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원주기독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위에 나열한 대학병원은 2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앞서 전공의들이 수련환경 개선을 거세게 요구하며 파업 직전에 이르는 긴박한 상황을 경험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병원부터 전공의 수급 대책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
그러다 보니 제도 본래의 취지나 방향성 보다는 부족한 의료인력 메우기식의 제도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잠시 앞서 제도 정착에 성공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로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1989년 뉴욕주는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법을 제정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병원들은 '전공의=값싼 인력'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철저히 수련받을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병원은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이름의 전문의를 투입해 그들의 과도한 업무를 대폭 줄이기 위해 애썼다.
다시 국내 병원의 얘기를 해보자면, 일부 병원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진정한 의미의 호스피탈리스트가 연착륙하려면 병원 내 의료인력 구조를 바꿔야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이 당장 부족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을 채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상당수 병원이 야간에 응급실을 전담해 줄 인력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제도 도입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많지 않다.
실제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월 1800만원 파격적인 급여를 제시했음에도 나서는 의사가 없는 상태다.
물론 그나마 호스피탈리스트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할 의지를 갖고 있는 병원은 그렇지 않은 병원보다는 변화의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부족한 의료인력을 채우자는 식의 발상으로는 반쪽짜리 호스피탈리스트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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