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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 임상 위상..."수 년간 임상시험 없을 것"

발행날짜: 2024-10-14 05:30:00 업데이트: 2024-10-14 08:28:33

암 연구 매진해온 차용준 교수 IMBdx 이사로 인생 2막 열어
임상하고 싶어 왔는데..."임상관련 업체들도 직격탄 맡을 것"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국립암센터에서 암 연구와 임상진료에 매진해왔던 신진의학자 차용준 교수가 정밀의료 액체생검 플랫폼 업체 'IMBdx(아이엠비디엑스)'로 자리를 옮겼다.

전도 유망한 주니어 스텝에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대증원 사태로 시작된 의료대란은 무력감을 안겨줬다. 임상연구를 하고 싶어 교수의 길을 택한 그에게 지난 8개월은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국립암센터 차용준 교수는 정밀의료 액체생검 플랫폼 업체 IMBdx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의료대란, 임상시험 불가능한 의료현실…비전 잃어"

"전공의를 대신해 병동 환자 케어와 동시에 월 6회 당직근무를 하던 어느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직근무로 임상연구도 중단하고 20년전 배운 것만 소모하며 진료하는 일은 더 이상은 지속하기 힘들었다."

차 교수는 진료는 힘들어도 매일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왔다. 하지만 의료대란으로 임상연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현실적 한계에 부딪쳤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은 명실상부 임상시험 1위 국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번 의료대란 이후 다국적 임상시험이 상당수 끊기거나 신규 등록이 급감하면서 순위가 떨어질 위기다.

"임상시험은 한번 시작하면 3~5년, 길게는 10년을 지속한다. 그만큼 안정적인 의료환경이 중요한데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 한국 의료현실은 내년도 내후년도 예측불가능한 상태다. 더 이상 임상시험을 맡기기 어려워졌다."

학술적 성격으로 진행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도 마찬가지다. 차 교수는 올해초까지만 해도 일본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지난 2월 의대증원 사태 이후 흐지부지 됐다.

코로나19 당시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보람으로 버텼지만 '목표'가 흔들리고 '비전'이 사라진 상황은 그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최소 몇년간 임상연구를 지속할 수 없는 의료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당장 내년에 인턴이 없는 것은 확실하고, 전공의 복귀도 불투명하다. 복구 불가상태다."

그는 임상연구 혹은 임상시험에 차질이 생기면서 연쇄적으로 나타날 문제점도 언급했다. 임상시험 관련 CRO업체, 임상연구간호사, 국내 임상시험을 추진했던 바이오업체 등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환자 입장에선 과거 임상시험을 진행함에 따라 임상 혜택을 누렸던 치료의 기회를 잃게 됐다.

"미국과 경쟁…연구 최전선 경험하고파"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인데 시간을 낭비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현장에선 임상연구를 할 수 없으니 새롭게 배우면서 연구를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답답한 상황'에서 '비전'을 찾은 차용준 교수는 10월부터 '이사'라는 직함으로 정밀의료 액체생검 플랫폼 업체 'IMBdx(아이엠비디엑스)'에서 인생 2막을 열었다.

차용준 이사는 미국과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의 최전선에 뛰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태유 교수(전 암병원장)가 대표로 액체생검 기반 초정밀 암 정밀의료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암 연구에 매진해온 그에게는 도전해 볼 만한 분야인 셈이다. IMBdx 기업 입장에선 혈액종약 분야 신진의학자를 영입하면서 연구의 깊이를 더하게 됐다.

그는 혈액 유전자 검사를 임상적 관점에서 R&D 연구를 진행하는데 관여하고 있다. IMBdx의 원천기술은 크게 3가지. ▲혈액으로 암환자 유전변이 진단 ▲미세잔존암 진단 검사 ▲다중암 진단 검사 등이다.

이중 혈액으로 암환자 유전변이를 진단 검사는 그가 국립암센터에 근무했을 때 임상에서 적용했던 만큼 자신있는 분야. 미세잔존암을 진단검사와 다중암진단 검사 또한 조만간 시장 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는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배울 것으로 넘쳐나는 지금이 즐겁단다.

차 이사는 세상(시장)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통해 미국과의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날을 꿈꾸고 있다. 살아있는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치료의 선택지를 확장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단다.

"논문으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시장에 제품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연구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 시장에 맞닿아있는 연구개발의 최전선에서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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