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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복지부, 카바수술 논란만 키웠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1-07-26 07:10:35

신의료기술 평가, 정상적 절차·결정과 상이해 논란 증폭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는 카바수술의 보험적용을 위해 2007년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했다. 카바수술의 안전성 유효성 논란의 시작이다.

신의료기술은 의료급여나 비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행위, 약제 및 치료재료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7월 신의료기술 평가제도 구축을 위해 관련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한 결과 2006년 10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내용을 포함한 의료법이 공포됐다. 이듬해에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복지부는 심평원에 신의료기술평가수반사업을 위탁하고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를 정식 출범했다. 그러나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설립되면서 2년 후인 2010년 6월 신의료기술 평가 업무가 이관됐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홈페이지
심사 결과는 복지부로 보내져 의료보험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복지부는 요양기관이 신의료기술을 국가의 승인 없이 사용해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았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업무정지, 과징금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하면 관련 기관은 승인 또는 반려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2007년 당시 송 교수는 심평원에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당시 규정상 평가를 신청 100일 이내에 마무리해야 했지만 민감한 주제, 밀린 업무 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미뤄 2년이 지난 2009년 3년 조건부 비급여 결정을 내렸다.

통상적인 결정을 몇 년이나 미룬 것도, 승인이나 반려가 아닌 조건이 걸린 비급여라는 결정도 이례적인 것이다. 정부의 어중간한 결정이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조건부 비급여 결정은 승인도 반려도 아닌 이례적 결정”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카바수술에 대한 지리한 논란이 계속되는 도중 신의료기술평가 업무는 보의연 산하로 이관됐다. 심평원은 카바수술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전향적 연구를 위해 적응증을 제한했다.

결국 송 교수는 카바수술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건부 비급여라는 결정 자체가 승인도 반려도 아닌 상태이기 때문에 반려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의료기술로 신청을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는 관련 평가 최종 결정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송 교수처럼 이미 복지부 고시가 난 상황에서 신청 철회는 한번도 없었다.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관계자는 “카바수술은 조건부 비급여라는 아주 이례적인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지만 일반적인 절차상에서 신의료기술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는 가끔씩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취소를 하는 경우는 보통 결론이 안좋게 나올 것 같을 때 시술자 및 개발자들이 제기한다”며 “취소를 할 때 시술자는 앞으로 이 기술을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고 연구자료를 더 쌓아서 안전성 유효성을 확보한 다음 다시 신청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신의료기술로 승인을 받지 않았는데 환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했다가 적발돼 급여를 환수당한 사례도 있다.

이 관계자는 “한 의료기관이 연골성형술을 기존 방법과는 다르게 했는데, 심평원이 보험급여 청구패턴이 너무 많이 증가한 것을 발견해 의료기관에 진료기록부, 수술기록지를 요청했다”며 “그 결과 그 연골성형술은 신의료기술이기 때문에 평가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져 이전에 청구된 급여는 환수조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바수술 사례는 급여, 비급여도 아닌 조건부 비급여라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신의료기술 평가 및 철회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이미 복지부 고시가 난 상황에서 신청 취소를 한다는 것은 행정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한시적으로 비급여 고시를 내준 상황에서 송 교수가 신의료기술 신청 철회라는 돌발행동을 했다”며 “만약 실제로 송 교수측이 신청 철회를 제기한다면 복지부 보험급여과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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