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회] 2024 뇌사 기증자를 위한 ‘위령미사’의 현장 (부제 :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며...)
홍석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장(간호사)
11월은 가톨릭의 전례력으로 ‘위령성월’이다. 위령성월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한 기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이다. 위령성월에 성당에서는 돌아가신 이들을 위한 미사가 자주 봉헌되며, 신자들은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하느님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돌아가신 가족, 친지, 그리고 모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한다.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매년 11월 첫째 주에 뇌사 기증자를 위한 위령미사를 드리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장기를 기증하신 이들을 추모하는 이 특별한 미사에는 기증자 유가족,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 장기이식 관련 외부 기관 관계자, 본원 보직자 및 교직원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다.
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이 미사를 늘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미사’라고 표현한다. 기증자의 유가족은 가족에 대한 깊은 그리움으로, 새 생명을 받은 수혜자는 감사함으로, 그리고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모든 과정을 되새기고 생명 나눔의 고귀함을 다시금 느끼며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에 임한다.
장기기증을 결정하며 고민했던 기증자 가족들을 맞이할 때면 절박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레 눈물이 먼저 고인다. 하지만 이내 서로 손을 어루만지며 안부를 묻고는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올해도 잊지 않고 초대해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위령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한다. 오실 수 있는지, 몇 분이 오시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참석자분들에게 드릴 선물을 고민하며 초대장을 준비한다. 봉헌할 꽃들도 하나하나 손수 작업하지만 그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족들이 미사를 통해 위안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난다.
지난 3년의 위령미사에는 눈물이 함께 했다. 때문에 올해 위령미사에선 눈물을 보이지 말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꽃을 봉헌하는 시간이 되면 그 다짐은 처참히 무너진다. 기증자 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의 이름이 쓰여진 제단 앞에 꽃을 봉헌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남아있는 우리들도 그 고요하고 긴 시간을 함께 한다.
올해는 특별히 은평성모병원 성가 동아리 ‘라우다토시(찬미받으소서)’가 미사에 함께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평소 병원의 작은 행사에도 종종 참여하며 성가를 연습해 왔지만, 이번 위령미사만큼은 꼭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두 달 이상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우리의 노래가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노래했지만, 오히려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엄숙한 미사가 끝나면 가족들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 마련된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을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자신의 가족들이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벽을 쓰다듬거나 사진을 찍으며 오늘의 작별을 준비한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시간이 되면 어느 누구랄 것 없이 환하게 웃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4회째 진행한 위령미사에서도 어김없이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 미사를 준비한 우리들... 손님들을 배웅하고 우리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피곤함과 허탈감보다는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할 행복과 위안을 우리가 받고 있음을 매년 느낀다.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서는 여전히 뇌사 기증자를 위한 예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증자를 향한 우리의 마음과 다짐이 단순한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뇌사자를 관리하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진정한 우리의 소명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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