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개원가가 사직 전공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당면 현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직 전공의 진로 지원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개협은 지난 8월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진로지원TF를 구성하고 ▲사직 전공의 연수강좌 ▲사직 전공의 개원가 참관 매칭 사업 ▲구인 구직 플랫폼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사직 전공의 연수강좌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등을 통해 6번의 강의가 이뤄졌다. 또 오는 연말까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 연수강좌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개협 이성필 총무부회장은 "사직 전공의 설문조사를 통해 요청이 많은 주제를 수집해 각과 의사회에 전달했으며 이를 토대로 강의 주제를 정해 진행 중이다"라며 "매 강의 신청을 받을 때마다 공고를 내는 즉시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개협은 사직 전공의가 개원가 병·의원에서 진료를 참관하는 '사직 전공의 개원가 참관 매칭 사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모집 결과 개원의 115명과 사직 전공의 843명이 지원해, 이중 개원의 77명과 사직 전공의 160명을 1차적으로 매칭했다는 설명이다. 오는 2차 매칭에서 386명의 사직 전공의의 지원을 받아, 이들을 지역·전공별로 분류해 추가 매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개협은 이 사업을 통해 전공의들의 개원가 진료·술기 경험하는 것에 긍정적이며, 추가 매칭을 원하고 있다는 미담 사례를 전했다.
대개협 박근태 회장은 이 같은 사업을 통해 개원가가 후배 의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의협신문을 통한 구인 구직 플랫폼은 이달 중순 완성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업을 진행하며 사직 전공이 선생님들과 가장 많이 대화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다. 본래 사직 전공의는 전문의 따려고 했던 사람들이다"라며 "하지만 이들이 내년에 돌아갈지 내후년에 돌아갈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어서 뭐라도 배우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환자를 보지 못하던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 참관 매칭 사업으로 환자를 보니 너무 좋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라며 "다만 이들이 돌아가려면 의료가 정상화가 돼야 하는데 그게 언제일지 기약이 없다. 이 때문에 교육뿐만 아니라 구인 구직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이어 개원면허제, 혼합진료 금지 등이 담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추진되면서 전공의 복귀가 더욱 요원해졌다는 게 대개협의 우려다. 이는 의사와 환자의 선택권을 모두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필수의료가 강화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이를 더욱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특히 혼합진료 진료와 관련해 정부 표적이 된 정형외과와 안과에선 이 같은 무분별한 규제가 선진 의료를 가로막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은 "도수치료는 학문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치료다. 물론 미용과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등 우리가 봐도 과잉인 경우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일부 부도덕한 사례 때문에 학문적인 토대가 있는 치료에 대한 모든 환자의 선택권 뺏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은 "백내장 수술에 항상 다초점렌스가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료가 비급여라고 수술까지 비급여로 하는 건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비급여 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질환의 치료와 수술의 경우와도 일관성이 없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는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환자의 선택권을 없애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질환과 치료에 사용되는 재료를 혼동해선 안 된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다초점렌즈 분야에서 절대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없다"며 "좋은 수술이 개발돼야 선진 의료를 받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험사의 지급 제한으로 백내장 실손보험 지급 건수가 1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의료과잉 상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대개협은 올해 의협으로부터 수가 협상 권한을 돌려받은 것의 후속 조치로 보험정책단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공급자단체와 함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불공정한 협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보험정책단 강창원 단장은 "그동안의 수가협상 결론은 우리에겐 어떤 선택권도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내년 1월 공청회를 열어 이런 불공정한 틀을 어떻게 깰지 중점적으로 의논할 계획"이라며 "더욱이 물가가 5% 올랐는데 수가 인상률은 2%대다. 최소한 그 해의 물가 상승률이나 최저임금 인상률만큼은 수가가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행위유형별로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는 소위 '환산지수 쪼개기'가 예고됐는데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라며 "상대가치운영기획단에서 조정할 사안을 환산지수를 계약하는 자리에서 불공정하게 정하는 꼴이다. 이 역시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현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통령실이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대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지난 10일 토론회에서 대통령실 정상윤 사회수석이 전공의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이 충격적이었다"며 "이를 두고 '방에서 담배 피면서 왜 다른 사람들이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꼴'이라는 한 블로그의 비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면 물어라도 봐야 하는 데 정부는 대화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정 갈등 시작부터 전면에 나서서 흔들림 없이 행동하고 있는데, 대단하고 선배 의사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의협과의 단일대오 얘기가 나오는데 과연 의료계가 단일대오를 이룬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의료대란 대책이 효과가 없는 것은 2000명 의대 증원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정부가 이를 해결할 자세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행동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들을 돌아올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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