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관련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되면서 의사단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성분명 처방의 발판이 되는 데다가 오히려 문전약국의 어려움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4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대체조제 통보에 대한 사실 여부 등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이 행위에 대한 국민 오해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중 더불어민주당 서영석·이수진 의원안은 약사의 대체조제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 사실을 의사에게 사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의사와 약사 간의 불신을 없애고 정보 공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또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 변경해, 관련 행위가 의약품을 바꿔 조제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개선하고자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안은 이중 심평원 사후 통보만을 담았다.
현행법상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할 경우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1일 이내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효율적인 통보가 어렵고, 사후 통보 사실 여부 논란 등으로 의사와 약사 간 불신이 생겨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일선 개원가에선 대체조제 활성화가 대형약국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전약국의 경우 연계 의원에서 이뤄지는 처방에 대한 준비가 이뤄져 있어 대체조제가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저가 판매로 전국 각지에서 환자를 끌어모으는 대형약국의 경우, 대체조제로 의약품 부족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약국이 난매로 처방전 수를 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동네 문전약국 현 시스템으로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25년 전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대부분 문전약국은 연계 의원의 처방에 따른 약이 세팅된 상황"이라며 "실제 우리 문전약국 약사도 대체조제에 관심이 없고 불필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싼 가격에 환자가 멀리서도 처방전을 가지고 오는 도매상 약국은 얘기가 다르다. 감염병 사태가 아니고서야 의약품 품절을 걱정하는 곳은 이런 곳밖에 없고 대체조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영세 약국만 더 어려워지고 기업형 약국만 이득을 보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한내과의사회는 대체조제가 성분명 처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2000년 의약분업에 반하는 제도인 만큼, 시행하겠다면 의약분업 역시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약계의 성분명 처방 요구 근거인 의약품 품절 사태와 관련해선, 약가를 인상해 제약사가 공급량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반박했다.
의약품 품절은 대개 감염병 유행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지는데, 약의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관련 문제의 핵심은 낮은 약가로 제약사가 생산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제제 약가를 100원에서 150원으로 50% 인상하니 공급량이 안정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약계 근거인 의사 리베이트 방지와 관련해선, 이미 제약사 CSO를 통해 주문이 이뤄져 성분명 처방 없이도 리베이트가 근절됐다는 반박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성분명 처방을 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의약분업은 필요 없게 된다"며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대체조제는 어느정도 양해가 된다고 해도 이를 보편적으로 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은 국민 생명과 직결돼 신뢰도가 대단히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안 된다"며 "약가 인상으로 제약사가 제대로 된 약을 생산·유통해 마진을 내고, 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산업 발전과 올바른 질서 확립을 위한 해법"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0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법안이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는 오히려 의사와 약사 간 소통 단절시켜 환자 치료 연속성 저해한다는 것. 특히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약사의 무분별한 대체조제는 부작용 및 약화사고 위험성이 있고, 제도 자체가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심평원 업무 범위, 통보기한 증가로 인한 의약품 사용 안전성 우려 등을 고려하면 해당 법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하고 대체조제 사실이 통보되는 시점을 지연시킨다는 우려다.
심평원도 의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조제로 약화사고가 발생할 시, 환자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해당 법안에 대한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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