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3년간 약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종합병원급 대학병원들은 씁쓸한 표정이다.
이번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수혜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종합병원급 대학병원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병원계에 따르면 2차 대학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사업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하다.
특히 일부 대학병원들은 분원이라는 이유로 기존에 내원하던 중증환자를 본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씁쓸함을 넘어 자괴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이를 목표로 중증환자 진료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3차병원에 준하는 중중환자 진료를 하면서도 (종별가산 등) 수가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종합병원급 대학병원들이 체감하는 불합리함을 호소했다.
그 병원장에 따르면 해당 대학병원은 타 상급종합병원 대비 더 많은 심장질환 등 중증환자 비중이 높지만 2차병원에 준하는 수가를 적용받는 게 전부다.
해당 대학병원장은 "모든 기준을 규모 등 상급종합병원에 맞추지 말고 실제 중증질환 진료 실적에 맞춰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보직자는 "극단적으로 종합병원 상위 5% 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하위권 병원보다 중증도가 높을 수 있다"면서 종합병원을 위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합병원 또한 병상 수를 줄이고 4인실로 전환하는 등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려고 예산을 투입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그는 "상급종병과 동일하게 공사를 진행하지만 규모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을 본원으로 둔 본원 대학병원은 할 말이 더 많다. 종합병원 규모의 분원이라는 이유로 중증환자를 본원으로 전원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 중에는 중증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종합병원급 분원의 중증환자를 본원으로 집중키로 지침을 정했다. 이를 통해 본원은 중증도를 올릴 수 있지만 분원 입장에선 상급종합병원에선 멀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더 문제는 중증환자를 전원 조치할 경우 분원 병원 교수입장에선 연구 논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본원을 둔 분원병원 보직자는 "수십년을 돌봤던 중증환자인데 본원으로 전원조치해야 한다니 자괴감에 빠졌다"라며 "대학병원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희귀 난치성 혹은 중증환자를 진료하면서 연구논문 작성 등에 대한 보람으로 의대교수직을 유지해왔는데 경증환자만 남으면 굳이 대학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2차 대학병원 보직자는 "향후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종병급 대학병원을 위한 지원사업도 필요하다" 면서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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