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진료한다는 개원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병원을 찾아갔다. 인천시 계양구 모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성모 25의원' 권경대, 조인경 원장.
일단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일 년 내내 24시간 진료한다는 것 자체에 의심이 갔다. 게다가 한 명은 여의사다. 광고를 위해 24시간 진료를 표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의사 2명이 하루씩 교대하면서 실제 24시간 진료를 하고 있었다.
교대 시간은 오전 10시. 의사 한 명의 진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특히 오후 7시부터 환자가 한명 한명 늘기 시작하더니 밤이 깊어갈수록 더 몰려들었다.
환자는 대부분 어린이들. 맞벌이 부부들은 퇴근한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 삼아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오고 있었다. 온 가족이 병원을 찾아온 탓인지 환자 대기실이 북적였다.
개원 1년 째 접어들면서 입소문을 타고 야간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성모 25의원' 주 고객은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퇴근 후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기 편한 시간이 대개 오후 8~9시. 그러다보니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환자가 유독 많았다.
실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평균 환자 수가 70명인 반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는 70명에서 많게는 90명에 달한다.
상당수 의료기관이 오후 7시 이후에는 막상 환자가 없어 야간진료를 시작했다가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다.
특히 주말에는 넓은 대기실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찬다. 그러자 '성모 25의원'은 어린이 놀이공간과 온라인 카페도 꾸몄다.
이들은 어떻게 야간진료를 시작했을까.
권경대, 조인경 원장은 인턴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사이.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24시간 진료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면서 보니까 실제 병원에 올 만큼 중증환자는 없었다. 다만 주변에 갈 병원이 없다보니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24시간 의원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지난 해 4월 '성모 25의원'을 개원했다.
조인경 원장(좌)과 권경대 원장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이들도 개원 초기에는 고생을 좀 했다고 한다.
특히 조인경 원장은 "개원 초기 간호직원과 단 둘이 병원을 지킬 때면 솔직히 겁이 났다"고 했다. 가스총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시간에 병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보니 취객이 들어와 진료를 받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주사실에서 옷을 벗고 자고 있는 등 별 일이 다 생겼다.
"경찰도 부르고, 보안업체가 달려오기도 했다. 이제 경찰도 우리 병원이 24시간 진료하는 걸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24시간 진료에 지친 직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표를 던지는 게 문제였다. 현재 간호직원은 모두 9명. 24시간 근무를 하다 보니 대학병원처럼 3교대 근무를 해줄 직원이 필요했다.
"심할 때는 이틀 다니다가 그만두겠다고 한 직원도 있었다. 몇 개월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입사한지 한 달이 채 안된 직원들은 이름조차 외우지 않게 되더라. 또 언제 나갈지 모르는데 알아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기혼 간호직원으로 교체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미혼보다 기혼 간호직원들은 책임감도 강했고, 3교대 근무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인건비 부담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개원 1년 3개월 째 접어들었지만 이들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여전히 봉직의 월급 수준.
그래도 권 원장은 '성모 25의원'에 희망이 보인다고 단언했다.
"현재 등록 환자가 1만 5천여명인데, 매달 신환이 1000명씩 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젠 제법 입소문이 나 심야시간에는 서울 개봉동, 신월동에서도 찾아온다."
지역 주민들이 '성모 25의원'을 동네 사랑방처럼 여기는 것도 즐겁단다.
"새벽 시간에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있었는데 TV가 고장 났다며 주전부리를 사 들고 병원에 온 가족도 있었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조 원장은 "새벽에 우는 아기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진료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보람이지만 동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 또한 개원의로서 꽤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365일 24시간 내내 진료하면서도 즐겁다니. 그런데 두 원장은 진심으로 24시간 진료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일단 교대근무를 하고 나면 하루는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밤을 새면 다음날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자 "쪽잠 자는 게 버릇이 되다보니 피곤한 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오히려 격일로 쉬면서 아이들과 놀아줄 수도 있고, 가족끼리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다고.
게다가 다음 달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페이닥터 한명을 고용해 주 3일 진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이들은 내친김에 '성모 25의원' 2호점도 계획하고 있다.
"솔직히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개원하기도 그렇고 병원에는 TO도 없다. 심야진료에 익숙한 응급의학과 출신 동료들과 함께 2호점을 내고 싶다."
권 원장을 만나기 전, 전날 당직근무로 피곤기 가득한 표정을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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