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운용자 "환자를 데려왔는데 병원에서 왜 안 받느냐."
의료기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구급차 운용자 "그럼 서울시조례에 따라 행정고발하겠다."
이는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응급의료 개정조례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한 것이다.
응급의학회(이사장 유인술)는 11일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지말라. 구급차가 이송할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조례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응급의료기관은 구급차 등을 통해 이송된 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 법 제5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정처분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국민을 위하는 내용인 것 같지만, 실상은 구급차 운용자와 병원간 갈등을 초래하고 응급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기피하는 것에 대해 문제삼기 전에 구급차 운용자와 응급의료 종사자가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상에 규정된 내용을 준수하는 지부터 따져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환자를 이송할 때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응급의료에관한 법률 제48조2에 따르면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구급차 운전자와 구급차에 동승하는 응급구조사, 의사 또는 간호사는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응급의학회는 "병원은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병원의 의료자원은 한정돼 있다보니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여건일 수 있다"면서 "무턱대고 환자를 밀고 들어오기 전에 애초에 적절한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학회는 이어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병원으로 이송한 구급차 운용자의 잘못인지, 치료를 할 수 없어 이송된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의 잘못인지는 자명하다"면서 거듭 환자 이송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응급환자 이송 전에 해당 병원의 수용능력을 파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벌칙이 없는 반면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은 의료기관은 환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응급의학회는 서울시의회가 조례 개정 취지에서 최근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의 수용거부가 최근 4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학회는 "의료기관이 환자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구급차 운용자가 병원의 수용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이송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1339 대신 119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부각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응급의학회 곽영호 홍보이사(서울대병원)는 "서울시가 전문가단체에 의견만 조회했어도 충분히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면서 "현재 조례는 오히려 이송된 환자의 권리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우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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