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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의 끝은 어떻게 될까

한국의료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발행날짜: 2025-05-06 05:00:00

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어언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편의상 전공의 선생님이라 하지 않고 그냥 전공의라 하겠다).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 같은데, 지난 14개월에 여당은 총선을 깔끔하게 말아 드시고, 정권은 막을 내렸으니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다.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전공의는 여전히 사직 중이고, 학생은 휴학 중이라는 것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기억에 의하면 매번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공 의대 문제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던 문재인 정부 때도 20여 일 정도였고 아주 오래전 의약분업 투쟁 때도 지금처럼 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누구나 지난 14개월 동안 이제나저제나 전공의 복직을 기다려왔다. 혹자는 부려먹을 사람이 없어서 힘드니 그랬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정도로 교수 사회가 천박하지는 않다. 대부분은 진정으로 제자를 걱정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던 우리의 문화 속에서 이번 사태는 마치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자식을 보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여겼을 것이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을 빼먹은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전공의가 이미 일반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수련 지속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고 그래도 수련을 마치고 싶은 제자들은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왔다.

필자가 속한 과도 전공의 없이, 아침 의국 모임은 여전히 해 왔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전공의가 언제 돌아올지를 예상하는 이야기가 첫 번째 인사말이었다. "교수님, 전공의가 이번에는 돌아올까요"라는 후배 교수들의 질문에 나름 이런저런 예상을 말했었는데, 번번이 틀려서 이제는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왜 번번이 틀리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세대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즉 수련은 어떻게든 제 때에 마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와, 수련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때가 있다는 것도 아닌 언제든 필요하면 그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도 아니면 전공의와 학생은 정의롭고 기성세대는 그렇지 않거나 뭐 그런 생각과 입장의 차이일 것이다.

2000명 의대 증원이라는 폭탄에 맞서 전공의가 사직했던 바로 초기, 병원은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전공의가 하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도 안 됐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처방 시스템이 완전히 전산화된 시대라 연배가 있는 교수들은 구체적인 환자 처방조차 낼 수 없었으니 우왕좌왕 그야말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전공의를 마친지 얼마 안 되는 젊은 교수들이 나섰으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가 드러났고, 이는 젊은 교수들의 사직으로 이어졌으니 젊은 교수들의 사직 악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대학병원부터. 의약분업 때도 교수들의 개원 러쉬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시장이 크게 한번 흔들렸다고 할까? 이제 떠날 사람 떠나고 그 자리를 다른 직종의 사람이나 고임금의 봉직의가 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그렇게 정리가 된 셈이다.

그런데 전공의 복직에 대한 이슈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거친 파도가 치던 바다가 갑자기 잠잠해지듯이 말이다. 병원은 지난 14개월 동안 임시방편으로 새롭게 도입한 제도들로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PA도 다소 부족은 하나 이제 제법 환자 처치와 수술 보조도 잘한다. 이제는 전공의가 다시 복직하면 무슨 일을 할까? 라는 농담 같은 우려가 나올 정도다.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글쎄. 그런 병원도 있고 괜찮은 병원도 있다. 분명한 것은 병원의 경영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일한 만큼 받아가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누군가는 일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하던 사람이 더할 수밖에 없고, 더 할 것을 부탁하자니 결국 돈으로 거래를 했고, 그것이 자리 잡으니 이제 많이 벌고 싶으면 일을 좀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변했다. 돈되는 일에는 돈이 뿌려지고, 안되는 것은 닫아 버린다. 이게 대학병원인가. 정부가 빵빵하게 지원금을 준 덕분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데, 천재지변도 아닌데 무리할 정도로 돈을 뿌린 것을 보면 정부가 잘못하기는 한 게 맞는 것이다.

이제 대학병원은 돈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교수 간의 임금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낯설던 이 시스템도 이제는 잘 돌아간다. 전공의가 복귀해서 예전처럼 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 번 돈맛을 봤으니 돌이키기 어렵다. 환자는 적당히 줄이면 됐고, 정부는 여전히 지원해 줄 것이다. 물론 아직도 사경을 헤매는 대학병원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가만 생각해 보자.

지금, 의료대란 맞는지. 제때 진료 못 받아서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는다는 기사 본 적 있나? 즉 전공의 부재로 인해 환자가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기사 본 적 있나? 없다. 그럭저럭 돌아가니 교수 집단에서는 전공의 복직에 대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왜냐고? 제시할 카드도 없고, 계기도 없다. 정권은 몰락했고, 다음 정권이 들어오려면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니 할 게 없다.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이 상황이 해결될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의료인 여러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것들은 다 포기하고요, 저희는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그럴까? 강력하게 예상되는 다음 정권의 대권 주자가 한 말이 섬뜩하다.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대 신설'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여기서 더 나아질 조짐은 없다. 그 말은 정권이 의료계가 반길만한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인데, 혹여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이건 뭐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것과는 양상이 다른 메가톤급의 정책이 나올 것 같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이제 곧 여름이 올 것이고, 새 정권이 들어서겠지. 우리의 판단이 정의니까 plan B는 여전히 없고, 정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언제쯤 전공의는 복직하고, 학생은 복학할까? 이제 누구도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 예상되는 결말이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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