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치료는 임상현장에서 동종조혈모세포 이식과 고형장기이식 후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CMV 감염은 수술 후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악화될 경우 이식 거부 반응과 기회감염, 사망의 위험 증가 등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CMV는 다기관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CMV 폐렴의 경우 사망률이 최대 6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4월 리브텐시티(마리바비르)의 등장, 임상현장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나 불응성이 발생할 경우에서 선택지로 주목받은 것.
13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서울성모병원 이동건 교수(감염내과)를 만나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중심 임상현장 CMV 최신 치료 전략을 들어봤다.
치료제 급여 1년, 환자 삶의 질 향상 뚜렷
CMV는 전세계 성인의 60% 이상이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과 일종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환자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임상현장에서 1차 치료법으로 간시클로버(정맥주사용)와 발간시클로버(경구용)가 처방된다.
문제는 기존 치료 옵션은 이상 반응 발생의 위험이 있고, 치료 실패는 내성 및 불응성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또한, 호중구감소증이나 신독성과 같은 이상반응을 보여, 급성 신손상과 골수억제 이상반응 발생, 정맥 투여를 위한 입원 치료 부담 등이 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4월해 리브텐시티가 2차 치료에 급여로 적용, 임상현장의 추가 치료 선택지를 제공했다. 간시클로버 및 발간시클로버 치료에 불응하거나, 내성이 발생한 이식환자 대상 CMV 감염 및 질병치료에 급여가 적용된 것.
이동건 교수는 "임상현장 전체 CMV 감염 환자 중 약 10~20%에서 리브텐시티로 치료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급여가 적용된 이후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사용 빈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도입 이전에는 포스카네트나 시도포비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도포비어는 국내 공급, 포스카네트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고액의 약가를 부담해야 한다"며 "더구나 해당 약제들은 골수 억제와 신독성 등의 이상반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혈액내과에서는 환자의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 저하를 우려해 사용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건 교수는 임상현장의 치료전략 자체가 바뀌는 동시에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개선됐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그는 "CMV 재활성화 위험이 높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환자군에서,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로 투여해야 했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불가피했다"며 "반면, 리브텐시티는 경구 복용이 가능해 외래 중심의 치료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입원 없이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진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동건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이상반응 발생률이 낮아 면역 상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그 결과 CMV 감염의 조기 조절과 장기 예후 개선으로 인한 무질병(disease-free)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이식에 성공한 환자들은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하고, 연 1회 예방접종을 위해 외래를 방문하는 수준의 관리만으로 장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선제적 개입 중요해진 CMV, 배경은?
CMV는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등 외부 감염 바이러스와 달리, 대부분 이미 유년기에 감염돼 체내에 잠복 형태로 존재하는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94%가 CMV 항체 양성률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건강한 면역 상태에서는 재활성화 되는 일이 드물지만, 면역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이식 환자에서는 재활성화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경우, 이식 이후 면역체계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생착 이전에는 감염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이 시기에 CMV가 재활성화되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폐렴, 망막염 등 심각한 장기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동건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는 CMV가 본격적인 질병(disease)으로 진행되기 전 시행하는 '선제 치료(preemptive therapy)'를 중요한 치료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동건 교수는 "혈액 내 CMV DNA 수치가 상승하는 초기 조짐이 관찰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선제 치료를 시작한다"며 "즉, CMV 치료는 발병 이전의 '의심' 단계에서 개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CMV 치료제 내성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비급여에 따른 치료비와 검사 기간은 임상현장 활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2주 이상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중 CMV 바이러스 농도가 peak 대비 1log10 이상 증가하거나 1log10 이내에서 증감되는 경우 내성여부 검사를 고려한다"며 "진단 정확도가 높은 정밀 검사지만, 고비용 및 결과 도출까지 평균 1-2주, 경우에 따라 3주 이상이 소요되는 등 시간적 부담이 있어 임상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시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동건 교수는 "CMV 내성 검사는 UL97 또는 UL54 등 내성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염기서열 분석 방식을 활용한다. 내성 검사가 가능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채택하고 있으나, 이는 비급여 항목으로 검사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혈액암 신약 등장 속 CMV 관리 중요"
그러면서 이동건 교수는 최근 백혈병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CMV 감염관리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CML)과 같은 질환에서 약물치료만으로도 안정적인 질병 조절이 가능해졌다"며 "CAR-T와 같은 면역세포 기반 치료 역시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면역 기능의 완전한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동건 교수는 "CAR-T 치료나 장기 표적치료는 정상 면역세포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는 장기간 면역 저하 상태를 겪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CMV를 포함한 다양한 기회감염에 대한 감시와 대응 전략은 여전히 필요하다. 즉, 조혈모세포이식 여부와 관계없이 면역 기능이 억제되는 환경이 존재하는 한 CMV 감염은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소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CMV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내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이 적절한 개입과 전략에 따라 치료제 내성을 관리, 이에 대한 우려로 약물 처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동건 교수는 "리브텐시티는 이식 후 CMV 감염 치료 전략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치료제임은 분명하나, 내성 발생 환자나 복약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후속 치료 옵션 마련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일부에서는 '내성'이라는 단어를 '오남용'과 연결지으며 불필요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브텐시티 역시 내성 발생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전문가의 적절한 개입과 치료 전략에 따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성 우려만을 이유로 약물 처방을 회피하거나 불신하는 경우, 필요한 치료가 지연돼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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