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 ‘보건의료 위기와 갈등의 시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이름의 자리에선,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이주호 선임연구위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었지만 의료현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남아 있던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발언은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에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남은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의 보호 속에서 교대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달리, 의사들은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며 환자를 살려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수술대에 올라가며, '나 하나 빠지면 누군가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버틴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일터가 아니라 전장이었다. 정시 출퇴근의 '헌신'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공로를 앞세워 의료 현장의 지속을 설명하는 건, 고통의 구조를 정반대로 설명하는 궤변이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누가 메웠는가. 남은 의사들이 스스로의 삶을 갈아넣으며, 윤리와 책임만으로 버텼던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능한 것이 아니라, 붕괴 직전이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병원이 멈췄다는 식의 자화자찬은, 전시 중 병참 병력이 전장을 지켰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
무엇보다 이 회의 자체가 일방적이었다. 다양한 현실과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한 쪽의 주장만 반복됐다. 반대편에 앉은 이 없이, '의사 없는 의료 토론'이 진행된 셈이다. 이런 자리는 해법을 만들지 못한다. 갈등을 풀겠다는 이름으로 갈등을 덧칠하고, 공감 없이 자신들만의 진실을 강요하는 구조는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할 뿐이다.
의료는 생명이다. 생명 앞에선 말보다 먼저, 침묵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공이 크냐는 논쟁이 아니다. 무너지는 곳을 지탱한 이들의 희생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그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그 일을 외면하고, 마이크를 쥔 쪽만 진실인 양 말하는 이들이 의료 위기의 본질이다. 다음 위기는 더 깊을 것이다. 진짜 희생은 늘 가장 조용한 자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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