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변했다.
일방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공급자 단체의 의견을 일단 들어보겠다는 입장으로 말이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23일 오전부터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연속으로 2차 수가협상을 위해 마주했다.
2차 수가협상 자리에서 공단은 올해 협상에서는 부대조건을 제시하는 재량권이 없다며 공급자 단체에서 직접 생각하는 부대조건을 제안해 보라고 밝혔다.
이는 2라운드에 본격 돌입하기에 앞서 열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부대조건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재정소위 위원들은 부대조건이 더해지면 수가 인상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부대조건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심했다.
이에 따라 재정소위는 공단 협상팀에 줬던 부대조건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박탈했다.
공단은 2차 협상에서 각 단체에게 재정위가 공감할 수 있는 부대조건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정절감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병협과 의협은 부대조건에 대해서 다음 협상 때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낀 반면, 약사회는 2~3개의 시나리오가 있다며 자신했다.
공단은 수치로 압박…공급자는 "어렵다" 호소
지난 21일 열린 공단과 병협 수가협상단의 1차협상 모습.
공단은 부대조건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공급자 단체측을 압박했다.
공단은 각 단체의 '경영이 어렵다'는 호소에 대응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놨다. 건강보험 재정 추이, 2011년 대비 2012년 급여 증가폭 등이 그 자료다.
공단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는 6.5% 증가했다.
병협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통계로는 진료비가 늘었다고 나오지만 병원 경영이 다른 때보다 어려워 체감으로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공단도 이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약사회도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마찬가지.
박영달 부회장은 "약국 진료비는 4% 늘었다. 증가폭이 다른 유형보다 가장 낮았다. 이를 반영해 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에 나온 예측치와 실측치 차이를 비교해보면 약국이 가장 크고 의원, 치과 순이다. 약국 경영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수가협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협상을 마치고 나온 의협 또한 기관당 진료비가 늘어났다는 공단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의협 임수흠 부회장은 "기관당 진료비 증가는 그만큼 의원들이 진료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기관수를 파악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다음주 예정된 3차 협상에서는 구체적으로 인상률에 대한 수치와 부대조건들이 거론되면서 한층 더 치열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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