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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늘었다는 정부…현장은 "질 저하 고착화"

발행날짜: 2024-11-06 05:30:00

복지부 응급실 의사 증가 통계에 현장 "인력 돌려막기"
권역센터 채용 증가에 지역 인력난 심화 "환자 못 받아"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 전문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응급의료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응급의료 현장에선 이는 자연 증가분이며 오히려 지역 응급실 질 저하가 고착화했다는 반박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604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1504명 대비 6.7% 늘어난 숫자다.

응급실 의사가 증가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일선 응급의료 현장에선 오히려 지역 응급실 질 저하가 고착화했다는 반박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해당 기간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490명에서 509명으로 19명 늘었고,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014명에서 1095명으로 81명 증가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기준 응급의료가 평시 대비 83% 수준으로 운영되는 등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 재난 위기 '심각' 단계 동안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250%,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50% 가산하는 정책 시행한 것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는 정부 대책 덕분이 아니라, 지난해 새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가 취직한 것에 따른 자연 증가분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 반박이다. 그동안 매년 120~150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증가해왔으며, 정부 통계엔 이직 등 내부 이동이 포함됐을 수 있어 응급의료 정상화 측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더욱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업무 과중으로 수련병원 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줄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체 응급의학과 전문의 증가분을 얘기하려면, 수련병원에서의 증감률과 비수련병원으로의 이직률을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는 자연 증가분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된 사람이 100명이 좀 넘는다. 이들이 어딘가에 취직했기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오는 것"이라며 "평소에도 매년 120~150명 정도는 시장에 공급돼왔고 권역센터에서 지역센터로 이직하면서 생기는 내부적인 숫자 이동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정확한 통계가 아니다. 정확하게 따지려면 교육 수련병원과 비수련병원에서 얼마만큼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증감이 있었는지를 봐야한다"며 "권역센터가 늘었다고 해도 수련병원 지역센터에서 의사가 줄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응급실 현장에서 정부 통계가 응급의료센터의 인력 돌려막기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정부 통계가 응급의료센터의 인력 돌려막기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 응급의료센터 의사가 늘어났다는 것은, 통계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응급실 의사가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발표에 포함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는 180곳으로 전체 응급실 409곳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180개 응급실 의사가 100명 늘어난 것은, 나머지 229개 응급실 의사가 100명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이 늘어나면서 지역응급의료센터 인력난이 심각해졌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이와 관련 한 지역응급의료센터 의사는 "전공의가 사직한 응급실은 인력이 부족해졌고, 원래 전공의가 없던 응급실은 환자가 늘어나 모두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력풀이 한정돼 결국 사람을 돌려쓰는 형국"이라며 "정부 지원금 얘기가 나오는데 나가려는 사람을 붙잡는 효과는 있었지만,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학병원이 더 좋은 조건으로 사람을 뽑다 보니 지역센터 구인난이 훨씬 심각해졌다"며 "우리 센터만 해도 인력난으로 환자를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만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신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유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역시 현 사태와 의학교육·수련 과정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응급의료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권역에서 밀려난 환자들이 지역으로, 지역에서 밀려난 환자들이 더 낮은 단계의 응급실로 가게면서 응급의료의 질 저하가 고착된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당장 문제가 가려져 있는 듯 보여도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이제 환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현 사태는 과거에 제공됐던 많은 중증 응급의료들이 현재는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고착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추석 때 큰 문제가 없었다고 현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응급의료센터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환자가 모두 경증일 수는 없고 결국 어딘가로의 응급실로 가게 된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환자들이 더 먼 응급실로, 최종 치료가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매는 일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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