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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무색…임의조제 근절 빼고 모두 실패"

발행날짜: 2012-01-26 17:00:36

이규식 교수, 공단 세미나서 비판…"복약지도료 매년 3천억 지출"

임의조제 근절을 제외하면 의약분업의 정책 목표 달성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약분업 정책 목표를 평가한 결과, 항생제 사용 감소와 약제비 절감 등 세부 목표의 상당수가 실패해 분업의 본래 취지와 목적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통합 평가' 정책 세미나를 갖고 정책 현안 과제를 보험자 관점에서 조명하고, 실천적인 정책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규식 연세대 교수는 "단편적인 평가는 있었지만 정책 추진 당시의 목표나 기대효과의 성취여부 등을 감안한 종합적인 평가는 없었다"면서 "재평가해 보다 유익한 제도로 자리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의 정책목표를 ▲의약품 오남용 ▲약제비 절감 ▲국민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 향상 ▲제약산업 발전유통 구조의 세부 목표별로 나눠, 목표달성 여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식 교수는 먼저 "의약품 오남용을 살표보면 '폐렴구균 항생제 내성률'이 의약분업 이전에도 70~77%를 기록했는데 분업 이후에도 70%로 큰 변화가 없다"면서 "명백한 것은 약의 사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고 평가절하했다.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처방률이나 주사제 처방률 등이 감소한 것도 분업의 효과라기 보다는 심평원의 약제성 평가 효과로 보인다는 것.

이 교수는 "임의조제 근절 효과에 대해서도 보사연 보고서와 의협의 조사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어 이마저도 성공한 정책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약제비 절감 목표도 실패했다는 진단도 잇따랐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을 추진할 당시 실거래가상환제를 통해 약가마진을 없애는 등 약제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약가마진이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고 주장했다.

약가마진이 병원에서 의약품도매상과 약국 등 제약관련업계로 이전만 되었지 그 마진이 건보 재정으로 흘러들어가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이 되자 병의원은 고가약 처방을 주저할 이유가 없어져 고가약 처방이 늘어났다"면서 "의약품관리료 신설을 통해 건보재정 지출이 늘었고 보험수가를 5차례나 인상해 보험재정을 파탄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알권리 보호와 의약서비스 수준 향상도 부족한 점으로 지적됐다.

이규식 교수는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결국 처방전 발행률이 30%에 머물렀다"면서 "국민들의 약 70%가 복약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해마다 지출되는 복약지도료로는 2천억~3천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실거래가상환제로 종전에 의료기관이 가지던 약가마진을 도매상이 갖는 구조로 바뀌자 의약품도매상이 난립하게 됐다"면서 "의약분업을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그나마 성공한 것은 임의조제 근절뿐이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교수는 "보험재정 증가로 인한 국민부담을 가중시켰고 대형 문전약국의 성행과 동네약국의 몰락 등 의약분업의 부작용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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