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 백명 예진을 하고, 예진이 밀리면 바로 환자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공중보건의사가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지역 공중보건의사 A씨는 14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보건소의 열악한 진료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목포시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사가 예진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처분 위기에 놓인 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놨다.
앞서 목포시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맞은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예진을 하지 않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A씨는 “목포시보건소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매년 독감접종 때에는 하루에 1인당 수백 명의 예진이 시행되고 있는 게 전국 보건소의 현 주소”라고 했다.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타협한 것이 지금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는 고작 1~2명인데 환자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대기 환경이 불편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민원을 제기한다”면서 “게다가 환자들의 민원에 예민한 공무원들은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일단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예진표에 공중보건의사의 서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시 전국의 공중보건의사가 동원됐을 때 보건소의 무리한 예방접종의 문제점에 대해 성토했지만 소리 없이 묻혔다”며 “당시 공중보건의사들은 개선이 필요성을 느꼈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외면당했다”고 전했다.
보건소의 열악한 진료환경에 대한 A씨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보건소가 주관하는 지역행사에 공중보건의사가 무리하게 동원되고 부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휴일에 실시하는 각종 지역축제에 불필요하게 공중보건의사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막상 공문상에는 근무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를 했다면 기존 대체휴무 1일에 추가로 6시간의 대체휴무가 있어야 하지만, 대체휴무 1일만 허용하는 식이다.
그는 또 무리한 예방접종 이외에도 진료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의제기 했다.
그는 “간혹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했을 때 의사가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면서 “심지어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대리처방, 중복처방에 대해 거부한 경우에 대해서도 의사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A씨는 현재 보건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을 한정하고, 그 외의 필수예방접종은 병의원에서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바우처나 쿠폰 등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소의 일반진료 확대에 대해서도 대상자를 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로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보건소의 일반진료 확대가 세수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해야한다”면서 “보건소의 일반진료 확대로 인한 1차 의료기관의 붕괴가 어떠한 위험성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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