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주도하는 첫 주치의제도인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의' 윤곽이 나왔다. 특히 의료기관 보상과 관련해 환자 500명당 1억 원의 등록비를 제공하는 안도 선택지에 담겨 실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추진 토론회'에서 관련 추진 방안 및 기대 효과가 조명됐다.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는 등록제 형태로 지역 내 일차의료 의료진이 팀을 이뤄, 읍·면 지역 건강 취약 인구에 포괄평가 및 건강 계획·관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등록한 후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사들이 문진 및 신체·일상 검사 등으로 환자에 대한 포괄평가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의사 또는 케어코디네이터 등이 협력해 ▲진료 ▲환자 모니터링 ▲상담 ▲교육 등 환자 관리를 제공한다. 이후 점검 및 평가를 통해 1년 주기로 다시 환자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식이다.
■2025년 7월 시행 예정…이달 말 구체적인 안 도출 전망
시범사업 대상 및 적용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이달 말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이후 '도민건강관리 기본조례'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고병수 추진위원장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 여러 쟁점이 산적해 있다고 전했다.
우선 시범사업 적용 대상과 관련해선 65세 이상 어르신과 소아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다만 소아의 경우 12세, 6세 등 나이로 제한을 두거나 여기 만성질환자를 추가하는 안이 함께 제시됐다.
지역은 제주도 읍면 지역 일부나 읍면 지역 전체, 제주도 전 지역 등이 논의 중이다. 다만 당장 주치의제가 필요한 읍면부터 시작해 차츰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공 서비스와 관련해선 ▲포괄평가 및 건강 계획 ▲질병 예방, 질병 관리 교육 ▲생활습관 교육 등 건강 증진 ▲일반 진료 ▲만성질환 관리 ▲예방접종 관리 ▲비대면 관리 ▲재택의료 ▲의뢰 ▲퇴원환자 관리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 1개 항목이 논의 대상이다.
이들 항목을 모두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포괄평가 및 건강 계획을 중심으로 나머지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과로 제한 가능성…의사 1인당 환자 500명 상한 유력
등록 주치의에 대한 기준도 논의 대상이다. 25개 모든 전문과에 이를 허용하거나 가정의학과·내과·소아청소년과로 제한하는 식이다. 아예 가정의학과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도 담겼다.
특히 케어코디네이터 자격과 관련해선 간호사로 제한하느냐, 간호조무사에게도 허용하느냐를 두고 입장 차가 크다고 전했다. 다만 일차의료기관 간호인력은 간호조무사가 80~90%인 만큼, 일정 교육을 거치면 이들 역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인력 지원과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인이 단독 개원한 형태의 의원에선 방문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인 의원을 5~10개 팀으로 묶어 간호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 등과 함께 환자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정부 측은 인력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런 모델을 운영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반박이다.
의사 1인 당 주치의 등록 주민 수는 ▲500명 상한 ▲500~1000명 사이 ▲1000명 상한 ▲상한 없음 등 4가지가 제시됐다. 다만 고 위원장은 의사 한 명당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500명 정도인 만큼, 이 수준에서 상한을 정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환자 1인당 등록비 20만 원?…패키지 따른 차등 지급 유력
주치의 등록비 및 성과급과 관련해선 환자 500명당 1억 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안이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 영국의 경우 20~25만 원의 인당정액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
다만 제주형 주치의제의 경우 5만 원, 10만 원, 15만 원, 20만 원의 등록비가 선택지로 제시됐다. 연령·질환별이나 제공되는 주치의 서비스 패키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성과급의 경우 아토피 등 특정 질환에 대한 관리나, 만성질환 관리 항목에 따라 차이를 두는 안이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주치의제를 하면서 일반 진료도 한다면 등록비를 마냥 높게 책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적절한 선에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패키지 등록비를 책정하는 등 환자가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는지 금액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재택 대신 비대면 전화 상담을 받겠다면 등록비가 줄어드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치의제 활성화를 위한 주민 혜택 필요성도 강조했다. 관련 비용을 모두 본인 부담시킨다면 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환자들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전액을 지원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비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고 위원장은 "주치의는 환자를 전 연령에서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다. 환자의 건강을 역사적으로 알아야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여러 직역의 협력이 일차의료 발달과 주치의제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밖에도 시범사업을 위한 제도와 법력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와 인력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작은 제주도 일부 지역이겠지만 이를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그다음 전 국민 주치의제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자체와 정부의 많은 지원을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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