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이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원인 찾기에 나섰다. 여당은 현장을 이탈한 의사에게, 야당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순방했던 일을 조명했다.
지난 8월 응급의료에 문제가 없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이후 반발이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방문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방문 당시 응급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산실 시스템 장비 노후화로 인한 교체의 건으로 13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3~4% 수준인 5000만 원만 예산안에 반영했다.
더욱이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산실 장비 노후율에 따르면 기술 지원이 종료된 장비만 4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상황이다.
응급의료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다면 응급의료센터 간의 상황 공유가 어려워져 대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예산도 대폭 삭감하는 등 응급의료를 살릴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와 관련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뒷북을 치며 응급의료 현장을 다니면서 지원 약속하기 전부터 전공의들의 이탈로 이미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이었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산 시스템 노후화를 개선해야겠다는 아주 조금의 의지조차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을 내다보고 적재적소에 충분한 예산을 편성하기보다 대통령 1인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급급했던 것이다"라며 "응급의료 체계 지원 강화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의 입을 빌려, 현 사태의 원인이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있음을 피력했다. 의사이면서 2000명 의대 증원에 동의한다고 했던 주 원장의 과거 발언을 조명함과 동시에, 현 응급의료 위기가 비단 최근의 문제만은 아님을 강조하고자 하는 취지다.
앞서 주 원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연 2000명 증원은 합리적인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공공의료기관 입장에선 의사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는 이유서다.
또 간담회 개최 이유가 된 국립의료원 소속 전문의협의회 성명과 관련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지적하며, 환자를 떠나겠다는 의도라면 비이성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증원 규모는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고 결정에 이견이 있다면 정상적인 프로세스 내에서 이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김미애 의원은 "당시 원장의 말을 옮기면 의료 대란의 원인, 즉 의료 시스템 마비 상황을 정부가 주동했다는 문제 인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의료 개혁의 수단 중 하나일 뿐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인해 8개월째 의료 공백이 지속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장은 평소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강조하는데 사실상 지역에서 의사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민간이 기피하는 필수의료 등을 담당하며 지역민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료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미애 의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노후 전산 시스템 장비 교체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선 강 의원과 문제의식을 같이 했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상화 대책이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국립의료원은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여기에 대한 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
하지만 복지위 박주민 위원장은 주 원장과의 질의에서 현 응급의료 위기가 정부의 의료 개혁 이후 심화했음을 확실히 했다. 의료 대란 전 300건 정도였던 전원 요청 건수가 지난 3월 전공의 이탈 이후 77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 이는 더욱 늘어나 지난 8월 1600건을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하지만 실제 이송이나 전원이 되는 경우는 크게 늘지 않아, 요청이 들어온 건수 대비 실제 전원 되는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기에 의료 대란 이후, 즉 전공의 이탈 이후에 응급실들이 겪는 어려움이 심해진 건 맞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도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박 위원장의 질문에 주 원장은 "단일 기관이 알아서 해결하는 구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응급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연계 체계나 지역 단위의 대응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면 일단 현재 어려움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앞으로도 응급의학 전문의 수급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종 치료 영역 전문가들도 부족하긴 하지만, 이들이 더 선제적으로 응급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에 대한 기관 지정 조건 등의 제도가 유연해야 한다는 것도 현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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