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형사처벌로 인한 위축효과가 오히려 환자 안전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면책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발생 시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의료진을 형사처벌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의료진 위축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착한법을 만드는 사람들 주최로 열린 '의료책임제한법 필요성과 문제점'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법조계 전문가들은 의료사고 형사처벌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법률자문단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딤헌)에 따르면 현재 연간 700~800건의 의료 관련 형사사건이 발생하지만, 실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연간 20여 건에 그친다. 일반 형사사건의 유죄율이 99%인 것과 비교하면 의료사고는 67%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처벌 수위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 억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형을 받는 경우는 몇 년에 한 번 있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문제는 실제 처벌 확률은 낮지만 수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최소 2회 이상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다시말해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과 무관하게 피로감이 클 수 밖에 없고 이는 진료를 위축시킨다는 얘기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심각한 기피 현상을 낳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소아청소년과. 그에 따르면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건 이후 소아과 전공의 모집률이 급락했다. 2018년 100%였던 모집률이 2023년 66%까지 떨어져 5년간 34%포인트나 감소했다. 연간 200명 가까이 지원하던 분야에서 현재는 30명 수준만 지원하고 있다.
산부인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분만 전문병원이 80% 감소해 현재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남은 병원들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응급의학과도 마찬가지다. 고위험 환자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 위험 때문에 응급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형사처벌 부담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소극적 진료와 방어진료를 하게 만들고 있다.
김성근 대변인은 "과거에는 1%라도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 법적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했지만, 이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료진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남발하거나, 고위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작용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들은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보다는 민사배상 중심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가령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은 기본적으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대신 국가나 의료계 차원에서 피해자에게 신속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있지만, 중대한 과실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일반적인 과실은 민사책임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또한 의료계는 형사면책이 의료진을 특별히 우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성근 대변인은 "의사라는 직업이 중요한 이유는 수술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진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환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단체는 의료진에 대한 무분별한 면책이 오히려 의료사고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추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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