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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맙시다

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발행날짜: 2025-03-19 11:39:04 업데이트: 2025-03-19 12:23:12

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메디칼타임즈=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서울대 교수님들이 전공의를 향해 쏟아부은 말 때문에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개원의들로부터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교수 자격이 없다는 준엄한 꾸지람을 듣고, 전공의들로 부터는 '교수이기를 포기했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내게는 한없는 애정을 쏟았던 제자들에 대한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글이었는데, 세상의 평가는 그렇다. 그래서 서울대 교수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교수님, 그냥 가만히 계세요.

교수 8명, 전공의 포함해서 총 18명이던 과가 있다. 작년에 젊은 교수 셋이 퇴사해서 지금은 나이든 교수 5명이 돌아가며 당직서고 (과 내 사정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3명 반) 외래 진료 보고, 수술하고 있다. 과장인 교수는 한 달에 8번 당직 선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하늘 같던 임상 과장인 교수가 이러고 있다. 병원 당국은 경영상의 문제 때문에 진료를 독려하고 있고,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국적으로는 겨우 교수가 한 명 또는 두 명만 있는 과도 병원에 따라 수두룩하다. 꽤 규모가 있는 지방의 모 대학병원은 앞서 언급한 과의 경우 두 분의 교수만 남아 있다고 한다. 젊은 교수들은 다 떠나고 나이든 교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이 정도면 그냥 문 닫는 게 맞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교수 말년에 고생들이다.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교수들은 1년 전 이맘때 소신껏 하라고 사직 전공의를 독려하고 응원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대학병원은 초토화됐다. 이제 전공의가 돌아와도 그때의 그 과가 아닐 수 있다. 아니, 과거의 그 병원일 리가 없다. 아마 돌아왔을 때 환경이 열악하다고 다시 나갈지도 모른다. 자구책으로 시작한 PA 제도는 불안정하지만, 병원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소리 하면 전공의들은 발끈한다. 어쨌거나 이런 시스템이 굳어지려나 보다. 조사하기 어렵겠지만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 와중에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서 문제가 된 환자도 많을 것이다. 아니 실제로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구도 신경쓰지도 중대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게는 이런 일들이 시스템의 붕괴보다 훨씬 더 심각한데 말이다.

정권이 마구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현 의료 대란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협의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데 무슨 해결이 있을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계의 태도는 굳건하다. 2026년은 단 한 명의 의대생을 선발해서는 안 되고 지금껏 주장했던 정부안은 모조리 철회하고 책임자는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한다.

그래야 사직한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온다고. 준엄하다. 교육부 장관이 용산(대통령실)과의 상의 없이 2026년 의대 정원은 증원 없이 가겠다고 했을 때 일단은 받고 (출구전략으로) 정권이 안정되면 추가 논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불철주야 뛰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든 만나고 어떠한 방식이든 해결책을 내보자고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할 주체가 없다. 정부도 의사 단체도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교수님. 답답하지만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맞을 겁니다. 어떤 경우는 말입니다. 하나님도 못 하는 게 있거든요. 세월이 해결해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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