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사망률이 증가하면서 내과계학회들이 내시경 인증의 자격 강화 등 내실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개원가 내시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학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9일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원가 내시경에 대한 질 관리 강화 등 내실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추계학술대회부터 내시경 전문의 자격인정시험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통계서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18.3명으로 증가세에 있으면서다. 이는 악성신 생물에 의한 사망률 중 3위다.
대장암 예방에 있어 내시경 검사를 통한 대장선종 적기 발견·제거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대장암 검진 내시경을 하는 의원급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
실제 위대장내시경학회 연구결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전 검사자가 ▲수검자 연령 ▲검사받는 목적 ▲이전 검사력을 자세하게 파악해 ▲관찰 우선순위 선정 ▲충분한 관찰 시간을 들여 검사하면 선종 검출률을 높이고 대장암·직장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는 전국 40개의 일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20년 1~6월까지 위대장내시경학회 인증의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1만4000여 명의 수검자 의무기록을 검토해, 이전 대장내시경 검사력에 따른 대장선종의 특성을 평가했다.
이에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자격인정시험을 통해 국가검진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기존엔 학술대회 참석 및 내시경 시술 실적 등 서류만 제출하면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젠 서류심사 후 필기·실기시험을 치러 합격한 응시자에게 최종적으로 내시경 전문의 자격인정증을 발급하겠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검진기관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학회의 운영과 인증의 배출이 아닌,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검사수행을 위한 꾸준한 교육·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국가에서 이미 공인하고 있는 인증의 제도의 내실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기대다.
또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이 같은 결정이 국가암검진전문위원회 5주기 검진기관평가 내시경 인증의 자격 인정 확대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 타 내과계학회 역시 내시경 인증의 자격 인증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여기 발을 맞추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2월 5주기 평가지침에서 내시경 인력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 대한가정의학회·대한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도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와 동일하게 내시경 시술 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서류로 인정한 것. 다만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내시경 검사 주관 과목 전문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언급했다.
위대장내시경학회 곽경근 회장은 "인증의 시험제도는 타 학회에서 도입하고 있고 이 기조에 맞춰 인증의를 내실화하고자 도입하게 됐다"며 "증례집을 발간하는 등 그동안 이런 추세에 철저히 대비해왔다. 개원가에서 필요한 이론과 실기시험을 병행해 내실 있게 정착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암 예방을 위해선 실력이 증명된 의사가 검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전문학회가 아닌 일반학회는 허점이 있다"며 "우리 학회 학술대회는 내시경 분야 외엔 일체, 다루지 않지만 다른 학회는 동 시간대 다른 분야 세션이 있어 회원이 어떤 강의를 들었는지 증명이 안 된다. 내시경학회라면 내시경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철 공보이사는 "지금까진 본회 산하에 있는 심사위원회에 위는 500매, 대장은 300매의 증례만 제출하면 이를 심사해 등락을 결정해왔다"며 "이젠 학술대회 당일에 필기·실기시험을 거쳐 인증의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3월부터 6월까지 신청자를 모아 사전 심사하고, 학술대회 당일 슬라이드 시험과 심사위원을 선정해서 실기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증례집과 관련해선, 1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아는 만큼 잘 보이는 실전 대장내시경 증례집'을 발간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위대장내시경학회는 2023년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상부위장관 내시경 증례집'을 발간한 바 있다.
회원들이 보내온 증례와 대학병원에서 제공한 증례 등을 포함해 약 800여례를 수집했고, 질환의 특성에 따라 ▲대장용종 ▲대장암 ▲염증성 질환 ▲합병증 및 기타 증례 등 총 5개 분야로 구분해 정리작업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정용 이사장은 "한 사설 내시경·초음파 교육기관이 2000만 원씩 받고 인증의를 양산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의료 환경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며 "다만 우리는 내시경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증의 문제뿐만 아니고 AI 등 내시경을 토대로 하는 다른 기술을 접목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개원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시경 수가는 답보상태다. 그동안 우리가 받아온 수가에서 별 진전이 없었다"며 "의사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개발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지금 수가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가 현실화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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