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임상현장에서 항암신약의 존재감이 한층 커지면서 제약업계에서 새로운 급여 적용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에 더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장으로 여러 암종에서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소위 '적응증' 별로 약가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러한 요구들은 주로 항암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새어나오고 있지만 정작 임상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환자 관점이 아닌 기업들의 수익적인 면을 고려한 제도 개선 요구라는 이유에서다.
적응증 별 약가제도, 배경은?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러 암종에 적응증을 가진 면역항암제나 ADC 등이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되면서 같은 약이지만 적응증 별로 약가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적응증별 약가(Indication-based Pricing, IBP)는 의약품의 실제적인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가치기반 약가산정(Value-based Pring, VBP)을 더 세분화 시킨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제도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단일 약가 정책은 최초 적응증을 기반으로 약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적응증이 추가할 때마다 급여를 적용 받을 경우 영역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가령, A면역항암제가 최초 폐암에서 적응증을 획득한 뒤 위암, 유방암까지 적응증을 확대해 급여를 추진할 경우 현 제도 상으로는 임상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협상을 통해 기존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문제는 주요 면역항암제, ADC 등 여러 암종에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가 늘어나는 동시에 이에 대한 급여 적용 요구가 커지면서 현재의 단일 약가 정책으로는 이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제를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이다. 지난 8월 기준, 키트루다는 총 17개 암종에 33개 적응증에 대해 국내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지난해부터 한국MSD는 키트루다의 보험급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심평원에 총 17개 적응증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했지만,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3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를 신청한 후 올해 ▲MSI-H 위암 ▲MSI-H 담도암 ▲HER2 양성 위암 ▲HER2 음성 위암까지 4개 적응증을 추가한 상황이다.
한국MSD 측은 최근 위암을 포함한 재정분담안을 추가로 제출, 암질심 문턱을 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국적 제약업계에서는 ▲오노약품공업 옵디보(니볼루맙) ▲로슈 티쎈트릭(성분 아테졸리주맙)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더발루맙) 등 면역항암제와 엔허투(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로 대표되는 ADC,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사노피 듀피젠트(두필루맙)까지 여러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응증 별로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급여를 신청할 경우 약가인하 협상이 계속 되풀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 상으로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해외 몇몇 국가에서 도입 중인 적응증 별 약가 산정 필요성이 언급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적응증 별 약가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고.
그는 "단일 의약품이 여러 적응증을 갖게 되는 형태가 항암제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확대될 것"이라며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제약사 수익 논리? 임상 현장서는 '글쎄'
그렇다면 실제 임상현장에서 치료제를 활용하는 의료진의 평가는 어떨까.
일단 제약업계에서도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평가하며 도입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환자들의 동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제약사의 수익 논리에 따른 제도 개선 요구라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 윤신교 종양내과 교수는 "다수 적응증을 보유한 항암 신약이 늘어나면서 적응증 별로 약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임상현장의 의견보다 환자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제도 전체를 개편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쉽지 않은 문제다. 약가인하에 대한 제약사의 부담으로 전적으로 회사 입장"이라며 "적응증을 추가로 받으면서 약가인하는 피하고 급여는 신청해야 하니 나온 것 같다. 결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적응증 별 약가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이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 심평원 측은 해당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라며 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동시에 항암제에 건강보험 재정이 쏠리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평가다.
복지부 측은 "적응증별 가치를 반영하는 한국형 적응증별 약가제도 도입에 대해 신약의 접근성 확대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 나가겠다"면서도 "문헌고찰, 국‧내외 사례, 현재 약가제도 및 국민건강보험 제도 내에서 운영 가능성, 제도 도입의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응증별 실제 가격을 달리 책정한 후 보험자와 제약사회사 간에 정산하는 사후 정산 방식은 적응증별 약가 산정 방식, 보험자와 제약사 간 환급 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우선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항암제의 경우 좋은 약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비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가"라며 "최근 인공눈물 혹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치료제들의 급여기준 조정으로 재정 관리를 하고 있는데, 과연 재정을 항암제에만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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