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작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2023다302838)로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요건 중 '고정성'을 폐지하였다. 이번 판결로 인해 임금 체계 전반에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문 여러 곳에 고심의 흔적은 있지만, 기업과 산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판결이 의료계와 병원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인한 병원 경영 위기
병원은 타 업종보다 교대·야간근무이 필수적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추가되면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는 병원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기존에는 '상여금이 지급일 기준으로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된다'는 조건이 붙은 경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이러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그 여파로 각종 추가 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도 증가하게 된다.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근무 조건을 변경하거나 외주로 돌리는 등의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기존 임금 체계 붕괴 및 노사 갈등 심화
이번 판결은 병원들이 기존에 운영하던 임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초래한다. 성과급 및 상여금 지급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해지며, 의료진과의 임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병원의 경우 노조와의 협상이 격화될 우려가 있다.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병원과 의료진 간의 갈등이 심화 된다면,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형 병원의 경우, 현재까지는 특정 직군(예: 행정직, 연구직, 의료직)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급되던 일부 수당이 있었으나, 전 직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 의료 서비스 비용 상승
병원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결국 그 비용은 환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진료비, 입원비 등의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는 수입은 한정된 반면 증가된 지출은 병원의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의료 질의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방 병원의 경우, 경영 압박이 심화되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의료 공백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중소병원이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래진료 시간을 단축한다면, 환자들은 대형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 이번 판결의 적용 시점과 과제
이번 판결은 소급 적용되지 않고,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 다만,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동일 쟁점의 사건의 경우 새로운 법리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관한 4가지 요건을 제시한 것이 불과 11년 전인 2013년이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 지난 11년 동안 대법원의 4가지 요건에 맞추어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노사 합의를 이루어왔다. 이번 판결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입법으로 해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각종 급여 및 퇴직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에 따라 각종 세금과 보험료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병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최대 효율을 올리기 위해 압박할 것이고, 업무 중 일부는 적은 비용의 아웃소싱에 맡길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병원과 의료계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임금 체계를 조정하고, 의료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어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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