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 직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 참여 위원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한국화이자제약이 폐암치료제 '잴코리'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느냐는 의혹이 높다.
한국화이자제약은 해명자료를 통해 급평위 최종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과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행동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깊어가던 중 심평원은 위원 중 일부에 한국화이자의 접촉 시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접촉 시도에 대해 모든 위원이 면담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잴코리는 2011년 국내 시판 허가 후 두 차례에 걸쳐 급여 신청에서 탈락하고 세 번째로 상정될 예정이었다.
한국화이자 잴코리 등재 담당자는 세 번째 신청에서는 어떻게든 급여 상정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있었을테고 그만큼 마음도 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급한 마음이 '개인의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한국화이자는 잴코리 등재 담당자가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급평위 명단을 바탕으로 제품 설명 기회를 모색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화이자의 말 마따나 개인적인 행동이었으며 부절적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급여 등재 여부에 대한 회의를 앞두고 해당 의약품 담당자가 급여 적용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위원에게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의혹과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제품을 설명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였을 수 있지만 세간의 이목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로비 의혹은 시가와 절차 상의 중대한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환자들은 이번 로비 의혹이 오히려 잴코리의 급여 등재를 가로 막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잴코리는 '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승인받은 최초의, 유일한 치료제다. 잴코리 한 알의 가격은 17만이 넘는다. 환자들은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약값을 어렵게 감당하며 연명하고 있다.
잴코리의 급여 등재를 바라는 환자들의 마음은 결코 한국화이자의 바람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치료제의 급여 등재 논의를 앞둔 시점에서 터진 로비 의혹은 관련 환자들의 희망과 바람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고 그마나 있는 치료제마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인한 비용 효과성의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는 관련 의약품의 급여 등재는 삶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만큼 제약사의 책임은 무겁다. 한국화이자의 잴코리라는 제품에는 그런 환자들의 희망과 생명의 무게가 얹어져 있는 것이고, 설령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희망이 꺾이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의약품은 임상과 효과로 존재와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지, 제약사 직원의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입증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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