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보건의료 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법안이 등장하면서 의료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한 데이터 소유권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18일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개인의 보건의료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개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 활용에 동의할 경우, 자신의 의료 정보를 영리기업 등에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 보건의료 정보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 제공자에 대한 불평등한 이익 분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디지털임상의학회 우려다.
이 법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민감한 보건의료 정보의 보호와 정보 제공자에 대한 보상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이 법안으로 인한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를 지적했다. 일례로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생체 신호 등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진료 기록이나 검사 결과와 같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전문성이 투입된 데이터는 소유권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본 법안은 개인에게 의무기록을 제3자에게 전송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정보 생성 주체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 부가가치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이 법안은 의학 연구와 헬스케어 회사의 건강관리 서비스에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자에게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는 개인 정보 제공자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도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
의료기관의 데이터 전송 강제화 문제도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헬스케어 업체에 전송해야 하며, 이에 대한 현실적인 비용 산정도 불분명하다. 이로 인한 익명화 오류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윤리와 책임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과 책임성은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에 데이터 오남용 방지를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개인 정보의 부적절한 활용을 예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의료진·의료기관의 역할과 권한 명확화도 요구했다. 의료 데이터 활용에 있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정의해 데이터 제공과 활용 과정에서의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이 같은 명확화가 의료 서비스의 연속성과 환자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시범 사업 및 단계적 도입을 통한 안정성 검증을 제안했다. 법안 시행 전에 시범 사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와 관련 디지털임상의학회는 "우리 학회는 기술 발전이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와 윤리적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이 발의되기 전에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며, 법안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학회는 국민 개인권 보호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 간 균형을 이루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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