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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과 진료지원 전문가의 해법은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회장
발행날짜: 2025-05-13 07:17:11 업데이트: 2025-05-13 11:26:39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회장(성균관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의료계는 위기의 시기마다 간호사가 빈틈을 메우고 전문성을 발휘했다. 의약분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공공의료 관련 파업 때에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또 작년 의정갈등으로 90%가 넘는 전공의가 떠났을 때도, 간호사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그런데, 이런 간호사의 노력과 수고에 대한 보상은 말로 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의정갈등 기간동안 정부가 전문의의 하루 당직비로 40만원에서 80만원을 지급했지만, 간호사는 진료지원업무를 5개월 이상 수행해도 전문의의 하루 당직비도 안되는 최대 40만원을 딱 한번 보상받았을 뿐이다. 전문의는 전문성을 갖춘 대체불가 인력이지만, 간호사는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필요하면 언제든 투입 가능한, 굳이 보상이 필요하지 않은 인력이었을까? 의대 신입생 정원이 3,058명인 것에 비해, 간호대 정원은 2025년 기준 24,883명으로 의대 정원에 비해 8배가 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간호는 전문성이 없는 직종일까?

1910년대 미국 의학교육제도의 틀을 마련한 Flexner는 전문직의 특성으로 직무의 사회적 책무성, 체계적인 학문적 기반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 전문적인 교육훈련 과정, 전문직 단체 구성, 전문직 윤리 등을 언급했다. 의료법에 의료인으로 명시된 간호사와 전문간호사는 학사와 석사 교육과정을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서 관리 감독하며, 복지부에서 위임한 기관에서 면허와 자격시험을 치르고 국가 공인 자격을 취득하는 전문인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더 높은 직무의 사회적 책무성과 전문직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전문직 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23년간 신뢰받는 직업 1위가 간호사인데,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할까?

어떤 제도가 잘 정착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법과 제도이다. 미국에서 간호법은 주마다 다르지만 통상 간호사는 법적으로 환자 사정, 약물투여 및 치료 수행, 교육 상담, 의사의 지시 이행, 응급상황에서의 판단 및 초기 대응을 할 수 있고, 간호업무범위를 넘어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중간수준의 실무자 역할을 하는 전문간호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계획 및 수행이 가능하도록 업무범위가 매우 넓게 설정되어 있다. 업무범위가 넓게 설정된 만큼 필요한 교육 요구도 매우 엄격하게 제시하고 있고, 급여도 일반간호사에 비해 적어도 1.5배 이상을 받으면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은 어떠한가?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전문직이 가지는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의문스러운 용어로 표현된 '진료의 보조' 업무와 그 외 '간호', '교육, 상담, 보건활동',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심지어 간호를 위한 간호진단 조차도 의사의 진단 업무와 혼돈될 수 있으니 간호사는 '진단'이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일반인은 '안전진단'과 같이 진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24년 9월 공포된 간호법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하여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되지만, 의료법에 있는 '진료의 보조' 업무와 간호법에 추가된 '진료지원업무'가 어떻게 명확하게 다른지 애매하다. 아마도 '진료지원업무'는 기존 의료법에서 '의사의 업무'로 분류되었던 업무를 간호사와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게 간호법에 추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의사의 업무 영역을 간호에 위임한다면 누구에게 위임하는 것이 좋을까? 올 4월 미국에서 만난 400명이 넘는 전문가호사가 활동하는 메릴랜드 대학병원의 전문간호사와 PA를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와 메릴랜드 주 전문간호사협회장, 메릴랜드 간호대 부학장에게 한국의 간호법에 대해 설명하고, '진료지원업무'를 누가 하는 것이 좋겠는지를 물으니, 의외로 대답이 너무나 명쾌했다.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영역을 벗어나는 업무라면, 당연히 상급 교육과 자격증을 갖춘 자가 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전문간호사와 PA이다. 전담간호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도 전담간호사와 비슷한 certified registered nurse 제도가 있다. 미국도 다양한 전담간호사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모두 간호영역의 업무를 하는 것이지, 의사영역의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하여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이는 의사의 업무이므로 당연히 간호사가 아닌 전문간호사가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을 명시한 간호법 제14조 제1항의 2에 명시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할 것'이라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전문간호사 과정을 약 2년의 석사과정에서 3년 이상이 필요한 박사과정으로 전환 중에 있고, PA 과정도 박사과정이 개설되는 추세이다.

이런 미국의 변화와 달리 왜 국내 간호법 조항에는 전문간호사 외에 가칭 전담간호사로 불리는 인력이 진료지원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명시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의료법으로 해석되는 간호업무가 매우 좁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일반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진료의 보조를 넘어서는 '진료지원업무'로 해석되고 있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간호영역으로 해석이 가능한 업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간호업무의 영역을 현실화한 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바로 진료지원 업무이다. 예를 들어 의사의 지도와 위임 하에 '경과기록 초안 작성', '수술 동의서 초안 구득', '프로토콜 하에 처방 입력'의 업무는 간호영역의 업무일까?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의사의 진료영역의 업무이다. 의사의 지도와 위임이 있더라도 의사의 업무이므로, 즉, 간호영역의 업무가 아니므로, 전문간호사와 같이 별도 학위교육과 자격증을 취득한, 즉 간호사와 다른 직역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미 프로토콜화 되어 있으니, 의사가 지도하면 된다,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당장 17,000명이 넘는 진료지원인력이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법에 규정하기 위해 전문직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까지 무너뜨려 가면서 하향 평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간호사도 전문간호사도 아닌 애매한 중간인력을 만들어 국가 자격증도 없이 애매한 교육과 민간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 간호의 전문성 확보와 환자 안전을 위한 바른 걸음일까?

보건의료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복지부, 관련 직역단체,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 시민단체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환자 안전과 미래지향적 발전 등을 고려해서 법과 제도, 관련 교육체계 등을 갖추어야 한다. 당장 공급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과도기 기간을 설정하면 될 것이고, 향후 몇 년 이후부터는 엄격한 기준에 의한 전문 인력이 배출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수년에서 수십 년간 업무를 해왔던 소위 PA 간호사로 불리워 온 간호사들을 전문간호사로 흡수할 수 있는 특례제도를 마련하고, 지역간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와 의료기관이 나서서 계약학과 형태로 교육기관이 신설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 계약학과 형태로 전문간호사 교육을 요청해서 운영 중인데, 병원이 소속 의료기관 간호사의 교육비 50%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고,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할 때 진료과에서 요청하는 전문간호사 포지션에 100명 넘는 인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 정부는 별도의 전담간호사 교육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고 이러한 계약학과 체계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에 교육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의 의료기관들도 이러한 계약학과 제도를 활용하여 전문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미 진료지원업무를 해오고 있는 기존 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료지원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간호사가 충분하지 않다', '전문간호사를 교육할만한 교육기관이 충분하지 않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교육 불균형이 더 심하다'는 문제도 몇 년 후에는 해결 가능하다. 계약학과의 경우 의료기관의 지원을 받아 학위를 취득하면 의무적으로 병원에 근무해야 하는 기간이 있으므로, 지역간 전문간호사 배치 불균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이후 일부 의료기관의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는 전문간호사가 24시간 주 7일 당직을 서면서 간호사의 primary call을 응대하며, 일부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만 백 당직을 서는 교수에게 연락해서 오더를 받아 전달하고 있다. 전공의가 일부 복귀한 곳에서는 미국처럼 전공의와 전문간호사가 환자를 나눠서 보기도 한다. 진료지원업무는 단순히 술기행위 자체로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경력과 교육, 자격을 갖춘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미래지향적인 제도로 간호법과 관련 규칙들이 보완되어야 하고, 의료기관도 이들이 위임된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끊임없이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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