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를 통해 인턴제 폐지 시점을 결정한다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정책결정은 인기투표가 아니지 않나."
"복지부가 정책 결정을 하는데 의대생의 의견을 듣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인턴제 폐지안을 골자로 한 입법예고에 앞서 전국 의대생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듣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무의미한 절차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복지부가 의대생 설문조사 등을 벌이는 사이 정작 인턴제 폐지에 대한 중요한 쟁점은 흐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는 왜 환영받지 못하는 설문조사를 선택한 것일까.
복지부는 지난해 이미 인턴제 폐지와 관련해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쳐 입법예고 일정을 연기하면서 당사자인 의대생을 직접 만나 문제가 무엇인지에 듣겠다며 '인턴제 폐지 TFT'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5월 2015년 인턴제 폐지 시행을 골자로 한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의대생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자 의대생 의견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기 위해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KAMC)에 의뢰해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 측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에 입법예고 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협회, 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은 전공의 수련개선 TFT를 통해 2015년 인턴제 폐지안에 대해 동의한 바 있어 더 이상 의견을 모을 필요가 없었고, 의대생은 조직력이 약해 복지부가 대신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타 기관 및 단체는 이미 합의를 도출했고, 의대생만 반대 의견을 내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인턴제 폐지 이후에 대해 논의했다.
일면에선 의료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생협회(의대협)에서 의대생 설문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의대협 조원일 회장은 "상당수 의대생이 인턴제 폐지와 관련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의견을 묻는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대생 입장에선 정부가 의대생 관련 정책결정에 우리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구체적인 데이터나 계획에 의한 게 아니라 설문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 전수조사를 맡은 KAMC 측도 복지부 요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인턴제 폐지 이후 수련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임상실습교육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보가 없는 의대생이 내린 결정을 정책에 반영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가령, 의대생 다수가 2015년을 선택했다고 하자. 하지만 의대와 수련병원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의대생 의견이라는 이유로 추진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KAMC측 관계자는 "인턴제 폐지가 과연 의대생과 학장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할 일인지 의문"이라면서 "이미 결정을 했고,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아진 상태에서 일정을 잡으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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