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진행했던 일괄 약가인하가 오히려 보장성을 약화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기업의 매출 감소 등은 물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비급여 의약품 등 약가 미인하 품목의 비중을 증가를 이끌어 소비자의 약품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25일 진행된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세대학교 최윤정 교수가 발표한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는 2008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매출액 정보가 확인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의 영향 등을 분석한 것.
이를 통해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행태 변화(급여 및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 변화,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중 변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생산자, 건강보험공단의 후생 분석 및 재정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약가인하 정책에 노출된 기업은 미노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액 성장이 둔화했다.
또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생산비중을 증가시켰고 급여 전문의약품 내에서 미인하 품목 생산 비중을 증가시켰다.
결국 약가인하에 노출된 기업들의 경우 생산 및 매출 구성 변화를 통해 가격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 충격에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약가인하의 목적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완화 효과는 감소했고, 장기적으로 전체 약품비 및 소비자 부담이 증가해 보장성이 저하됐다는 것.
특히 소비자 후생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약가인하 노출기업의 경우 행태 변화를 통해 1.5%p의 이윤 감소를 방어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건보 재정은 비급여 의약품의 비중 증가로 추가 개선이 상당했으나,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정 교수는 "제약기업들은 약가인하의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받는 매출액의 성장 둔화를 보전하고자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의약품인 급여 내 미대상, 비급여 의약품의 생산 구성을 증가시켰다"며 "이는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액은 오히려 증가시키고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절감 효과를 상대적으로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기업의 다양한 의약품목 및 생산/판매 방식으로 정책은 다양한 행태 변화를 가져오는데 자체 생산보다 위탁 생산 또는 수입의약품의 코프로모션 증가는 수입원료의약품 대체 등으로 이어져 제약산업의 생산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던 또 고려하지 못했던 기업의 행태 변화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제약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과 건보재정은 물론 궁극적으로 제약산업 생태계에 장기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상 생태계의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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