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장수 아들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비가 오늘 날에 부채장수 아들이 걱정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이 걱정돼 근심이 끊일 날이 없었다는 얘기다.
요즘 대한병원협회를 보면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둔 어머니가 떠오른다.
병원계는 포괄간호서비스 확대시행을 두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즉, 대학병원과 중소병원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병원협회는 보험 및 정책위원회 합동회의를 열고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협회 입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중소병원들은 포괄간호서비스를 무리하게 확대하면 대학병원으로의 간호사 쏠림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간호등급제에 간호조무사를 포함시킬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상급종합병원이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데 사업 범위를 정해둠으로써 시행을 늦추는 효과를 내자는 안을 냈다.
중소병원 입장에선 당초 2018년 추진 예정이었던 포괄간호서비스 제도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앞당겨졌으니 걱정이 많은 게 당연하다.
게다가 간호등급제 시행으로 간호사 이탈을 경험했던 터라 그 위기감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사회적으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고 환자 만족도 또한 높으니 하루 빨리 시행해 선점할수록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나섰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단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만이 문제가 아니다.
앞서 선택진료 개편에 따른 손실액 보전책이 나왔을 때에도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는 불편한 시선이 있었다.
정부가 중증환자가 몰려있는 대학병원 중심으로 보전책을 추진하자 중소병원은 즉각 "우리도 선택진료 개편으로 손실이 있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중증도가 높은 대학병원 입장에선 반길만 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병원 측에선 "왜 우리만 차별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상황이 이러니 병협은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둔 어머니의 심정과 어찌 다를까.
병원계 한 인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20년전 병원이 잘 나갈 땐 정부 정책에 관심 없었다. 이래도 저래도 잘 되니까. 하지만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니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더라."
점차 병원 수가 늘고 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병원협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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