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첫 삽을 뜬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환자 수용성이 저조할 것이라 지적하며 오히려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1차 선정 기관으로 총 8곳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전북대병원 ▲중앙대병원 등이다.
해당 병원들은 병상감축 계획과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 구조전환 이행계획 수립 시 선정자문간 심의 등을 거쳐 선정됐다.
이들 병원은 안정적 구조전환을 위해 중환자실 및 입원실, 중증수술, 24시간 진료지원 등에 대한 수가를 확대 지원받는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2111병상에서 290병상을 줄여 1821병상만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북대병원 50병상, 고대구로병원 96병상, 고대안암병원 86병상, 고대안산병원 67병상, 경북대병원 34병상, 경희대병원 74병상, 중앙대병원 66병상 등을 감축한다.
중환자 및 필수의료에 집중하기 위해 병원들은 대다수가 응급·외상 전문인력뿐 아니라 배후진료를 위한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또한 응급전용중환자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음압병실 등 진료기반을 확충한다.
경증환자가 다른 상급종병으로 이송되지 않도록,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체계 또한 강화한다.
병원들은 환자의 연속성 있는 관리를 위해 의뢰결과 회신체계를 도입하고 진료협력센터 인원을 확충한다. 또한 회송 후 환자상태 변화에 따라 의뢰 시 신속예약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진료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적 의뢰 회송 수가'를 인상한다. 회송을 보내는 상급종병뿐 아니라 회송받는 진료협력병원에도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선정된 8개 병원 외에도 현재까지 총 10개의 상급종병이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주 단위로 병원을 선정하며 준비를 마친 병원에 조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 "환자쏠림 의료계 고질적 문제…단순 수가 인상으로 해결 안 돼"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이 의료계의 과도한 진료량 경쟁과 병상 확장 기조에서 벗어나 '환자 건강개선과 의료 질 제고'에 집중하는 바람직한 의료공급체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증환자 감소를 통해 밀도있는 수련 환경을 구축해 전공의에게 질 높은 수련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의료계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당장은 다방면에서 지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참여를 희망하는 의료기관이 많겠지만, 실질적으로 경증환자가 감소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A씨는 "아무리 의료기관에 지원을 늘려도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고집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응급실에 오면서 자신을 경증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는 아무도 없다. 병원이 전원하려 해도 환자 수용도가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어 오히려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3년 동안 진행하면서 예산만 10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아는데 워낙 고액이라 안정적으로 잘 이어질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은 상급종병의 구조 자체를 뒤엎기 때문에 도중에 정부가 정책을 수정하면 병원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도권의 외과 교수 B씨 또한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3분 진료 등은 아주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로 단순히 수가를 더 올려주는 방법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며 "충분한 시간 동안 숙고하고 진행돼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의대증원 사태 수습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전공의가 돌아오는 것이 의료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중증, 응급환자를 볼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전공의 복귀를 위한 환경 조성에 최우선으로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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