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사고 형사 기소 기준을 기존 상해 정도에서 중대 과실로 바꾸고, 반의사불벌을 적용하는 의료사고 안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환자단체 반발이 심해 정책이 마련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6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강준 과장은 정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공개했다.
여기엔 필수의료 관련 형사체계를 중대 과실 중심 기소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다.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상해 정도였던 기존 기소 기준을 중대 과실 여부로 전환한다는 것.
특히 의료계 요구였던 환자·의료진 간 조정성립 및 합의에 따른 반의사불벌을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필수의료의 경우 사망사고에도 반의사불벌 적용을 검토한다. 사고 당시의 긴급성이나 의료진의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처벌을 줄이거나 면제하도록 하는 안도 담겼다.
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최장 150일 안에 의료진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 수사당국에 기소 자제 등을 권고하게 해 장기간 수사에 따른 의료진의 부담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강 과장은 이 같은 정책의 목표가 환자·의료진 소통·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사고 피해의 실질적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한 진료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 진료 여건 조성 및 필수의료 기피를 해소한다는 목적이다.
또 이를 위한 핵심과제로 ▲소통과 신뢰 중심의 분쟁 해결 지원체계 확립 ▲신속·충분한 배상을 위한 공적 배상체계 강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형사체계 개선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통·신뢰 중심 분쟁 해결 지원체계 확립을 들었다. 현재는 의학적 근거 기반 의료사고 원인·실체를 규명하는 합리적 분쟁조정 절차가 미흡하다는 우려다. 소극적 예방·소통·분쟁 조정으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렇게 수사·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이 유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료과오 소송 1심 평균 소요 기간은 26개월이며, 의료분쟁 평균 조정 기간이 86.7일에 달하는 실정이다. 사망 등 중상해 분쟁조정 성공률도 55.7%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강 과장은 관련 대책으로 의료사고 예방 강화 및 소통 활성화를 제시했다. 의료사고 예방체계·활동 등을 배상책임 보험료 산정 및 의료분쟁 조정 판단 근거로 활용해, 적극적 사고 예방 황동 유인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의료사고 설명에 대한 법적 보호로 신뢰 형성 및 갈등 증폭을 방지하고, 환자·의료진의 트라우마 회복을 지원하는 체계 구축도 담겼다. 사고 설명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소통을 법제화한다는 것. 의료진의 유감 표명과 사과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였다.
분쟁조정 혁신 방안과 관련해선, 환자 대변인실 신설 및 의료인 대상 전문 상담 지원 확대로 양측의 절차 참여를 돕고, 각계가 참여 컨퍼런스 감정 강화로 감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협의 기회 확대 및 조정 준비기일·감정 불복절차 신설 등을 통한 조정 합리화 방안과, 감정·조정 결과 DB를 구축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투명성 제고 방안도 있었다.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책임보험 의무화 및 보험·공제 혁신을 대책으로 강조했다. 의료기관 개설자 대상 기관 내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것. 신속하게 충분한 배상이 이뤄진다면 민사 부담을 완화하는 구조로 배상보험·공제를 혁신한다는 목표다.
배상에 대한 국가 책임도 확대했다. 특히 불가항력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기존 3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한 것처럼, 그 대상을 중증 응급·소아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험료 국고 지원과 필수의료 특별배상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로 필수의료를 지원하고, 공적 배상기구 신설을 검토하는 안도 담겼다.
강 과장은 "향후 토론회 등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 및 입법도 지원할 것"이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는 신속·충분히 구제받고, 의료진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튼튼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망사고 반의사불벌에 대한 환자단체 반발로 정책이 마련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필수의료 형사체계가 중대 과실을 중심으로 바뀐다면, 단순 과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사법리스크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이 된다는 의료계 주장은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것.
이어진 토론회에서 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근거가 불확실한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특례를 추진하겠다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다"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연평균 의사 기소는 30~40건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도별 의사 업무치사 과실 고소 건수와 기소 건수 연구가 발표되면, 과도한 사법리스크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것"이라며 "의료계 주장과 정부 용역 연구 결과가 큰 차이가 난다면 특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우리나라 의사에 대한 기소 횟수가 외국에 비해 과도한 것이 맞다는 반박이 나왔다. 영국·미국·프랑스·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1년에 형사 기소되는 의사 건수가 3~4건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적게 잡아도 500건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이성순 교수는 "1년에 검찰청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되는 의사가 780건 정도"라며 "우리나라 의사들이 해외 의사보다 더 게으르거나 실수를 많이 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나라 기소가 과도하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교도소 담장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더 줄어들면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며 "이는 의사에게도 국민에게도 피해다. 이런 부분이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