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인슐린이 발견된 이후 100여년간 1형 당뇨병의 치료는 '주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주사하거나 펌프를 통해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그러나 이번 ADA 2025에서 발표된 연구는 그 틀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줄기세포로 만든 인슐린 분비 세포를 인체에 이식해, 외부 인슐린 없이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치료법이 실제 환자에게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치료 혁신이 아니라,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1형 당뇨병의 완치 가능성을 논의의 장으로 다시 끌어올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임상의들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
당뇨병 치료의 중심이 전통적인 혈당 조절에서 체중 관리로 옮겨가는 추세 속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 축으로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혈당 측정을 넘어 행동 변화까지 유도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흡입형 인슐린이라는 새로운 전달 방식의 가능성, 발병 이전부터 제1형 당뇨병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은 당뇨병 치료의 개념을 '사후 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치료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존재로 부상하는 가운데 그 단면을 드러내는 주요 연구를 정리했다.
■줄기세포로 췌장 기능 살려낸다…완치에 한발
이번 ADA 2025에서 발표된 두 건의 줄기세포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 치료에서 기술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두 연구 모두 주사 인슐린에 의존하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 내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치료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당뇨병 치료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20일 공개된 연구는 세계 최초의 동종(allogeneic) 줄기세포 유래 완전 분화 인슐린 생성 췌도세포(islet) 치료제인 'VX-880'(Zimislecel, 지미슬레셀)의 임상 1/2상 FORWARD 연구다(DOI: 10.1056/NEJMoa2506549).
이 연구는 제1형 당뇨병으로 인해 저혈당 경고 감각이 손상된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모든 참가자는 VX-880 세포를 간문맥을 통해 간에 이식받았다.
이식 후 참가자 전원에서 내인성 인슐린 분비 회복(C-펩타이드 검출), 심각한 저혈당 사라짐, A1C 7% 이하 유지 및 혈당 목표 범위 도달율 70% 이상이라는 치료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외부 인슐린 사용량은 평균 92% 감소했고, 12개월째에 10명은 완전히 인슐린 투약을 중단, 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가 보조요법이 아닌 '기능 회복' 중심의 치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부작용은 기존 면역억제제나 이식 시술에서 관찰되는 수준 이내로, 새롭게 우려되는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23일 발표된 연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회피 기능과 안전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줄기세포 유래 인슐린 생성 세포(SC-islet)를 다뤘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hESC)에 8개의 면역 보호 유전자를 삽입해 이식 후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했고, 동시에 Ganciclovir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활성화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탑재해 비정상적 세포 증식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험실 배양 단계에서는 이 SC-islet가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했고, 다양한 면역세포와의 공배양 실험에서도 면역반응을 억제해 생존했고 킬 스위치도 정상 작동해 안전성이 확보됨을 보여줬다.
이 두 연구는 당뇨병 치료에서 기술의 역할이 단순한 모니터링이나 투약 편의성을 넘어서, 치료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VX-880은 환자의 췌장을 대신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을 줄기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증거이며,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연구는 면역억제제 없이도 이식이 가능한 미래형 치료의 기반을 제시한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망한 사람의 췌장에서 분리한 췌도세포를 생존 환자에게 이식하는 췌도이식이 있었지만 1명당 2~3명 기증자 췌장이 필요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FORWARD 임상은 기증자 없이 배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외 연구진 모두 관심을 가지는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1/2상 임상에 그치기 때문에 과연 장기적으로도 인슐린을 생산하는 능력을 유지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식 후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지속 투약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췌도이식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 차세대 대체 치료법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당뇨병이 평생 주사와 혈당 측정을 반복해야 하는 질환이었다면,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완치에 근접한 상태'를 기대할 수 있는 세포 기반 정밀치료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췌도 베타세포 망가지기 전 조기 개입…핵심은 'AI'
새로 발표된 두 건의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는 제1형 당뇨병의 임상적 발병 전 조기 위험 감지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에는 당뇨병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췌도 베타세포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지만, AI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 모델들은 의료청구 및 실험실 검사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을 분석해 최대 1년 전, 심지어 무증상 단계에서 위험군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연구는 연령대별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0~24세와 25세 이상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의료 보험 청구 내역과 인슐린 사용 기록, 연속 혈당측정기 사용 기록 등을 활용해 제1형 당뇨병 확진 환자를 정의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한 결과 기존 스크리닝 방법 대비 더 높은 민감도(젊은층 약 80%, 성인 92%)와 낮은 위양성률을 보였으며, 위험군을 최대 12개월 이상 조기에 식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 대규모 의료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 9만명의 제1형 당뇨병 환자와 250만명 이상의 비환자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했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은 BERT 모델이 80%의 정확도로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예측했고, 특히 기존에 제2형 당뇨병으로 오진된 환자 29%를 조기에 올바르게 분류해 진단 오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CGM, 단순한 혈당 측정기 아냐…생활습관 개선 유도
덴마크 연구팀의 CGM(연속혈당측정기) 관련 임상은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단기적인 CGM 사용이 행동 인식과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한 연구다.
연구는 덴마크 내 20개 도시에서 인슐린 비투여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인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참가자들에게 최대 14일간 CGM 기기 1개만을 제공하고, 설치 시 매우 최소한의 설명만 제공한 후 자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후 2주 후와 3개월 후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 경험과 행동 변화에 대해 평가했다.
2주차 설문에 응답한 724명 중 80%가 CGM이 매우 유용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했다고 응답했으며, 당뇨병 진단 5년 미만인 그룹은 더 자주 혈당을 스캔했고, 음식 종류(88% vs. 78%), 양(80% vs. 60%), 운동(65% vs. 55%)에 따른 혈당 반응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을 보였다.
3개월 후 설문에서도 절반의 참가자가 CGM 사용 당시 깨달은 내용을 토대로 생활 습관을 계속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죽 기술의 복잡도나 교육의 수준과 무관하게 CGM이라는 디지털 도구가 환자 스스로 자기 혈당 패턴을 이해하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학습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진의 개입 없이도 짧은 기간 내에 스스로 피드백을 얻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헬스 기술이 지속적 질병관리가 아닌 행동 변화의 촉매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성 넘어선 기술, 순응도·예후에도 관여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조기 진단과 환자 행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마트폰 기반 가정용 알부민뇨 검사 관련 임상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단백뇨 검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대규모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지난 1년간 단백뇨 검사를 받지 않은 4,000명의 고위험군 환자(당뇨병 또는 고혈압 보유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Minuteful Kidney'라는 스마트폰 연동 자가 검사를 제공한 결과, 일반 진료를 받은 대조군보다 검사 완료율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53.1% vs. 21.2%).
특히 고혈압만 있는 집단에서 검사율 향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단백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신장내과 및 기본 진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RAS 억제제 등 치료 처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어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임산부를 위한 자동 인슐린 주입(AID) 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관심을 끌었다.
캐나다와 호주 14개 병원에서 진행된 이 다기관 임상시험은 기존 인슐린 주사나 일반 인슐린 펌프 대비, AID 기술(탠덤 X2 + 컨트롤-IQ + Dexcom G6)을 활용했을 때 임신 중 권장 혈당 범위(63–140 mg/dL) 내 체류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더 길고, 고혈당 노출 시간은 약 11.5%P 더 낮으며 저혈당 시간도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시스템은 현재 시판 중이나 임신 중 사용은 아직 공식 승인되지 않은 상태로,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 당뇨병 환자를 위한 AID 기술의 적응 확대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두 연구 모두 당뇨병 치료에서 디지털 헬스 기술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질환 조기 발견, 치료 순응도 향상, 예후 개선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수단임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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