 Quadruplet Regimen 및 VRd의 처방비율이 증가하는 양상이다.이러한 치료제 시장을 바탕으로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선호옵션으로 2021년을 기점으로 VRd 요법의 처방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급여 적용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구체적으로 2021년 1%에 불과했던 국내 처방 비율이 급증, 2024년에는 절반 이상인 58%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VRd 요법 이전 대세로 여겨졌던 VMP(보르테조밉+멜파란+프레드니솔론) 요법 등 다른 3제 요법은 그 입지가 급격히 축소, 2021년 61%에서 5%로 크게 줄어들었다.하지만 이 같은 VRd 요법의 급성장도 향후 변화의 여지는 충분하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의 또 다른 선호옵션인 DVTd 요법이 올해부터 본격 급여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DVTd 요법을 포함한 4제 요법의 국내 처방 비율 역시 점진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1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07-22 05:30:00외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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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백지화 종료 아냐…진짜 위기 시작" 사직 교수의 경고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의대 증원 정책이 철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에도 불구하고 사직 전공의와 교수진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교수직을 내려놓은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 교수도 마찬가지.그는 이 상황을 단순한 '정책 종료'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지금이야말로 의료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것. 갈등을 빚어낸 정책은 사라졌지만 그 정책을 만들어낸 구조는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 백지화로 갈등은 멈췄지만, 뿌리는 그대로라는 판단이다.정책에 근거를 끼워맞추는 하달식 결정 구조, 추계와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로 채워진 수급 논리. 이런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아젠다만 바뀔 뿐 의료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재점화될 수밖에 없다. 배 전 교수에게 의정 갈등 사태의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정책 사라졌지만, 구조는 남아…"언제든 갈등 재점화"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지난해부터 격화돼 온 의정 갈등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문제는 그 갈등의 핵심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의료 정책 결정 구조, 전문가 참여 없이 반복되는 '하달식 정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를테면 '공공의대'와 같은 의대 증원의 또 다른 버전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배 전 교수도 이번 사태가 남긴 핵심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그는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부의 명확한 사과와 정책 전환 의지"라며 "본질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수습 차원의 대책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배장환 전 교수는 하달식 정책 구조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며 의정 갈등 봉합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위원회를 통해 형식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시민단체, 환자단체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전문가 의견이 주도권을 잃는 기형적 구조"라며 "이익단체는 의료의 지속 가능성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 쉬우며, 이는 정책의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했다.표면적으로는 의견 수렴과 중지를 모으는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시민, 환자단체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정책협의체나 논의체 등은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것.보건복지부 역시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 연구'라는 용역을 주기적으로 발주하고 있지만, 이는 정책 결정 이후 사후적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돼 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가 먼저 수를 정하고, 추계는 나중에 붙이는 구조라는 비판이다.배 전 교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정교한 수급 모델과 전문가 중심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의료 인력 수급이 정권의 의지나 사회 여론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전문가 중심의 시스템 안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논의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일본 후생성 산하의 의사 수급 연구회는 자문기구이지만 영향력이 높고, 환자단체나 시민단체는 참여하되 투표권은 부여되지 않는다"며 "반면 한국은 시민단체나 환자단체가 실질적 보팅 파워를 갖고 있어, 전문성보다 정치적 여론에 좌우되는 결정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이어 "법조계 정원 논의는 전·현직 판사, 검사, 변호사, 로스쿨 교수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한다"며 "본인은 환자를 굉장히 위하는 사람이고, 보건의료는 환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갈등 봉합? "한국 의료 데드라인 직면"그는 특히 의료 인력의 연쇄적인 공백 사태를 예고했다. 지난해 신규 전임의와 펠로우의 충원이 사실상 중단됐고, 올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내년 이후부터는 신규 분과 전문의 배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전반의 인력 구조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배 전 교수는 "작년부터 신규 펠로우와 전임의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남아있는 의료 인력이 업무 과중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며 이같은 인력 붕괴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그는 "특히 종합병원은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부담을 일부 떠안고 있는데, 전문의 이직과 인력 부족이 겹치면 간신히 유지되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겉보기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에도 병원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의료 현장은 인력 부족을 'PA 간호사'로 메우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는 이 방식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의사가 하지 못하는 구조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판단이다.그는 "이같은 의료 질 저하는 갑작스럽지 않게 서서히 드러난다"며 "중증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망하는 초과 사망이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증원 정책이 백지화됐어도 정책에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는 논의 구조에선 교수직 복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그는 "의료 시스템이 겉보기에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며 "지금은 유리창이 깨질 때마다 막는 수준이지만, 의료 인력의 연쇄 공백은 기둥이 뽑히는 것과 같아 건물의 구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사직 교수가 본 전공의 미복귀의 이유사직의 주요 이유는 증원 정책 반대였다. 정책이 백지화 된 지금 교수직 복귀 가능성을 묻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교육과 진료 양쪽에서 훈련받은 전문가로서 대학병원에 있는 것이 사회적 편익 측면에서도 효용이 높다고 보지만, 정부 정책에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는 구조라면 복귀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배장환 전 교수는 "정부의 정책을 줄줄이 읊어대는 리더십, 의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결정 시스템이 그대로라면, 본인 역시 전공의들과 같은 이유로 학교에 돌아갈 수 없다"며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철회됐다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이 상황을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 초기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언제든 다른 방식의 의료인력 확대 방안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의지를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공공의대 자체가 나쁜 정책은 아니지만 의대 증원처럼 이 또한 '하달식'으로 결정된다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논의 구조가 바뀌지 않은만큼 언제든 공공의대와 같은 정책 하달이 재현될 수 있어 복귀는 이른감이 있다는 것.배 전 교수는 지금이 마지막 데드라인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환자, 정부, 의료계도 이와 같은 한계 상황이 지속되면 승자없이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며 새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2025-07-16 05:30:00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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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의 광풍"…사직 1년 배장환 교수가 본 증원 정책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사직 당시 눈물을 보였던 배장환 교수. 당시엔 그도 상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20년 넘게 몸담았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직을 내려놓은지 벌써 1년. 지금, 상황은 당시와 많이 다르다.무엇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것. 지지부진했던 논의도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최근 의대생들이 17개월 만에 전격 복귀를 선언하면서 해묵은 의정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다만 전공의의 미복귀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둘러싼 이견들은 불씨로 남아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게 만든다. 무리한 정책 추진과 철회에 따른 신뢰 훼손도 풀어야할 숙제. 대학을 떠나 부산 좋은삼선병원에 둥지를 튼 배 전 교수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그가 기억하는 1년…"전체주의의 광풍, 피해자는 국민"배 전 교수는 "7월 14일로 사직한지 1년을 맞았다"며, 현재는 종합병원에서 진료와 시술 중심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교육도 제한적인 상황. "진료는 대학보다 양이 많지만 몸은 고달프지 않고 재미있다"며 "시술도 대학병원에 있을 때만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상 종합병원에 환자 의뢰가 꾸준하고, 응급시술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정책에 대한 평가로 넘어가자 어조는 단호해졌다. 증원에 반대해 교수직을 내려놓은만큼 어찌보면 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그는 "의대 증원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이며, 그다음은 전공의와 의대생"이라며 "본인은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감내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썩같이 믿었던 국립대학마저 일사불란하게 '상명하복'식으로 움직인 현실에는 큰 좌절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국립기관이라는 믿을 만한 논의 구조에 있고, 규정과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근거가 부실한 증원 정책에 대학도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 증원 정책의 수립, 수렴에 있어 민주적인 논의 과정이 작동되지 않은 건 정부나 대학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사직 1년을 맞은 배장환 전 교수는 의대 증원 정책을 전체주의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로 기억했다.배 전 교수는 "의대 증원은 입안부터 진행까지 전 단계가 탈법적이었다"며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민주적인 장치들이 작동을 안 했다고 해도, 대학이라면 이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하는데 기관장부터 하달받고 움직이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게 아직도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민주적 논의 구조 없이 이뤄진 정책 추진을 '전체주의 광풍'이라고 표현했다. 정부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위원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고, 교육부 장관조차 위원회를 단순한 조언 기구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처음부터 명확한 데이터 없이 증원이라는 답을 내려놓고 근거를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숙의와 합의는 배제됐다.그는 "의대 증원 2천 명의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문제를 제기해도 의료계가 지속적인 반대를 하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며 "정부, 정치인이 해야 될 역할 중의 하나가 이해관계자들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런 고통스러운 논의 과정이 결국 민주주의의 피이고 민주주의의 꽃인데 그런 숙의 과정 자체를 다 부정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원점 재검토라는 당연한 귀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견고한 위원회 정치 시스템…"일방적 정책 언제든 가능"정부가 정책을 철회하는 과정 또한 문제였다. 그는 "정권 지지도가 하락하고 계엄 논란이 겹치자 유야무야된 것일 뿐"이라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는커녕, 잘못됐다는 인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무엇보다 중요한 보건의료 정책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은 구조적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 정책 수립과 집행, 평가의 단계를 제어할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호에 그치는 '원점 재검토'로는 불씨를 완전히 꺼트릴 수 없다는 경고인 셈.그는 "정부는 원하는 정책이 있으면 위원회를 만들어 소수의 전문가와 다수의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투표로 밀어붙이고 이를 의견 수렴으로 포장한다"며 "이같은 전형적인 위원회 정치 시스템이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고 단언했다.그는 "결국 의회, 행정부가 작동하지 않은채 정권 지지도가 떨어지고 계엄이 겹치면서 유야무야됐을 뿐"이라며 "민심이 기울고 정치적인 압박이 있어 철회한다는 그런 정책이라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 원인은 정부 불신"의대 증원 정책이 원점 재검토 국면에 들어섰지만, 전공의 복귀는 여전히 요원하다. 정책이 철회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배 전 교수 역시 같은 진단이다. 그는 "정책이 철회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그는 전공의들이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는 배경에 대해 "언제든 다시 불꽃이 켜질 수 있다는 불신과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 문제를 떠나 필수의료 패키지만 보더라도 문장 하나하나가 직역 단체와 몇 년은 논의해야 할 내용인데, 지금까지도 정부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며 "결국 나갈 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배장환 전 교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두고 정책의 철회가 아닌 잠시 멈춘 것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의견이 수렴, 상향식으로 정책이 수립되는 구조적 절차 없이는 일방통행식 정책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의 태도 변화나 공식적인 사과 없이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는 건 무리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정책의 입안자, 특히 (전)대통령이 나서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00년 의약분업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사과하고 나서야 의정 협상이 진전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도 그와 같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을 지거나 사과한 이가 없다는 데 더 큰 좌절감을 드러냈다.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미복귀 전공의를 향한 비난 여론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도 우려를 사는 대목. 그는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방조하거나 유도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정부는 국민들끼리 갈라치기를 하며, 정작 정책 실패의 책임자들은 멀찍이 떨어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는 분명한 피해자이고, 그들을 비난하는 시민들조차 정부의 프레임에 갇힌 또 다른 피해자"라고 했다. 사과 요구를 받아야 하고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라는 것.정책 소통 방식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는 "현장의 우려를 수렴하겠다는 정부 입장 변화는 체감조차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여당이던 시절 청문회나 위원회에서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던 정치인들이, 정권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닫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의회도, 행정부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충북의대를 떠난 이후, 그가 들은 동료 교수들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그는 "진료 정상화를 위해 병원 측이 간호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교수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과 일부 분과에서는 교수 전원이 사직해 과 자체가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교수당 업무량이 과도하게 증가한 상황에서, 국립대병원 특유의 노사 협의 구조로 인해 업무 재조정도 쉽지 않아 진료 정상화가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결국 그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전공의 미복귀 사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정책 방향을 바꿨다지만, 실제 구조나 행정 체계, 정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의료 정책의 실패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2025-07-15 05:20:00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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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특화에서 '중증 거점병원'으로 성장 꿈꾸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요즘에 환자 만족도가 90%이상으로 높아요. 직원 친절도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인당의료재단 해운대부민병원 한 직원의 한마디에서 병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났다.메디칼타임즈는 부산에 위치한 해운대부민병원을 찾았다. 과거 정형외과병원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종합병원으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 뿌리내린 모습이었다.'정형외과' 특화에서 '종합병원'으로 진화과거에는 부민병원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정형외과였다. 관절·척추 분야에서 쌓아온 명성은 여전히 병원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부민병원이 정형외과 분야에서 쌓아온 명성과 신뢰는 앞으로도 핵심 경쟁력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료 수요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심뇌혈관 질환, 암, 만성질환 등 필수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흥태 이사장의 설명처럼, 병원은 정형외과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종합병원으로서의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이를 위해 최근 우수한 의료진을 적극 영입하고,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소화기암센터, 간담췌이식센터, 인터벤션센터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센터를 강화하며 진료 역량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 투자하고 있다.해운대부민병원은 심뇌혈관센터, 소화기암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지역거점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실제로 병원을 돌아보니 심뇌혈관센터, 소화기암센터, 특수치료내시경센터, 인터벤션센터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센터를 강화해 진료역량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소화기암센터에서는 초기진단부터 치료, 항암까지 원스톱으로 암 환자 치료까지 진행한다. 이를 위해 최신 복강경 수술 장비를 구비하고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의료진을 대거 영입해 간암, 담도암, 췌장암 등 난이도 높은 암 치료도 도전하고 있다. 특히 담도암, 췌장암의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 접근을 위해 ERCP(내시경적 담췌관 조영술)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실제로 병원 곳곳에는 필수의료를 아우르는 종합병원으로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각 층마다 전문센터들이 체계적으로 배치돼 있는 모습은 정 이사장이 언급한 "정형외과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해 종합병원으로서의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 엿보였다.로봇수술센터, 척추내시경센터, ERCP(내시경적 담췌관 조영술)센터와 인터벤션센터, 중환자실은 최신장비로 가득했다. '첨단 의료장비를 과감하게 투자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최소 침습수술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는 철학이 느껴졌다.1층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국제진료센터도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은 해운대라는 관광도시 특성을 살린 모습이었다. "해운대 지역적 특성상 외국인 환자가 많습니다. 이를 대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하는 상주 인력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보험사까지 연계해 체계적인 외국인 환자 관리 시스템을 통해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해운대부민병원은 ERCP(내시경적 담췌관 조영술)센터 등을 통해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인당의료재단의 성장…지역의료와 함께 발전해운대부민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 뒤에는 40년 역사의 인당의료재단이 쌓아온 의료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1985년 정흥태 현 이사장이 부산 금정구 서동에서 정형외과의원으로 시작한 부민병원의 역사는 한국 의료계의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지난 1990년 현재의 부산 북구로 이전하며 부민정형외과의원으로 개칭했고, 1996년 부민병원으로 확대되면서 인당의료재단의 모태가 되었다. 2008년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이 정식 설립되었고, 2011년 서울부민병원, 2015년 7월 해운대부민병원이 차례로 개원하며 현재의 부민병원그룹으로 성장했다.2015년 7월 13일 개원한 해운대부민병원은 인당의료재단의 네 번째 병원으로, 대지면적 885평에 지하 4층, 지상 13층,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정흥태 이사장은 '환자 중심, 최상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개원 10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물리치료실. 최신장비를 구비하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해운대부민병원은 고가의 의료장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래 비전은 '스마트병원'으로 전환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스마트병원으로의 변화였다. "지난 2022년부터 클라우드 EMR을 도입하여, 의료진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 중입니다." 클라우드 EMR은 전문 데이터 센터의 24시간 보안 관제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다양한 의료 시스템과의 연동이 용이하도록 설계해 향후 도입할 AI 의료 기술과의 확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게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AI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다. 정 이사장에 따르면 이미 환자의 생체 신호 분석을 통해 급성 중증 이벤트, 패혈증 및 심정지 발생 위험도, 그리고 급성 상태 악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부민병원 그룹 내 모든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스마트병원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실제 적용 단계에 있었다. 다시 말해 AI 영상 판독, 스마트 문진, 비대면 진료 서비스 등 다양한 AI 기술들이 현장에 적용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정 이사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올해 7월 도입 예정인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었다. 이는 환자의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수와 같은 주요 생체 신호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병동 간호사 스테이션의 중앙 모니터에서 24시간 확인 가능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환자 관리가 가능하다.또 의료진의 음성만으로 EMR에 바로 기록이 가능한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시스템도 올해 하반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이러한 스마트 의료 기술들의 통합 운영을 위해 병원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ERP, 그룹웨어, 문서 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여기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업무 플랫폼 도입도 검토 중이다.이를 통해 병원 운영의 전반적인 효율성과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는 2027년 개원 예정인 명지부민병원에서 그 대표적인 모델로 구현될 전망이다.해운대부민병원 의료진이 집도 중인 모습. 대학병원 부럽지 않은 학술·연구활동 '눈길'특히 정 이사장이 자랑스럽게 언급한 학술 활동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이사장이 "부민병원은 연구하는 병원을 지향하는 조직 문화 덕분에 꾸준히 학술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한 대로, 의료진이 국내외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최신 지견 습득과 연구 성과 공유를 적극 지원하고 중이다.실제로 부민병원이 대한슬관절학회와 함께 매년 주관하는 슬관절 심포지엄, 대한정형외과 컴퓨터수술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로봇인공관절수술 심포지엄은 대표적인 연례 학술 행사다. 단순한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정 이사장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대한근감소증학회와 함께 근감소증 및 척추변형 심포지엄을 새롭게 시작해 학술 교류의 장을 확장해 지속적인 학술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또한 서울부민병원에는 지난 2023년, 임상시험센터를 추가로 확장 개소해 국내 생동성 임상시험 등 국내외 제약기업들의 임상시험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학술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다.정기적인 내부 학술 집담회와 컨퍼런스는 대학병원 부럽지 않게 학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전공의와 전임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뜻이다.해운대부민병원 1층 출입구에 부착된 동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중증질환의 최종치료 거점병원' 꿈꾸다정 이사장은 미래 비전으로 '중증질환의 최종치료 거점병원'을 꿈꾸고 있었다."향후 3~5년 동안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환자 중심 병원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전문센터들을 더욱 강화해 중증질환의 최종치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준비 중입니다."그가 제시한 중장기 계획의 핵심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주요 전문센터들의 강화를 통한 최종치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 확립, 둘째,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병원 시스템 구축의 완성, 셋째,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시스템 대폭 확장, 넷째,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의 연계 강화를 통한 의료 기술 혁신 기여, 다섯째, ESG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이다.이를 목표로 올해 8월에는 서울 마곡에 국내 최대 규모의 '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센터'를 개소하고 이곳에서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결합된 혁신적인 스마트 검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2027년 개원 예정인 명지부민병원에서 스마트 병원 시스템의 대표적인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각오다.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계획에 대해 의사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차별화된 전략으로 의료진 확보 문제에 대응하고 있었다.해운대부민병원 정흥태 이사장정 이사장은 일단 의료진에게 최적의 진료 환경과 연구 여건을 제공해 병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단순히 높은 연봉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하고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어 수련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젊고 유능한 의사들을 직접 양성하고, 이들이 우리 병원에 남아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책무라고 강조했다.환경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안전하게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에요. 의료폐기물을 멸균·분쇄해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장치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 저감 효과와 감염병 확산 방지는 물론, 관련 처리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ESG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이라는 병원의 미래 비전과도 맥을 같이했다.정 이사장이 강조한 "지난 수십 년간 지역민들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신뢰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역민의 건강을 지키고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기여하는 부민병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다짐처럼, 첨단 의료장비와 우수한 의료진, 무엇보다 환자를 향한 진심이 어우러진 해운대부민병원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2025-07-07 05:30:00중소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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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대응 중요한 비만 치료…국가적 정책 지원 필요"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열풍으로 비만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급성 질환에 가려져 있던 '비만'이라는 질병이 비로써 수면 위로 올라서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이 역시 치료라는 개념보다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미용' 영역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약물 오남용을 넘어 자칫 비만이라는 질병이 미용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까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개최한 2025년 창간 기념 특별 좌담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인식 개선과 정책 지원을 촉구했다.이번 좌담회에는 비만 치료 전문가인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비만 임상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안상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수석정책이사, 보건 정책 제도 설계와 개선에 매진해온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총괄과장이 참여했다.우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만과 관련한 인식의 전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특히 이를 위해서 상담료 수가 등의 도입은 물론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정부 정책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비만과 관련한 인식의 전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해외는 이미 급여 추진 활발…"단계적 급여화 필수적"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비만에 대한 급여 적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예를 들며 단계적인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우선 강 이사장은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며 "비만이 그런 사례로 비만을 효과적으로 예방 관리하면, 고지혈증, 당뇨병, 이상심혈증, 심뇌혈관 질환에 암까지 발생률과 유병률이 현저히 낮아질 거고, 그럼 의료비 지출이 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 수준 삶의 질은 자동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이에 강재헌 이사장은 비만 치료는 물론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비만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과 교육, 또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강 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아 시스템이 다른 만큼 사보험 등을 통해 비만 치료제가 급여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또 영국의 경우에도 제한적인 약물에 대한 비만 치료를 급여하고 있도 상담이나, 교육에 대해서는 수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비만이 질병이냐는 정의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에 질병이 아닌 만큼 급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아울러 그는 "사실 어느 나라나 재정을 고려해서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동일하고 우리ᄂᆞᆯ 역시 단계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이에 우리나라도 교육‧상담부터 단계적으로 갈지 등의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안상준 정책이사 역시 "만성질만성질환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비만 역시 동일하다고 본다"며 "이에 비만 치료에 있어서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역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안 이사는 "사실 향후 비만치료제의 경우 경구제의 등장 등으로 약가가 내려가면 급여화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는 생각된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도 소아나 고도비만 등에 대해서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큼 핀셋 적용을 통한 지원 등이 논의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그는 비만 치료를 위해서 보건소 예방접종 사업처럼 별도의 재원을 통한 지원 방안 역시 고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안 이사는 "금연사업 등에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처럼 비만에 대해서도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고도비만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현재 바우처 사업을 등에 연계해서 진행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왼쪽부터)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이사, 보건복지부 강준 과장. ■ 전문의료진 개입 중요…교육‧상담 필요해특히 강재헌 이사장은 교육‧상담의 필요성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박았다.강 이사장은 "실제로 GLP-1 제제를 처방하는 경우 체중의 15% 감량이 평균인데, 실제로 진료를 하다보면 5%도 안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5%에서 30%까지 빠진 사람도 있다"며 "이런 개별적인 차이가 사실 교육과 상담을 통해서 식단이나, 생활습관을 교정해서 잘 이뤄진 경우에 차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향후 의약품 급여가 이뤄지더라도 모든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수는 없는 만큼 그 이전에 생활습관으로 치료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한다"며 "이에 강력한 약물의 유무와 상관 없이 의료 현장에서 교육과 상담을 통해 먼저 치료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특히 현재 비급여로 의약품이 처방되면서 제대로 된 교육‧상담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의료진의 초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안상준 이사는 "실제로 현재도 비만치료제를 사용해도 그 효과가 각기 다른데, 이는 앞서 이미 일부 비만치료제를 남용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사실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또한 그는 "실제로 약이라는 것이 경제적인 요건 등이나 여러 상황으로 지속적으로 쓸수 없는 상황이 올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탈출 전략을 미리 세울 필요도 있다"며 "즉 현재처럼 주사제 하나에 의존해서 치료가 이뤄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안상준 이사는 비만 치료에서 있어 전문 의료진의 관리 하에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안 이사는 "이에 비만의 시작부터 사실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만큼 교육‧상담이 이뤄지는 초기부터 전문 의료진의 관리가 이뤄진다면 비만 치료의 효율성은 물론 의약품의 남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책 개선 위해선 인식 변화‧근거 마련 필요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강준 총괄과장은 정책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임상 현장에서의 근거 마련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설명했다.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강준 총괄 과장은 "사실 정부 내부에서도 비만 등 예방 정책에 대한 새로운 아젠다 설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 1차 의료나 아까 소아비만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이나 이런 것들이 좀 그런 거를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다만 자기 관리 역량이 갖춰지기 어려운 소아나, 취약한 계층 등에 대해서는 바우처 방식이나 어떤 방식이든 비만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임상 현장에서 관련된 근거 등이 축적돼야만 급여화 등이 이뤄질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했다.덧붙여 그는 "현재 건강관리 지원 체계 및 건강정책 차원에서의 제도 하에서 비만 등에 대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또 현재 이뤄지는 사업에 이런 부분이 포함되기 위해서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과 치료해야한다는 개념이 확고해지는 것이 우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사실 현재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보험보다는 재정지원 프로그램 사업으로 현장에서 많은 사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에 교육, 상담 등이 적절히 이뤄지고, 일차의료 사업 등에서도 이런 근거들이 쌓일 필요가 있는 만큼 점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2025-07-05 05:30:00국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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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커진 2세대 비만약물, 영역확장 속 지속가능성 고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올해부터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2세대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비만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도입되면서 의학적 치료를 통한 비만 관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GLP-1 제제가 비만과 당뇨병을 넘어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과 심혈관 혜택까지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2세대 비만 약물로 평가되는 GLP-1 약제가 도입되면서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메디칼타임즈는 2025년 창간기획 특별 좌담회를 개최하고, 비만 치료제 국내 도입에 따른 임상현장 변화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해결 과제를 논의했다.특별 좌담회는 비만 치료 전문가인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가정의학회 이사장, 비만 임상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수석정책이사, 보건 정책 제도 설계와 개선에 매진해온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총괄과장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 국내 비만 치료의 현황과 구조적 문제, 실질적 해법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영역 확장 GLP-1 제제, 덩달아 중요해진 의료진 개입지난해 말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 상륙하면서 2세대 GLP-1 제제 계열 비만 치료제가 큰 관심 속에 국내 도입됐다.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으로 처음 개발됐지만 일정 용량 이상 투여 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은 "GLP-1 제제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 비만 치료제로서의 활용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1차적인 효과는 인크레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물질을 주사함으로써 식욕 억제와 함께 포만감을 유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체중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GLP-1 제제는 다른 대사질환 영역까지 쓰임새 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혜택은 물론 치료제가 마땅치 않은 MASH에서 효과를 입증해내고 있다.강재헌 이사장도 이 같은 GLP-1 제제의 역할에 주목한 것.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만의 질환 전환에 따른 치료제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는 "GLP-1 제제에 대해 그동안 체중 조절 효과가 주된 효과로 나왔지만, 최근 임상연구를 통해서 MASH 또는 신장, 심혈관 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물론 치료제 마다 다르고 또 실제로 효능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임상논문을 근거로 볼 때는 분명 효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GLP-1 제제 활용도가 커질수록 이를 적절하게 환자들이 접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강재헌 이사장은 "GLP-1 제제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체중의 15% 혹은 20% 이상까지도 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문제는 적절한 식사요법을 하지 않고 식욕 억제만 강력히 됐을 때 오히려 근감소증을 유발하고 오히려 건강에 위해가 되는 상황도 생길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우려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GLP-1 제제를 활용한 비만 치료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의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근감소가 되면 건강에 유익한 감량이라고 말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임상현장 도입된 GLP-1 제제, 지속가능성 화두2세대 GLP-1 제제로 위고비가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비만치료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또 다른 GLP-1 제제의 국내 출시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2세대 GLP-1 제제 활용에 있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이중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바로 비급여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치료제 가격이다. 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다면 지역별로 치료제 가격의 편차가 크다"며 "현재 임상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GLP-1 제제로 비만 치료를 할 경우 한 달의 60만원이 환자 부담의 적정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역별로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환자군의 분포가 다르다"고 지적했다.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강남에 개원한 의원에서는 비만치료 환자 중 85%가 GLP-1 제제를 활용한다면, 경기도 시흥에 개원한 의원에서는 해당 비율이 10%에 불과하다"며 "신약이 도입됐지만 정작 해당 약제들이 절실한 환자들은 약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즉 비만치료제의 안정적인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GLP-1 제제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소위 직장인이 매달 50~60만원을 부담하며 치료하기는 어렵다"며 "초반에 주사에 의지하면 체중은 감량되겠지만 대부분 요요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심리적 타격에 더해 실제 근감소증과 위장장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그래서 주사만 의지를 해서 살을 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 때문에 비만의 질병이고 치료에는 의사들의 초기 접근이 필 꼭 필요하다"며 "약값이 비싸서 지역별 접근성 문제도 있으며, 이를 통해 치료받은 환자들의 지속가능성도 이제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ㅈ.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GLP-1 제제의 국내 도입, 환자들의 비만 치료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목했다.■비만약 급여화, 공감대 이루어가는 과정 필요GLP-1 제제들이 꼭 필요한 비만환자에게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장 첫 째로 생각할 것이 치료제의 '급여' 전환일 것이다.하지만 좌담회에 참여한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과장은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급여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드러냈다.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과장은 "비만의 의료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약제를 급여로 보장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급여 우선순위 등을 고려한 뒤 이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선순위에 있기에는 한계가 있는 항목"이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도 강준 과장은 의료적 필요도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장기적으로 논의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강준 과장은 "금연 관련 건강보험 정책이 다양하게 도입됐던 것처럼 비만이 시대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굉장히 필요한 과제라고 한다면 단계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것들을 논의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향후 근거 쌓이고 또 현장에서도 요구가 높아진다면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그는 "의료적 필요도와 사회적 요구도를 같이 보면서 급여 결정을 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제한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면 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거기까지는 조금 조금 갈 길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5-07-04 05:30:00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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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쏟아져도 치료는 제자리…'비만=미용' 인식이 발목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세대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의 한계를 넘어, 2018년 국내에 도입된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를 시작으로 비만 치료제는 본격적인 2세대 약물 시대에 접어들었다.게임체인저, 돌풍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의 국내 출시에 이어 신약 터제파이드도 올해 하반기 출격을 준비 중이다.과연 '비만과의 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체중 감량 효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임상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혁신적인 신약 출시와 치료 접근성의 개선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고가의 약제비는 물론,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만을 '외모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이 남아있고, 생활습관 교정과 식이요법, 지속적인 상담 등 다면적인 접근 등 제도적 여건도 미비한 상태다. 단순히 효과 좋은 약이 나왔다고 해서 비만 치료의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비만 치료 전문가인 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비만 임상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안상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수석정책이사, 보건 정책 제도 설계와 개선에 매진해온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총괄과장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 국내 비만 치료의 현황과 구조적 문제, 실질적 해법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비만 방치 땐 사회적 비용 '눈덩이'…질환 관점에서 바라봐야좌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비만은 미용 문제가 아니라 만성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재헌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강재헌 이사장은 "비만이라는 단어 자체가 외모 중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니,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환자 본인은 물론 의료진도 질병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그는 "비만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보다도 더 다양한 질환의 선행 요인으로 작용하며, 심혈관질환, 당뇨병, 수면무호흡, 일부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예방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그러나 현실에서는 비만 자체에 대한 진료나 약물치료가 수가 인정되지 않으며, 합병증이 동반돼야만 제한적인 보험 적용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고혈압은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치료받는 반면, 비만은 여전히 치료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의료체계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비만이 방치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당뇨병, 심장질환, 지방간, 일부 암 등은 모두 만성 관리가 필요한 고비용 질환이며, 환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의료재정에 부담을 준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1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며, OECD 국가 대부분에서 비만이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반대로 비만을 조기에 개입해 관리하면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강 이사장은 "정작 우리 사회는 비만을 방치하다가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발전한 뒤에야 치료를 시작하는 구조"라며 "이는 개인의 건강은 물론,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교과서 명칭을 '비만학'에서 '비만병학'으로 바꿨다. 강 이사장은 "이는 일본에서도 시도된 개념으로, 단순 체형 관리로서의 비만과 질병으로서의 비만을 명확히 구분하자는 의미"라며 "이제는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비만은 질병'이라는 합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연 10조 규모 비만 시장…의학적 치료 접근은 극히 적어"인식의 차이는 시장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약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비만 및 다이어트 시장에서 의료 분야의 비중은 1조 9천억원, 다이어트 식품 비중은 3조 2천억원으로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의학적 치료 비중보다 미용 측면의 접근이 더 큰 편이다.  안상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정책이사는 "비만을 일시적인 외형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해, 의료기관보다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비만 관련 시장은 연 10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의학적 개념의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그는 "의학적 접근이 부재한 다이어트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환자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의지 부족'이라는 낙인이 반복되면 치료 동기와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안 이사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비만 치료가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만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총괄과장문제는 이런 초기 개입을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중증 비만이 되거나 합병증이 생겨야 병원에 오는 구조다. 영양상담, 운동상담 수가와 같이 미리 의료진이 개입해 비만을 예방하는 정책적 수단이 부재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비급여로 설정돼 한달 기준 40~50만원 대의 비용을 자부담해야 하는 환경 역시 비만 치료의 지속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3월 공개된 비만학회의 인식도 조사에선 비만신약의 연이은 출시에도 불구하고 비만약 처방 중단율이 2022년 34%에서 올해 44%로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비용 부담(66%), 상담수가 없음(55%) 등이 꼽혔다.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총괄과장 역시 "금연이나 절주처럼 정책적 합의가 이뤄진 건강 위험 요인과 달리, 비만은 외모 개선과 질병 사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어 명확한 정책적 정의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강 과장은 "정부 내에서도 비만을 중요 과제로 보고 있지만, 신체활동은 문화체육관광부, 영양은 식약처 등으로 나뉘어 있어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다"며 "비만을 새 건강 아젠다로 설정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기 전에 '비만=질병'으로 인식이 변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언론·학회·정부, 다각적 협력이 열쇠한편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서도 '인식의 벽'이 존재한다는 토로도 이어졌다.안상준 이사는 "비만연구의사회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을 때조차 '비만은 질병'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라디오 캠페인 등으로 전달해왔다"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비만 주치의 모델도 시범적으로 운영했지만, 민간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안상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정책이사그는 "일선 의원에 '비만치료 인증의 패'를 도입해 환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며 "비만을 예방 가능한 건강관리 영역으로 포섭하기 위해 건강증진개발원과도 협력했지만, 흡연이나 음주 등 전통적인 예방사업이 우선순위로 설정돼 있는 현실에서 정책 반영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강재헌 이사장 역시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 캠페인에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성과도 크지만, 비만 예방과 인식 개선에는 이에 비해 극히 적은 재정이 배정돼 있다"며 "보건당국도 비만 관리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이와 관련 강준 과장은 "최근 위고비 열풍을 비롯해 비만을 의료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정책화 과정에서는 부처 간 역할·예산 배분 등 풀어야할 과제가 있고 정부와 의료계 모두 '어디까지 건강관리이고 어디부터 치료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과거부터 비만은 영양, 신체활동, 생활습관 개선을 중심으로 한 건강관리 정책의 일부로 다뤄졌지만,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 질병으로서의 비만에 대한 개념 정립과 체계적인 대응 전략은 이제 막 논의의 문턱에 들어선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전략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솔직한 입장이다.그는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한다면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진단하고 치료할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금연이나 절주처럼 국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방향성이 형성돼 있지만, 비만은 여전히 외모 개선과 질병 사이 어디쯤에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비만을 질병으로 인식시키는 데 있어 언론의 중요성도 부각됐다.박상준 메디칼타임즈 취재보도본부장박상준 메디칼타임즈 취재보도본부장은 "비만 문제를 다룰 때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정확한 정보 제공 ▲질병으로서의 인식 변화 유도 ▲사회적 낙인과 차별 해소 ▲건강한 생활습관 안내 등 다각도의 접근을 주문했다.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꼽았다.박 본부장은 "최근 신약 등장 이후 '찌면 빼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비만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이미 수많은 연구로 입증됐기 때문에 이런 질병은 한 번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언론이 자극적인 다이어트 성공담이나 신약 열풍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비만이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 의료비까지 증가시키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임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비만학회, 비만연구의사회, 가정의학회 등과 협력해 비만의 위험성을 알리고,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전환에도 힘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날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는 더 이상 개인의 의지나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직결된 공중보건 이슈"라며 "민간과 공공, 언론과 학계가 함께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비로소 사회 전체가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5-07-03 05:30:00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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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미래의료…의사 or 기업 법적 책임 누구일까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일선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판독부터 문서화, 예진까지 AI의 역할이 확장되는 가운데, '잘못된 결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메디칼타임즈는 2025년 창간기획 좌담회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AI 기술의 '책임'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의료인의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쟁점을 짚었다.이날 좌담회에는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서울성모병원 최준일 영상의학과 교수, 일산백병원 신성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참석했다.메디칼타임즈 2025년 창간기획 좌담회에서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AI의 법적 책임 소재 모호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누가 판독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느냐가 핵심박진식 이사장은 영상의학 AI가 오진했을 때 법적 책임의 소재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병원에서 영상 판독을 맡기는 이유 중 하나는 '진단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만약 AI가 판독한 결과에 오류가 있었고 그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이 병원에 있는지, 아니면 개발사나 의사에게 있는지 모호하다는 것.그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자기가 본 영상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이 판독은 우리가 했고, 법적 책임도 우리가 지겠다'고 하면, 의료기관은 AI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은 법적 책임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느냐가 AI 활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최준일 교수 역시 법적 책임 문제가 AI 안착 여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그는 영상 검사의 결과물은 단순한 수치나 표식이 아니라, 최종적인 진단 소견서로 이어지는 중요한 판단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AI가 판독을 대신한다면, 잘못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의료인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그는 "AI의 판독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전문가는 결국 해당 분야의 의사뿐이다. 그 해석에 따라 진단이나 치료 방향이 달라져 최종 판단은 반드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해야 한다"며 "단순히 표시된 위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체 병력, 촬영 조건,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아직 AI가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서울성모병원 최준일 교수는 AI 로 인한 오류를 우려하며 법적 책임 문제가 AI 안착 여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 역설적 구조도 존재 "오히려 오류 유발 가능성"하지만 AI 사용이 오히려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AI 결과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의나 비전문가가 AI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면, 오류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경향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문가가 AI를 검토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실제 관련 연구에 따르면 AI가 일부러 틀린 정보를 주도록 설정한 후 의료진에게 판독을 맡겼을 때, 오히려 정답률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최 교수는 "이런 결과를 보면, AI의 판단은 결코 만능이 아니며, 해석은 언제나 전문가의 몫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며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결과를 도출해도 그 데이터가 정확한지, 진단에 적절한지, 실제 임상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특히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거나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면, 오히려 AI의 결과를 신뢰한 비전문가가 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의료 현장에서는 AI를 '도움 도구'로 보되, 절대적인 판단 주체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신성환 교수 역시 AI는 대규모 데이터 기반에서 학습된 결과를 보여줄 뿐, 환자 개별 상황에 맞춘 맥락적 판단은 여전히 어렵다고 동조했다. 의료는 단순히 수치나 이미지를 넘어서 환자의 상태, 병력, 문맥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신 교수는 "결국 AI가 제시하는 예측 결과를 얼마나 신뢰하고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의료인의 영역이다"라며 "AI가 어떤 진단적 근거를 내놓더라도, 그것을 환자에게 적용할지 말지는 최종적으로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책임도 당연히 인간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특히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약이나 치료처럼 민감한 상황에서는, AI가 아니라 경험 있는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료 분야에서 최종 판단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일산백병원 신성환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 최종 판단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 명확화 없이 도입 시 병원 리스크이들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로 법적 공백 상태에서 AI가 무분별하게 도입될 경우를 꼽았다. 지금은 법적으로 AI가 의료인의 보조 도구로만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병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기업이 AI를 판매하기만 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책임은 의료진과 병원이 지는 구조라는 것. 이를 바꾸지 않는다면 병원이 쉽게 AI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우려다.박진식 이사장은 "의료기기로 등록된 AI 솔루션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법적 책임을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AI 개발 기업도 일정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신중한 기술 개발과 사후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무책임한 구조로는 AI의 의료 도입이 오히려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 여전히 수동적 "정부 더 적극적이어야"마지막으로 세 전문가는 정부가 보다 선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특히 법·제도·수가 측면에서 AI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또 의료계에도 이런 변화를 미리 알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박진식 이사장은 "의료 AI는 의료기기법,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다양한 법 제도에 걸쳐 있어 일관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준일 교수는 "선진입 제도든 뭐든 결국 의료 AI를 산업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의학계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산업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 재원도 산업계가 책임지고 투자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도 내후년부터 적자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의료 AI에 드는 비용까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성환 교수는 "앞으로 세상이 굉장히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료계 역시 이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다들 미리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2025-07-02 05:30:00개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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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있지만 못 쓴다" 제도의 벽에 부딪친 의료 인공지능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료 AI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임상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데이터 표준화부터 수가 체계, 병원-기업 간 협력 구조, 선진입 제도의 실효성까지, 하나하나가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은 있는데, 써보기가 어렵고, 써도 뚜렷한 보상이 없는 현실에서 의료계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의료 AI가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닌,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구가 되기 위해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살펴본다.■ 의료 AI 실효성 논란…"디지털 피로만 키우는 기술 될 수도"서울성모병원 최준일 영상의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개발된 AI 중 일상 업무에서 꼭 쓰고 싶을만큼 유용한 기술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최준일 교수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알려진 분야인 논문 작성이나 연구 보조 등 역시 CHAT-GPT 등 생성형 AI가 초보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전문가 수준에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비판했다.서울성모병원 최준일 영상의학과 교수는 "일상 업무에서 꼭 쓰고 싶을만큼 유용한 AI 기술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연구에서는 AI를 쓰는 과정 자체가 디지털 피로와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 AI 사용이 오히려 의료진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데이터 표준화'의 벽을 꼽았다.박진식 이사장은 "현재 영상 의료 분야는 글로벌 표준인 다이콤(DICOM) 규격을 통해 데이터가 통일돼  AI 솔루션의 개발 및 적용이 비교적 원활하다"며 "국내 대부분 병원이 이 표준을 채택하고 있어 영상 기반 AI 기술은 활발하게 연구 및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반면, 의무기록(EMR)이나 검사 결과, 임상 수치 데이터 등 비영상 의료 데이터는 아직까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병원마다 자체적인 기준과 형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어, 하나의 AI 솔루션을 여러 병원에 적용하려면 각각의 데이터 형식에 맞춘 별도의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개발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규격화를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며, 실용화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박진식 이사장은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이미 활발하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은 표준안을 마련해 의료 데이터 교류 방식을 통일하고, 해당 표준을 따르지 않는 병원정보시스템은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표준조차 확립되지 않았다"며 "관련 논의와 시범 사업은 진행되고 있으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의료 AI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강제력을 갖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데이터 표준화와 더불어 병원과 AI 개발 업체 간의 협력 체계 미비 또한 의료 AI 확산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일산백병원 신성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지만, 다른 병원과 협업을 시도하려 할 경우 각종 행정 절차와 승인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토로했다.그는 "심지어 개인적으로 인맥이 있는 병원과 협업을 추진할 때조차도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 DUA(데이터 사용 계약) 체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서 연구자 입장에서도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고 밝했다.이어 "하물며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훨씬 더 높다"며 "데이터는 병원에 있고, 기술은 업체에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울성모병원 최준일 교수 또한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시스템으로 큰 의료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표준화가 되지 않았고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데이터를 익명화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 AI 사업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데이터 표준화와 더불어 병원과 AI 개발 업체 간의 협력 체계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선진입제도, 수익만 남고 혁신은 빠져…"퇴출 기준 시급"정부가 의료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선진입, 후평가' 제도가 유능한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지적도 나왔다.초기 취지는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퇴출 기준'이 부재해, 현장에서 사용되기만 하면 성과 검증 없이도 비급여 형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박진식 이사장은 "진입은 쉽게 열어줬지만, 일정 기간 내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이를 입증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퇴출시킬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너무 느슨하다"며 "결국 기술력보다는 영업에 강한 기업, 단기 수익을 노리는 업체들이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보다 수익 모델에 집중하는 기업들을 양산하고, 실제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은 '기술로는 안 된다'는 자괴감을 느끼고 사업 방향을 바꾸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의료전문가들은 활발한 기술 발전을 위해 선진입 제도 폐지가 아닌 명확한 퇴출 기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박진식 이사장은 "선진입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보다는 진입 이후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효과를 증명할 수 있도록 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기준 미달일 경우에는 과감히 퇴출시킬 수 있는 선명한 제도적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최준일 영상의학과 교수 또한 "퇴출 없는 선진입 제도는 열심히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보상받는 구조가 아닌 수익을 쫓는 기업들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선진입 자체가 우선 도입 후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면서 효과를 판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후속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준일 교수는 "AI 도입 재원을 산업부나 국가 R&D 재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AI 확산 가로막는 '수가 장벽'…국가 재정 투자 목소리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에 맞는 수가 인정 및 재정 부담 등 역시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최준일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료AI 확산과 관련해 비용적 문제를 환자 개인 부담이나 건강보험이 아닌 국가적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현재 대부분의 AI 소프트웨어는 진단의 정확성을 다소 향상시키는 수준으로 병원 입장에서 추가 비용을 들여 도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이러한 여건 속에서 건강보험 등재는 극히 낮은 수가로 제한되고, 그 외에는 대부분 비급여 형태로 환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AI가 정말 개인 환자에게 그만큼의 돈을 낼 가치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환자 부담만 키우는 채용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최 교수는 "AI 도입 목적이 단순한 의료 보조가 아닌 산업 육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있다면, 그 재원 또한 건강보험이나 개인 환자 부담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투자나 별도의 산업 펀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산업 성장을 위한다면 재정 부담은 복지부가 아닌 산업부나 국가 R&D 재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신성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의료 AI 수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수가를 청구하는 방식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로서 AI를 활용하는 경우"라며 "후자의 경우엔 별도 수가 없이 병원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그는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촉진하려면 생산성 향상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며 "예컨대, 현재는 일정 진료량을 넘기면 수가가 깎이는 규정이 있지만, AI를 활용해 효율이 높아졌다면 그만큼 더 진료하고도 정당한 수익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결국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면 병원은 스스로 AI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와 인센티브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7-01 05:30:00제도・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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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막투석 소멸 카운트다운…'월 40만원 관리료' 해법될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복막투석은 의료진 사이에서 민감한 뇌관 중 하나다. 병의원에서 혈액투석실을 운영하는 개원의 입장에선, 복막투석을 확대하자는 학회의 주장이 현실을 외면한 구호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반대로 학회 역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의료 지속가능성과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복막투석 활성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정작 회원들 사이에서 합의된 목소리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결국 고령화와 말기 신장병 환자 급증에 따라 '해야 하는 것(복막투석)'과 '하고 있는 것(혈액투석)' 사이의 간극이 10년 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복막투석의 현실을 만들어낸 셈이다.이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학회 임원이자 개원의라는 '중복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시선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이자 대한투석협회 사업이사, 대한신장학회 일반이사, 동시에 부산에서 개원 중인 이동형 이사(범일연세내과). 그는 일선 현장과 학회 정책의 간극을 누구보다 절실히 체감하는 위치에 있다.그에게 최근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으로 떠오른 '투석 관리료' 정책 수가 신설 방안의 의미와 정책 설계, 기대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관리료 '월 40만원' 제안…복막투석 심폐소생 가능할까복막투석의 장점이 거듭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혈액투석이 압도적으로 선택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혈액투석은 수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복막투석은 환자 스스로 시행하는 치료라는 이유로 의료진의 관리 행위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대한신장학회 태스크포스와 재택의료학회는 공동으로 '복막투석 재택치료 관리료' 카드를 꺼내들었다.핵심은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도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비대면 기반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정책 수립 초기부터 제안에 관여해온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이자 신장학회 일반이사인 이동형 이사는 제안의 배경과 구조를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이동형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그는 "복막투석은 환자가 매일 집에서 직접 시행하는 치료지만, 그렇다고 병원 밖에서 의료진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즉각 의료진의 조언과 개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 모든 관리가 무보수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혈액투석은 환자 1인당 월 12~13회 시술을 기준으로 청구금액이 월 200~250만원, 연간 기준으로 3000만원을 웃돌지만 복막투석은 환자가 스스로 시행하는 탓에 의료진의 수가는 잡히지 않는다.이동형 이사는 "혈액투석 장비, 시설비,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선 수가가 없는 복막투석을 권유할 이유도, 유인도 없다"며 "이에 재택 투석이 활성화된 해외 제도를 벤치마킹해 복막투석 재택 관리료 개념으로 월 40만원의 정책 수가 신설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왜 '40만원'일까. 이는 단순한 추산이 아니라, 복막투석의 비용 효율성과 일본의 정책 사례를 반영한 결과다. 그는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환자 1인당 월 최소 35만원에서 38만원까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용역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정책 수가를 설계했고, 일본에서 재택 투석 관리료로 책정된 12만엔(한화 약 113만원)도 참고했다"고 밝혔다.복막투석 관리료는 단순한 모니터링 수가가 아니다. 이동형 이사는 "이 수가에는 복막투석 앱 기반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 개념까지 포함돼 있다"며 "응급실에 영상의학과가 언제든 대기하듯, 복막투석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면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일본은 복막투석 환자의 응급 상황을 대비해 영상통화나 메시지 기반 실시간 상담 시스템을 운영한다.■"인슐린 용량 계산보다 복잡한 복막투석…관리료 필요성 충분"복막투석은 시작 초기에 반복되는 돌발 상황과 복잡한 판단 과정은 환자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게의 경우 적절한 관리와 조언 없이 복막투석을 시작한 환자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병원 기반의 혈액투석으로 전환한다.이동형 이사는 "복막투석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용량 계산보다 더 복잡하다"고 단언했다.그는 "혈액투석은 병원에 와서 의료진이 모든 과정을 대신 해주지만, 복막투석은 환자가 직접 투석 주기와 농도, 투석액 교체 방식까지 모두 조정해야 한다"며 "환자가 식사를 많이 했는지, 몸무게가 얼마나 변했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투석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복막투석 초기 1~2년차 환자에게는 사소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배액이 덜 나오거나, 투석액 색깔이 붉거나 뿌옇게 변하거나, 카테터 위치 이상 등은 의료진의 판단 없이 대응하기 어렵다.이동형 이사는 "실제로 주 단위, 심지어 하루 단위로도 의료진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며 "복막염처럼 심각한 합병증이 아니어도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관 막힘, 재수술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야간에 피가 섞인 투석액이 나왔는데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모른다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현재 구조에선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불편함이 결국 환자의 혈액투석 선호도로 이어지게 된다.관리료가 국가 예산에 큰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절감책에 가깝다.그는 "현재 복막투석 환자가 약 4700여 명이고, 1인당 연 480만원 수준의 관리료가 책정돼도 전체 예산은 250억원 정도"라며 "이는 조 단위의 건강보험 지출 속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그는 "복막투석 관리료가 정책화되면 기대되는 효과는 명확하다"며 "혈액투석 환자 중 단 5%만이라도 복막투석으로 전환한다면 그 절감되는 비용 효과는 250억원을 훨씬 웃돌 뿐 아니라 지금처럼 환자 혼자 모든 걸 판단하다가 포기하고 혈액투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동형 이사는 복막투석 관리료 신설은 단순한 수가 신설 논의가 아니라 치료 옵션을 제도권 내 유지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복막투석은 초보 운전과 같아 처음에는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충분한 백업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월 40만원 수준으로 관리료를 책정하고, 시간이 지나 환자가 익숙해지면 재평가를 통해 금액을 조정하는 식의 유연한 제도를 남인순 의원실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즉 관리료 신설은 복막투석이라는 치료 옵션이 제도권 내에서 살아남고, 활성화되기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 비용인 셈이다.■복막투석 강제 전환한다? "개원의들 오해 산적"복막투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사이에서도 뚜렷하다.이동형 이사는 "일부 개원의들은 학회가 내세운 '2033년까지 복막투석 33% 확대'라는 말을 듣고, 일부 해외 국가들처럼 정부가 혈액투석을 억제하고 복막투석으로 강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이는 완전한 억측이자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학회가 말하는 33%는 강제가 아닌, 복막투석이라는 치료 옵션이 사라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마련하자는 의미라는 것. 신장학회가 내세운 '복막투석 33% 확대' 구호는 선언적인 목표에 가깝다.이 이사는 "관리료를 중심으로 재택 복막투석, 재택 혈액투석, 신장이식 등 재택 치료 전체를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특정 방식의 일방적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10년 내 12%로 비중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혈액투석 장비와 시설비, 직원 채용 등을 투자한 의료진들에게 관리료 신설이 유인책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이와 관련 이동형 이사는 "본질적으로 재택 치료 확대는 혈액투석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개념"이라며 "앞으로 투석 인구가 폭증할 것을 고려하면, 복막투석과 같은 대체 모달리티 없이는 누구도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실제로 현재 혈액투석 환자는 지난 10년간 두 배가 늘었고,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 후에는 25만명에 이를 수 있다.이 이사는 "이미 연간 3조 2천억원에 달하는 투석 관련 진료비는 앞으로 6조, 7조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혈액투석만으로는 시스템이 버틸 수 없다"며 "복막투석은 단지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라, 전체 투석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안전밸브"라고 강조했다.그는 "복막투석을 모든 환자에게 권하자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재정적으로도, 인력 구조적으로도 현행 투석 제도는 한계가 분명한데 복막투석은 그걸 보완하는 선택지이고, 지금은 그 선택지를 지켜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5-06-27 05:30:00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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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사라진다"…복막투석, 왜 한국만 외면하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0년 안에 복막투석이 사라질 수 있다."신장내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최근 이 같은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투석 방식 중 하나인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자가 관리가 가능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투석 환자의 불과 5%만이 선택하고 있다.이마저도 투석 관련 의료행위 수가가 전무해 의료기관에서 외면받는 실정을 감안하면 수치가 더 줄어 실제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현재 수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복막투석은 10년 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제도적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혈액투석 대비 예후는 물론 비용 대비 효과성까지 좋아 해외 주요 나라에선 복막투석 선택 비중이 50%를 넘기기면서 한국에서만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복막투석 현황 및 해외 제도 현황 비교를 통해 개선안을 찾아봤다.■예후 뛰어난 복막투석, 한국만 외면하는 이유는?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 방문해 기계로 혈액을 정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복막투석은 복강 내에 카테터를 삽입해 복막을 여과막으로 활용하며, 환자가 스스로 하루 4회 이상 복강 내에 투석액을 교환하거나 야간자동복막투석기를 사용하는 자가치료 방식이다.복막투석은 ▲병원 방문 최소화 ▲잔여 신기능 유지율이 높음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음 ▲어린이 및 고령 환자에게 유리 ▲직장생활·학업 병행 가능의 장점이 있는 반면 복막염 등 감염 위험, 자가 관리에 대한 부담, 복막 기능 저하로 인한 장기 유지 한계, 초기 교육과 관리의 어려움도 뒤따른다.말기콩팥병 환자의 유병률 현황. 전체 환자는 2010년 5만 8860명에서 2022년 13만 4826명으로 12년간 2.3배가 증가했고 혈액투석 비중 역시 덩달아 상승했지만 복막투석 비중만 감소했다.(출처 :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 2024)특히 병원을 매일 찾을 필요가 없어 환자 입장에선 활동 및 시간의 제약을 줄여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편익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복막투석은 비용이 저렴해 혈액투석 대비 예후 면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2010년 미국 NIH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성인 환자군에서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오히려 생존율이 높았고, 그 외 대부분의 환자군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국내 대한신장학회 ESRD 코호트 분석에서도 "복막투석은 장기 생존율이 혈액투석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고, 초기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률이 더 낮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외면받는 현실은 수가 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매일 병원에 와서 투석하는 환자에 비해 관리 수가가 없어 복막투석 환자가 많아질수록 병원은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 의료진이 굳이 복막투석을 안내하고 권유할 동기가 없다는 뜻이다.황원민 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는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행위 수가는 사실상 0원"이라며 카테터 삽입이나 교육, 복막염 발생 시 대응까지 병원이 감당해야 할 일은 많은데, 별도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그는 "복막투석을 지속하기 위한 간호사 인력이나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종별을 불문하고 복막투석을 꺼리는 분위기는 의료진의 선호도에게 기인한 것이 아닌 제도적,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복막투석이 싸다고 해서 예후가 나쁜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알려주고 환자의 선호도, 개별 상황에 맞게 선택하게 해야 한다"며 "적절한 교육과 관리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의료진이 이를 안내하기에는 유인책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대한신장학회는 '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2033년까지 예상 만성콩팥병 환자 10% 감소,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비율의 33%까지 증가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정책적 지원없이는 33% 달성은 커녕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학회 측의 판단이다.대한신장학회는 '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2033년까지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비율의 33%까지 증가 목표를 내세우면서 실천 방안의 한 축으로 '정책'을 제시했다.■초고령사회, 투석 비용 폭증…방치 땐 강제 전환 불가피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복막투석 외면'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 가능하냐는 점이다.한국은 올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동시에 만성콩팥병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대한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하는 신규 환자는 매년 1만 명 안팎으로 늘고 있으며, 전체 투석 환자는 10년 사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문제는 혈액투석 1인당 월 200~3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의료비다. 환자 본인의 부담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복막투석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현재처럼 외면받는다면, 결국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황원민 홍보이사는 "자발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미래에는 의료재정 고갈로 인해 환자들에게 강제적인 복막투석 전환이 통보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실제로 복막투석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반면 홍콩은 전체 투석 환자의 75%가 복막투석을 선택하고 있고, 멕시코는 55%, 뉴질랜드는 32%, 캐나다도 20% 이상이 복막투석이다.이같은 차이는 국내외 투석 관련 수가 정책의 이질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홍콩은 정부가 'PD First 정책'을 채택해, 의료기관이 복막투석을 원칙으로 우선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가 복막투석 환자에게 투석액, 장비, 간호 지원 등을 제공하고, 병원에는 행위 수가를 책정해 인센티브를 준다. 이는 복막투석의 생존율과 사회적 수용률 모두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뉴질랜드 역시 복막투석 전담간호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가 관리 능력을 키우는 구조를 국가가 지원한다. 복막투석을 민간 영역에 맡겨놓고 방치하는 한국과는 상반된다는 것.■"살릴 생각이 없다면 진짜 사라진다"복막투석은 만성질환 관리의 이상적인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다. 우선 환자가 자율적으로 치료를 수행함으로써 '자가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경제 활동 영위를 가능케한다. 이는 모든 만성질환 관리의 기본이자, 의료 자원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2022년 기준 말기콩팥병 환자의 84%가 혈액투석을 시행하고 있다. 2006년 28%의 비중을 차지했던 복막투석은 2022년 6%로 주저앉았고, 이 같은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10년 내 2% 내지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출처 :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 2024)또 복막투석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도서 지역 등에서 유일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이 방식이 사라진다면, 일부 지역 환자들은 투석 자체를 포기하거나 장거리 이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1인당 연간 30~50%가량 비용이 낮다. 보건의료 재정이 팽창하는 지금, 복막투석을 유지·확산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지속 가능성 확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국내에서 수도권 일부 병원에서도 복막투석 신규 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복막투석의 소멸 방지를 위해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와 같은 ▲복막투석 교육 및 유지 관리에 대한 별도 행위 수가 신설 ▲복막염 등 합병증 대응 수가 마련 등 '마중물'을 촉구하고 있다.이와 관련 이동형 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범일연세내과)는 "15년 전만 해도 복막투석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제도적 미비 등으로 인해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이를 안내할 유인책이 없어 복막투석이라는 옵션에 대해 환자도 모르고 일반인들은 더더욱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혈액투석 환자가 10년 새 2배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13만명의 환자가 2033년에는 25만명으로 급증할 수 있다"며 "투석에 따른 건보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 다른 질병에 책정된 수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이어 "혈액투석이 사멸되는 경우 복막투석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치료 옵션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생계로 인해 생업 활동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복막투석은 옵션이 아닌 필수재에 가깝고, 복막투석이 사회적 비용 감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06-26 05:30:00연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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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형 당뇨병 완치 꿈 아니다"…ADA가 보여준 미래 비전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921년 인슐린이 발견된 이후 100여년간 1형 당뇨병의 치료는 '주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주사하거나 펌프를 통해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그러나 이번 ADA 2025에서 발표된 연구는 그 틀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줄기세포로 만든 인슐린 분비 세포를 인체에 이식해, 외부 인슐린 없이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치료법이 실제 환자에게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이는 단순한 치료 혁신이 아니라,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1형 당뇨병의 완치 가능성을 논의의 장으로 다시 끌어올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임상의들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당뇨병 치료의 중심이 전통적인 혈당 조절에서 체중 관리로 옮겨가는 추세 속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 축으로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단순한 혈당 측정을 넘어 행동 변화까지 유도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흡입형 인슐린이라는 새로운 전달 방식의 가능성, 발병 이전부터 제1형 당뇨병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은 당뇨병 치료의 개념을 '사후 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치료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존재로 부상하는 가운데 그 단면을 드러내는 주요 연구를 정리했다.■줄기세포로 췌장 기능 살려낸다…완치에 한발이번 ADA 2025에서 발표된 두 건의 줄기세포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 치료에서 기술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두 연구 모두 주사 인슐린에 의존하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 내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치료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당뇨병 치료법과는 궤를 달리한다.20일 공개된 연구는 세계 최초의 동종(allogeneic) 줄기세포 유래 완전 분화 인슐린 생성 췌도세포(islet) 치료제인 'VX-880'(Zimislecel, 지미슬레셀)의 임상 1/2상 FORWARD 연구다(DOI: 10.1056/NEJMoa2506549).이 연구는 제1형 당뇨병으로 인해 저혈당 경고 감각이 손상된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모든 참가자는 VX-880 세포를 간문맥을 통해 간에 이식받았다.이식 후 참가자 전원에서 내인성 인슐린 분비 회복(C-펩타이드 검출), 심각한 저혈당 사라짐, A1C 7% 이하 유지 및 혈당 목표 범위 도달율 70% 이상이라는 치료 목표를 달성했다.버텍스사가 개발중인 지미슬레셀 임상 파이프라인. 1형 당뇨병  환자에서 파괴된 인슐린 생성 세포를 대체하는 혁신적인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특히 외부 인슐린 사용량은 평균 92% 감소했고, 12개월째에 10명은 완전히 인슐린 투약을 중단, 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가 보조요법이 아닌 '기능 회복' 중심의 치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부작용은 기존 면역억제제나 이식 시술에서 관찰되는 수준 이내로, 새롭게 우려되는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23일 발표된 연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회피 기능과 안전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줄기세포 유래 인슐린 생성 세포(SC-islet)를 다뤘다.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hESC)에 8개의 면역 보호 유전자를 삽입해 이식 후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했고, 동시에 Ganciclovir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활성화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해 비정상적 세포 증식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실험실 배양 단계에서는 이 SC-islet가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했고, 다양한 면역세포와의 공배양 실험에서도 면역반응을 억제해 생존했고 킬 스위치도 정상 작동해 안전성이 확보됨을 보여줬다.이 두 연구는 당뇨병 치료에서 기술의 역할이 단순한 모니터링이나 투약 편의성을 넘어서, 치료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VX-880은 환자의 췌장을 대신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을 줄기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증거이며,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연구는 면역억제제 없이도 이식이 가능한 미래형 치료의 기반을 제시한다.당뇨병학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망한 사람의 췌장에서 분리한 췌도세포를 생존 환자에게 이식하는 췌도이식이 있었지만 1명당 2~3명 기증자 췌장이 필요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FORWARD 임상은 기증자 없이 배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외 연구진 모두 관심을 가지는 연구"라고 말했다.그는 "다만 아직은 1/2상 임상에 그치기 때문에 과연 장기적으로도 인슐린을 생산하는 능력을 유지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식 후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지속 투약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췌도이식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 차세대 대체 치료법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과거에는 당뇨병이 평생 주사와 혈당 측정을 반복해야 하는 질환이었다면,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완치에 근접한 상태'를 기대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정밀치료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췌도 베타세포 망가지기 전 조기 개입…핵심은 'AI'새로 발표된 두 건의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의 임상적 발병 전 조기 위험 감지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기존에는 당뇨병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췌도 베타세포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지만, AI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 모델들은 의료청구 및 실험실 검사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을 분석해 최대 1년 전, 심지어 무증상 단계에서 위험군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첫 번째 연구는 연령대별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0~24세와 25세 이상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의료 보험 청구 내역과 인슐린 사용 기록, 연속 혈당측정기 사용 기록 등을 활용해 제1형 당뇨병 확진 환자를 정의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한 결과 기존 스크리닝 방법 대비 더 높은 민감도(젊은층 약 80%, 성인 92%)와 낮은 위양성률을 보였으며, 위험군을 최대 12개월 이상 조기에 식별할 수 있었다.두 번째 연구는 미국 대규모 의료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 9만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와 250만명 이상의 비환자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했다.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은 BERT 모델이 80%의 정확도로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예측했고, 특히 기존에 제2형 당뇨병으로 오진된 환자 29%를 조기에 올바르게 분류해 진단 오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CGM, 단순한 혈당 측정기 아냐…생활습관 개선 유도덴마크 연구팀의 CGM(연속혈당측정기) 관련 임상은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단기적인 CGM 사용이 행동 인식과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한 연구다.연구는 덴마크 내 20개 도시에서 인슐린 비투여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인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참가자들에게 최대 14일간 CGM 기기 1개만을 제공하고, 설치 시 매우 최소한의 설명만 제공한 후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후 2주 후와 3개월 후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 경험과 행동 변화에 대해 평가했다.2주차 설문에 응답한 724명 중 80%가 CGM이 매우 유용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했다고 응답했으며, 당뇨병 진단 5년 미만인 그룹은 더 자주 혈당을 스캔했고, 음식 종류(88% vs. 78%), 양(80% vs. 60%), 운동(65% vs. 55%)에 따른 혈당 반응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을 보였다.3개월 후 설문에서도 절반의 참가자가 CGM 사용 당시 깨달은 내용을 토대로 생활 습관을 계속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죽 기술의 복잡도나 교육의 수준과 무관하게 CGM이라는 디지털 도구가 환자 스스로 자기 혈당 패턴을 이해하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학습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특히 의료진의 개입 없이도 짧은 기간 내에 스스로 피드백을 얻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헬스 기술이 지속적 질병관리가 아닌 행동 변화의 촉매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편의성 넘어선 기술, 순응도·예후에도 관여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조기 진단과 환자 행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CGM(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이 편의성을 넘어 생활습관 개선 등 예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 가정용 알부민뇨 검사 관련 임상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단백뇨 검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대규모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지난 1년간 단백뇨 검사를 받지 않은 4,000명의 고위험군 환자(당뇨병 또는 고혈압 보유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Minuteful Kidney'라는 스마트폰 연동 자가 검사를 제공한 결과, 일반 진료를 받은 대조군보다 검사 완료율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53.1% vs. 21.2%).특히 고혈압만 있는 집단에서 검사율 향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단백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신장내과 및 기본 진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RAS 억제제 등 치료 처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이어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임산부를 위한 자동 인슐린 주입(AID) 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관심을 끌었다.캐나다와 호주 14개 병원에서 진행된 이 다기관 임상시험은 기존 인슐린 주사나 일반 인슐린 펌프 대비, AID 기술(탠덤 X2 + 컨트롤-IQ + Dexcom G6)을 활용했을 때 임신 중 권장 혈당 범위(63–140 mg/dL) 내 체류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더 길고, 고혈당 노출 시간은 약 11.5%P 더 낮으며 저혈당 시간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이 시스템은 현재 시판 중이나 임신 중 사용은 아직 공식 승인되지 않은 상태로,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 당뇨병 환자를 위한 AID 기술의 적응 확대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이 두 연구 모두 당뇨병 치료에서 디지털 헬스 기술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질환 조기 발견, 치료 순응도 향상, 예후 개선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수단임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2025-06-25 05:30:00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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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축 이동하는 당뇨병 치료…"혈당에서 체중으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당뇨병 치료의 중심이 혈당에서 체중으로 옮겨가고 있다."올해 ADA 2025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GLP-1 유사체에서 시작된 체중 감량 약물의 흐름이 GIP, PYY, AMPK 등 새로운 타깃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기존 치료제와의 비교 우위를 입증하려는 대형 연구들이 줄줄이 발표된 것.특히 과거 혈당 조절의 부가 효과로 여겨졌던 체중 감량이 이제는 '1차 치료 목표'로 격상되면서, 제2형 당뇨병 치료 전략 전반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ADA가 이번 연례회의를 통해 공개한 최초의 '과체중·비만 치료 진료지침'은 이런 맥락을 잘 보여주는 대목.새로 공개된 PATHWEIGH 연구도 특정 약물이나 시술 중심이 아닌, 기존 진료 시스템 안에서 체중 중심 접근을 체계화한 '진료 방식 개입'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역시 혈당에서 체중의 당뇨병 치료의 중심 이동을 보여준다.ADA 2025에서 발표된 주요 비만 치료제 임상 결과와 함께, 혈당 조절 그 이상을 요구하는 현장 변화의 흐름을 짚었다.■치료 아젠다 혈당→체중으로…과체중·비만 지침 첫 선ADA 2025에서 공개된 '과체중 및 비만 치료를 위한 첫 번째 진료지침(Standards of Care)'은 당뇨병과 비만의 경계를 허무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적인 이정표로 주목받았다(doi:10.1136/ bmjdrc-2025-004928).2012년 미국의사회(AMA)가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공식 인정한 이후 10여 년 만에,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비만 자체를 치료 대상으로 명시하고 별도 진료지침을 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는 당뇨병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비만을 '동반 질환'이 아닌 '주요 치료 타깃'으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며, 혈당 중심 치료에서 체중 및 대사 전반으로 치료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제도적으로 천명한 조치다.ADA는 최초로 과체중 및 비만 진료 지침을 마련하며  혈당 조절의 부가 효과로 여겨졌던 체중 감량이 이제는 1차 치료 목표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지침은 ▲비만의 척도로서의 BMI ▲영양, 신체 활동 및 행동 치료 ▲약물 요법 ▲체중 감량을 위한 의료 기기 ▲대사 수술까지 포괄하고 있다.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하버드의대의 파티마 스탠포드 박사가 의료현장에서 만연한 체중 낙인(weight stigma)과 치료 접근성 격차를 지적하며,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진료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어 웨일코넬의대 루이스 아론 박사와 ABOM의 김벌리 구드준 박사는 GLP-1 계열을 중심으로 약물, 수술, 내시경 시술 등 다층적 치료 옵션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음을 소개하며, 단순한 생활습관 교정에만 의존했던 과거 비만 관리의 한계를 지적했다.의료진 교육 부족 또한 지적됐는데, 북미 전체에서 비만의학 전문의는 1만여 명에 불과하며,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비만 진단과 상담조차 꺼리는 현실이 과제로 남아 있다.이번 발표는 비만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이며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인식 전환을 학술적·제도적으로 공고히 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혈당 수치를 넘어서 '비만 자체의 적극적 치료'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ADA 2025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약물 없이도 체중 낮춘다…PATHWEIGH 연구 공개이번에 공개된 PATHWEIGH 연구는 비만을 '진짜 질환'으로 인식, 진료 시스템 안에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차의료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이 연구는 특정 약물이나 시술 중심이 아닌, 기존 진료 시스템 안에서 체중 중심 접근을 체계화한 '진료 방식 개입(care delivery intervention)'으로, 27만 명에 달하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돼 18개월간 평균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인구 집단 단위에서 평균 체중을 2.37kg까지 감량시킨 결과를 보였다.ADA는 과체중 및 비만 치료 기준에 '체중 낙인과 편견'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며 비만학회 수준의 문제 의식 및 치료 방법론을 모색했다.이는 GLP-1 계열 신약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비만 치료에서, 일차의료 기반의 구조적 개입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PATHWEIGH는 콜로라도대학 산하 56개 외래 진료소에서, BMI 25 이상인 성인 약 27만 4천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실제 진료 기반 임상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체중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선진 문진(PVQ)과 체중우선진료(WPV)를 도입한 구조적 진료 모델이다.임상 결과 비교군인 일반 진료에서는 환자 평균 체중이 0.47kg 증가한 반면, PATHWEIGH 모델에서는 0.01kg으로 사실상 증가가 억제됐으며, 별도 인력이나 비용 없이, 전자의무기록(EHR) 시스템 최적화와 의료진 교육, 진료 흐름 개선만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점도 실용성을 더했다.이번 연구는 수백만 당뇨병 환자 대부분이 실제로 비만을 관리받는 장소인 일차의료 현장에서, 비만을 공식 진단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현실적 방법이 존재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비만 치료의 기반 확장'이라는 ADA 2025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신약후보물질 카그리세마, 비만·당뇨 동시 타깃ADA 2025에서 발표된 카그리세마의 REDEFINE 1·2 연구 결과는 비만과 당뇨병을 동시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치료 전략의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카그리세마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인 카그릴린타이드를 결합한 주 1회 이중 작용제로, 식욕 조절과 혈당 관리를 동시에 겨냥하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공개된 두 건의 3상 임상은 비당뇨 환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 각각을 대상으로 68주간 카그리세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REDEFINE 1은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 체중 관련 질환을 가진 비당뇨 성인 3,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카그리세마, 세마글루타이드, 카그릴린타이드, 위약 4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그 결과 카그리세마군은 평균 20.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치료 순응도를 고려한 분석에서는 최대 22.7%에 달했으며, 40% 이상이 25% 초과 감량에 도달했다.REDEFINE 2는 제2형 당뇨병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카그리세마와 위약을 비교한 연구로, 평균 체중 감소는 13.7%, 순응도 반영 시 15.7%로 나타났다. 두 연구 모두 주된 목표를 충족했으며,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의 위장관 증상으로, GLP-1 계열 약물에서 관찰되는 수준과 유사했다. 이번 결과는 단일 제제로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주사 대신 경구" 비 펩타이드 기반 GLP-1 유사체 등장21일 공개된 ACHIEVE-1 임상 결과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 투여 가능한 소분자 GLP-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입증했다(DOI: 10.1056/NEJMoa2505669).ACHIEVE-1은 당화혈색소(HbA1c)가 7~9.5%인 제2형 당뇨병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약 40주 동안 오르포글리프론 단독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3상 임상이다.훌리오 로젠스 박사결과적으로 HbA1c는 최대 1.6%p 감소, 체중은 최대 7.9% 감소(약 7.7kg)했으며, 환자의 65%가 HbA1c 6.5% 이하에 도달했고, 부작용 발생률도 GLP-1 계열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여 치료 순응도 측면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보였다.이번 발표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한 혈당 조절제가 아니라 대사질환 전반, 특히 비만의 치료 중심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구제 형태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주사제의 물류·보관 한계를 해결할 수 있어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상징한다.ACHIEVE-1 임상 결과를 발표한 훌리오 로젠스 박사는 "오르포글리프론과 같은 경구용 소분자 비펩타이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A1C를 6.5% 범위로 크게 감소시켰다"며 "의미 있는 체중 감소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과 일치하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초기 치료법만큼이나 널리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세마글루타이드는 주사제만? "경구제형으로 재탄생"22일 공개된 SOUL 연구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을 유의미하게 14% 감소시킨 결과를 제시하며, GLP-1 계열 약물의 경구 제형이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예방까지 포괄하는 전신 대사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DOI: 10.1056/NEJMoa2501006).이번 결과는 주사 기피로 치료 시작이 지연되는 현실에서, 경구 제형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입증된 첫 대규모 임상이라는 점에서 실용성과 확장성 모두에서 의의를 가진다.SOUL은 글로벌 3상, 위약 대조, 무작위 배정, 이벤트 기반 설계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콩팥병을 가진 50세 이상 환자 9,650명을 대상으로 평균 47.5개월(중앙값 49.5개월) 추적 관찰했다.환자들은 하루 1회 14mg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위약을 기존 치료에 추가 투여받았으며,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을 포함한 MACE 발생률을 주요 평가변수로 삼았다.그 결과,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MACE 발생은 12.0%(579명), 위약군은 13.8%(668명)로, 위험도 14% 감소(HR 0.86)라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안전성 면에서도 중대한 이상반응은 양 군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위장관 부작용 또한 경미한 수준에 머물렀다.이번 연구는 GLP-1 계열 약물이 체중과 혈당을 모두 조절하면서, 주사제에 대한 부담 없이 경구로도 심혈관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접근성'과 '예방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현실적 옵션으로 평가된다.위고비로 잘 알려진 비만신약 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 제형의 효과 및 안전성을 살핀  SOUL 임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STRIDE 연구, GLP-1 전신 대사 치료제 격상STRIDE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한 혈당 조절제 또는 체중 감량제를 넘어 말초동맥질환(PAD)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에서 혈관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DOI: 10.1016/S0140-6736(25)00509-4).PAD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앓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의 최대 30%에서 동반되는 중증 혈관질환으로, 치료 옵션이 25년간 정체되어 있었던 영역이다.STRIDE 연구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러한 환자군에서 보행 능력, 증상 개선,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질병 진행 자체를 54%까지 억제한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인크레틴 계열 약물의 치료 스펙트럼이 '혈당과 체중'을 넘어 '혈관 보호'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입증했다.임상은 총 20개국 112개 기관에서 진행된 3상, 다국가, 이중맹검, 무작위배정 연구로, 간헐적 파행 증상과 혈류 지표(ABI, TBI) 저하를 보이는 제2형 당뇨병 환자 792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세마글루타이드(주 1회)와 위약을 비교했다.그 결과, 최대 보행 거리의 기저치 대비 변화율은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1.21배, 위약군은 1.08배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효과는 당화혈색소(A1C) 수준, 당뇨병 유병기간, BMI, SGLT2 억제제 병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미했고, 치료 관련 사망 없이 안전성도 확인됐다.이번 STRIDE 결과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히 '혈당 조절제' 또는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 혈관 보호 효과까지 입증된 전신 대사 치료제로 격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ADA 2025의 전반적인 메시지가 '치료의 중심축이 혈당에서 체중, 나아가 대사 전반으로 이동 중'이라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STRIDE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표 연구로 평가된다.
2025-06-24 05:30:00학술대회
기획

미충족 수요 여전한 전립선암…영향력 커지는 ARPI 약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전립선암(Prostate Cancer)은 대표적은 남성암이면서 최근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환자 증가세가 가파른 암종이다. 실제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한 해 동안 2만 754명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21년 4위였던 남성암 발생 순위가 1년 만에 2단계 상승해 2위를 기록했다. 폐암에 이어 한국 남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으로 치료 전략 마련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 기준, 2023년 전립선암(C61)으로 요양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환자는 13만 4504명에 이른다.치료 옵션 강화 속 여전한 미충족 수요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Hormone Sensitive Prostate Cancer, HSPC)'과 '거세저항성 전립선암(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CRPC)'으로 나뉜다.아이큐비아가 국내 의료진을 통해 수집하고 있는 Oncology Dynamics data에 따르면, 전립선암으로 항암제 약물치료 받는 환자 중에서 86.7%는 HSPC이며, 13.3%는 CRPC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HSPC 환자들은 안드로겐 차단요법(Androgen deprivation therapy, ADT) 후 대부분의 환자가 1~5년 후 'CRPC'로 진행을 겪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CPRC의 경우 호르몬 치료에도 억제되지 않고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조기 단계에 질병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증상 발생을 줄이는 것이 임상현장의 주요 치료 목표다.주요 표적치료 옵션과 함께 전립선암의 치료 패러다임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재발 전이성 항암제 치료의 경우 여전히 의료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아이큐비아 데이터가 이 같은 전립선암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립선암의 가장 효과적인 약물치료에는 안드로겐 수용체 차단제(Androgen Receptor Pathway Inhibitor, ARPI)'와 ADT의 병용요법이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전립선암 치료에도 ARPI들의 허가 및 급여 확대가 이어져 항암제 약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전반적으로 호르몬 민감성 여부와 전이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내 치료제 시장의 경우 재발성 전이성 치료에는 여전히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있다는 평가다.구체적으로 '얼리다(아팔루타마이드, 한국얀센)'가 2023년 4월 '전이성 호르몬 감수성 전립선암(mHSPC)' 1차 치료에 ADT 병용으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임상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자이티가(아비라테론, 한국얀센)도 2012년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최근 1차 치료가 선별급여에서 완전급여로 전환됐다. 아이큐비아 Oncology Dynamics data 조사에서 확인된 국내 전립선암 환자 현황이다.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한국아스텔라스) 역시 2014년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적응증 허가 이후 2023년 11월 mHSPC 환자 치료에 ADT과의 병용요법이 급여로 적용받고 있다. 또 후발주자로 뉴베카(다로루타마이드, 바이엘코리아)가 최근 ADT 병용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받고, mHSPC 치료제 시장 진입을 예고하며 또 다른 경쟁체제 구축을 예고했다. 아울러 전립선암 치료 분야에 등장한 방사성 리간드 약물(Radio Ligand Therapy, RLT) 플루빅토(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 한국노바티스)도 주목해 볼만한 선택지다. 현재 국내에서는 ARPI 등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 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초기 치료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시장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60세 이상 환자 대부분, ARPI 치료시장 확대이 가운데 2024년 한 해 동안 아이큐비아 Oncology Dynamics data를 통해 수집된 항암제 약물치료 환자 중에서 전립선암 환자는 8.4%였다.해당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98%가 연령이 60대 초과 환자들로 나타났다. 이 중 76%의 환자가 70세 초과 환자들일 정도로 전립선암의 고령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동시에 74%가 HSPC였고, 나머지 26%는 CRPC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전립선암 치료에서 ARPI기전 치료제들의 활용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주목할 점은 국내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에 있어서 엑스탄디 등 ARPI 기전 치료제들의 처방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5%에 불과했던 ARPI 기전 치료제의 비율은 신규 허가와 급여확대가 맞물리며 2024년 34%까지 늘어났다. 특히 ARPI 기전 치료제와 ADT 병용요법이 대세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ADT 단독의 비율은 같은 기간 83%에서 59%로 감소해 대비를 이뤘다. 화학항암제(Chemo)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 7%에 불과, ARPI 기전 치료제의 활용 확대로 전립선암 치료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양상이다.전립선암은 차세대 표적 치료 및 새로운 치료법으로 의료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차세대 표적 치료 및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에 한창이다. 지난해 유방암 표적치료제이자 AKT 억제제인 '티루캡(카피바서팁, 아스트라제네카)'이 PTEN 유전자가 결핍된 mHSPC 환자 대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다른 암종과 달리 전립선암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로슈의 항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입센의 VEGFR-TKI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 mCRPC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립선암에서의 ARPI 기전 치료제의 대세 속에서 대안으로 여길 치료옵션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2025-06-24 05:20:00외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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