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및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학저널 투고 논문 수 감소가 올해 중순부터 발간의 잠정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단일 논문을 작성하는 데 일반적으로 1년에서 1년 반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의 여파는 빠르면 2025년 중반, 논문 제출의 완전한 중단 사태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
대한의학회 저널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의 유진홍 편집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은 "한국 의학계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6일 발간할 예정이다(doi.org/10.3346/jkms.2025.40.e64).
유 편집장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편집장으로서 40권 1호를 발간하게 돼 불안감을 느낀다"며 "다른 많은 학술지와 달리 JKMS는 매주 발행되며 최근에 수정 기간 연장에 대한 요청이 크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작년에 가끔씩 한두 번의 이러한 요청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러한 증가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며 "2024년에는 정부 업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의학 연구 활동의 감소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게 그 여파가 전개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전국 의대생들이 휴학 중에 있어 남아 있는 교수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병원 업무를 맡는 까닭에 연구와 논문 작성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졌다는 게 그의 판단.
실제 JKMS에 제출한 투고 논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해 심사를 거친 최종 논문의 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편집장은 "매주 평균 5~6편의 논문이 발표되던 2023년과 달리, 이제는 일주일에 3편의 논문도 발표하기 어렵다"며 "2024년 8월 이후 JKMS 제출 건수가 급격히 감소해 2024년 최종 논문 발표 건수는 2023년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4년에 제출되고 발표된 대부분의 논문은 의정 갈등이 시작되기 전에 작성됐다"며 "현재 몇 명의 교수가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숫자는 놀라울 정도로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SNUCM-SNUH)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월에 실시한 내부 조사에 따르면, SNUH 교수들은 이전 시간의 1/3만을 연구에 할애하고 있었다"며 "이 상황은 비단 서울대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의과대학에서는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나 연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 논문을 작성하는 데 일반적으로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5년 중반기까지는 주 단위의 연구 출판이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출판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유진홍 편집장은 "재난은 종종 점진적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며 "빠르면 2025년 중반, 늦어도 2026년까지 논문 제출이 갑자기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논문 제출이 감소한 것은 의학 연구 활동의 감소를 반영하기 때문에 생산성 저하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전공의 대량 사직에 따른 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환자 입원을 제한함에 따라 임상시험도 감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 국제 임상 시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이제 다국적 임상시험에서 한국을 제외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한국 의학의 글로벌 위상 하락을 예고하고 의학 분야에선 1년만 쉬어도 진전이 10년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우리나라의 의학 연구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경쟁력을 잃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학적 진보의 정체 또는 후퇴만으로도 한 나라를 쇠퇴시키고,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에서 다른 나라들에 뒤처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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