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장으로 비만 치료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BMI에 대한 의료계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BMI만으론 정확한 비만 진단에 한계가 있고, 인종적 특성까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학계는 물론 개원가에서도 새로운 비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16일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비만 치료 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고비 처방 기준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으로 정해져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도 BMI는 체중에만 의존하는 측정 방식으로, 체지방과 근육 구별할 수 없어 비만 진단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고비의 등장으로 체감되는 문제가 더욱 커졌는데, 미국 처방 기준인 BMI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처방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인 췌장은 서양인보다 12% 작고, 인슐린 분비 능력이 36%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등, 서양인 BMI 30은 한국인 BMI 25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런 신체적 차이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
비만연구의사회 이철진 회장은 "BMI 기준만으론 모든 비만을 대변하지 못한다. 동반 질환이나 심리적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위고비 처방 기준은 BMI 30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의 기준이 그대로 들어온 것으로 동양인의 신체적 특정을 보면 BMI 25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사증후군 등 동반 질환까지 있다면 처방 기준이 BMI 23까지 낮춰야 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선 BMI만으로 비만을 진단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유럽 등에선 새로운 비만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본 의사회 역시 이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BMI 23~25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원가 차원에서 BMI를 보완할 수 있는 기준을 연구함으로써, 비만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쌓아가겠다는 목표다.
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정책이사는 "비만의 정의가 대부분 BMI로 이뤄지니 다양한 질환이 나타나는 것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연구자적 입장에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라며 "다만 정책적으로 보면 수많은 연구가 있어야 반영할 근거가 있다. 여기 미리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를 쌓아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 치료를 확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시한다면 비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령·계층별 특징분석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터제파타이드가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실제 처방 기록을 토대로 한 리얼월드데이터 분석 결과, 터제파타이드로 치료받은 비만인은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최소 5%, 10%, 1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컸다. 체중 변화 역시 시간의 누적에 따라 그 격차가 커졌다.
이에 비만연구의사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터제파타이드와 향후 등장할 비만치료제에 대한 실전 강의를 진행하는 등 선제 대응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학술대회 참여 회원은 1500명 이상으로 예년 대비 20~30% 증가한 숫자다. 비만개론·비만체형·탈모피부쁘띠를 주제로 3개의 강의장과 '비만 전문 인증의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은 "위고비의 국내 도입 이후에도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으로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난 5개월간 국내 비만 환자를 대상 처방된 위고비 임상 사례와 함께, GLP-1 제제를 안전·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만 치료의 70∼80%를 개원가에서 담당하고 있기에 개원의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 실정이다. 본 의사회가 비만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비만 전문의 인증 교육에도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비만연구의사회는 학술·연구는 물론 사회공헌 활동에도 늘 관심 가지고 소홀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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