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용요법이 새 암 치료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의료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걸림돌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은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항암치료제 병용요법에 대한 이에 대한 각계 전문가, 정부 담당자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현 급여 등재 과정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두 개 이상의 항암제를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병용요법은 최근 암 치료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급여 기준과 제도적 제한 등으로 환자들에게 적시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암 환자 치료에서의 병용요법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유연한 급여 기준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국내 암 발생자 수가 약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2022년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8만 2047명에 달했는데 고령화로 발생률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령별 사망원인으로 봐도 암이 40대 이상에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체 사망의 30% 수준이다.
기존엔 관련 치료가, 많은 환자에서 빠른 종양 반응이 있는 표적항암제와 반응이 있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면역항암제로 나뉘었다. 하지만 이를 합친 병용요법으로 기존 항암제의 한계가 극복되면서, 암 완치 가능성이 커지는 등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실제 2007~2021년 미국 FDA에 승인된 항암제 임상 연구를 보면 단독요법 비중은 기존 70%에서 20%로 감소한 반면, 병용요법은 80%까지 증가했다"며 "항암제 병용요법은 새로운 항암 연구 트렌드다. 향후 허가되는 항암제도 병용요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식약처가 허가한 항암제 신약 병용요법도 70건 이상이다. 특히 근 5년간은 전체의 75%인 54건의 승인이 이뤄지는 등 도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신약 병용요법이 항암치료의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된 글로벌 신약이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비율은 22%에 그쳐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최초 출시 이후 급여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돼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실제 급여 약제와 신약 병용요법의 경우 두 약제 모두 비급여를 원칙으로 하거나, 신약과 신약 병용요법의 경우 제조사 간 논의에 한계가 있는 등 급여 심의 원칙이 미비하다는 것.
이에 항암제 투여가 필요한 전이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미만인 등 신속한 항암제 신약 보험 급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새로운 급여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김 교수는 "신약 병용요법은 여러 암종에 표준치료로 인정받는 등 새로운 암 환자 치료 트렌드다. 하지만 국내 총약품비 대비 신약의 지출 비중은 13.5%로 OECD 평균 33.9% 대비 절반 수준"이라며 "이에 암 환자의 87%가 경제적 부담으로 비급여 항암치료 중단을 고민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신약 급여 비율은 현저히 낮고 소요 시간도 오래 걸려 전이암 환자의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유연한 급여 검토 기준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명예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항암제 급여 등재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전했다. 현재의 병용요법 항암제 급여 책정 방식으론 비용 대비 효과성 임계값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제성 평가 문제가 있다는 것.
이는 개별 약물 가격이 다르기 때문인데, 기존 치료제 가격이 이미 높은 경우 보조 치료제 비용이 부담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조합 치료제는 생존율 증가 효과가 크더라도 비용 효과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
각 치료제가 치료 효과에 기여한 비율을 어떻게 측정하고 분배할 것인지 등 가치 할당의 어려움도 짚었다. 동일한 약물이어도 단독·병용 요법에서의 가치가 다를 수 있어 이를 반영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근거 생성의 어려움도 문제로 꼽았다. 병용 치료제의 효과 검증을 위해선 단일 요법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이런 연구는 설계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고려 항목으로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요구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신약의 임상적 혁신성을 들었다.
대체 불가능하고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치료법이 없는 경우나, 생존 기간 연장 등 현저한 임상적 개선이 인정된 경우는 ICER 임계값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 FDA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되거나 EMA 신속심사 프로그램으로 허가된 신약도 여기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기존 약제와 추가 약제 간의 독립적 급여 기준 평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병용요법으로 추가된 약제의 급여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약제의 급여를 변경해선 안 된다는 요구다.
이와 함께 병용요법 평가 시 특정 환자군의 ▲치료 효과 ▲부작용 감소 ▲사회적 요구도 등의 추가 가치를 고려하고, 치료제의 실제 기여도를 가격에 반영하는 등 새로운 가격 책정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등재 후 결과에 기반해 급여를 결정하는 방안도 유효하다고 봤다.
서 명예교수는 "병용요법이 환자들에게 원활히 제공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협력 모델을 신속히 구축하고 새로운 가격 책정 및 급여 적용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며 "기존의 ICER 중심의 경제성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병용요법의 전체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치료제와 추가 치료제의 가치 배분 모델을 개발하는 등 병용요법 총비용 절감과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 치료 기회를 개선하기 위해 선 등재 후 평가를 RWD에 활용하는 '환자 치료 성과 기반' 가격 조정 모델이나 항암제 치료 펀드 조성도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혁신적 신약에 대한 탄력적 ICER 임계값 적용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이미 별도 트랙으로 등재를 논의하는 등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2023년 약제비 증가율이 12%인 상황에서 항암제는 26%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앞으로도 계속 고가의 치료제가 출시되는 만큼,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는 것.
심평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지난해 8월 규정을 개정하는 등 이미 혁신적 신약에 대한 ICER는 높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며 "당연히 환자 접근성을 강화해야 하고 특히 중증·희귀·난치 항암제에 대해선 별도의 트랙으로 검토해 신속히 등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항암제 약제비 증가율을 보면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고가의 약이 계속 나올 것인데 별도의 제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당면한 문제에 대한 개선은 빠르게 이뤄져야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 엄청난 고가의 약들이 들어올 것이어서 그 미래를 대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