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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CT 기준 유권해석인가"…복지부 곤혹

이창진
발행날짜: 2008-08-29 11:51:07

의협, 공동병상 무의미 지적-병원계, 요양기관 특수성 간과

MRI와 CT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에 대한 의료기관별 모호한 규정에 대한 개선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28일 의료계와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특수의료장비 설치등록 기준에 대한 의견조회에서 의료단체들이 요양병원과 의원급 기준개선을 골자로 한 회신을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의견조회는 지난 3월 복지부에 대한 감사원 재무감사에서 지적된 유권해석에 국한된 불명확한 특수의료장비 설치 등록기준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에서 실시됐다.

의협은 건강검진기관 설치 기준에서 병상수 기준 외에 검진환자수의 병행여부에 대한 질문에 “병상을 운영하지 않은 건강검진기관이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불필요한 공동 활용병상기준을 대체할 수 있는 기준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더욱이 신규 검진기관의 경우 환자 실적을 평가할 수 없고 기존 기관도 해마다 변화폭이 크다”며 현 규정이 지닌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따라서 “공동병상 기준이 아니라 의원의 전문성 등을 감안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감사원에서 지적한 의료기관 특징에 따라 다른 기준을 보강하지 않아도 별도 조치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특수의료장비가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단독 설치와 관련, 의협은 “요양병원은 급성질환 진단과 치료 및 건강진단 목적으로 사용되는 특수의료장비 설치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전제하고 “다만, 대안으로 특수의료장비의 품질관리와 장비관리에 대한 기준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단독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특수의료장비설치및운영에관한규칙’에는 요양병원 설치근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공동병상 기준인 200병상 규정에는 이를 불허하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복지부의 유권해석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요양병원은 공동병상 기준을 근거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MRI와 CT 등을 설치했으나, 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해당지자체에서 설치 허가를 유보시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양병원, 뇌신경계 환자 95% 검사 불가피“

노인요양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복지부에 지난해부터 수차례 건의했으나 진료비 증가 등을 내세워 유권해석에서 반대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면서 “누워있는 노인환자를 CT와 MRI 검사를 위해 종합병원으로 이동시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요양병원의 특수성을 간과한 의료정책을 질타했다.

박인수 회장은 이어 “환자의 95% 이상이 뇌신경계 질환으로 6개월 이상 경과시 특수장비 검사가 불가피하다”며 “본인 부담금도 20%인 상황에서 진료비 핑계만으로 불인정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복지부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겠다며 단호한 입장이나 의료단체의 거센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눈치이다.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이번 의견조회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지 검진기관과 요양병원 등의 설치기준이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의료계와 병원계 모두에서 규정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포화상태인 CT와 MRI를 무한정 늘리는 것은 의료비와 진료비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하고 “영상의학회와 품질관리원, 심평원은 규제를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9월 중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규제중심의 원칙고수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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