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전공의 수련 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의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난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수련 제도'가 등장해 관심이 쏠린다.
23일 미래의료포럼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공의 수련 개혁 방안으로 모듈 기반 프리랜서형 수련 제도를 제안했다. 모듈 기반 수련 제는 특정 역량 단위의 학점 취득으로 전문의를 인증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 모듈 ▲외상센터 모듈 ▲당직 50회 모듈 등 단위별로 쪼갠 훈련 과정을 이수하면 학점이 부여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전문의 자격 심사에 응시할 수 있다. 다수의 수련병원과 단기 계약을 맺는 프리랜서 방식으로, 전공의는 다양한 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의료포럼은 전공의 제도 붕괴는 단순한 의사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언했다.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필수의료 전반의 붕괴를 의미하며,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경고다. 하지만 정부는 PA 활성화 등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정책만을 앞세우며, 정작 수련 기회 자체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이런 수련 방식은 수련기관에 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에도 유리하다는 게 미래의료포럼의 평가다. 단기 계약 기반의 순환 수련 구조로 지방병원 수련 기피 문제도 일부 해소 가능하다고 봤다.
특히 모듈 수련제에서는 빠르면 3년 내에도 전문의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반대로 육아, 병역, 질병 등으로 수련을 중단하더라도 기 이수 모듈은 그대로 인정된다. 이는 여성 전공의나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장벽을 낮출 수 있어 경력 단절 해소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래의료포럼은 수련 기간 유연화에 따른 전문성 저하 우려에는 역량 기반 평가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시간이 아닌 '능력 증명'이 핵심이라는 것.
수련병원에 귀속된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별도의 인증기구인 '전문의 수련 인증원' 설립도 제안했다. 이는 각 전문과 학회와 협력해 모듈 정의, 수련 이력 관리, 최종 자격 심사까지 총괄하는 기관이다. 일본의 전문의 기구처럼 자격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이 제도는 기존 도제식 수련과 달리 경력 인정이 가능해, 수련 중단자나 일반의의 재수련 경로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과 진료 경력 10년 차 일반의가 일부 모듈만 추가 이수해 전문의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단기 계약 방식 도입에 따른 전공의 권리 침해 우려는 나온다. 이에 표준 계약서 의무화, 모듈당 급여 하한선 설정, 병원 간 담합 방지 시스템 마련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공의 수련 포털' 구축도 언급됐다. 모든 수련병원과 모듈 정보를 공개해 전공의가 조건을 비교하고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병원 간 교육 경쟁 유도는 물론, 불공정 관행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존 연차제 수련에 체크리스트 기반 유연성을 더하는 과도기 수련안도 함께 제안됐다. 급진적 변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미이수 항목은 타 병원 파견 수련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기적 인력 공백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모듈제 도입에 대한 의료계 내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미래의료포럼은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던 구시대적 관행과 이제는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며 "모듈형 수련 제도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전공의에게 진정한 자율성과 전문성 향상의 기회를 줄 것이다. 또 국민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보장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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