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위치한 A대학병원. 이 병원 내과에는 처방 전문 PA가 있다. 주치의(전공의) 이름으로 이 PA가 내는 처방은 하루에 100여건. 분명한 불법 의료행위지만 제재를 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근 전공의 부족 사태에 PA(Physician Assistant)제도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PA가 처방을 내는 것은 물론, 전공의들에게 오더를 내리고 단독 회진을 도는 사례도 있어 충격적이다.
처방 전문 PA까지 등장…교수 없으면 단독 회진도
앞서 언급한 A대학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병원 내과에는 현재 전공의가 2명 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5명의 PA를 뽑았지만 이제는 주객이 전도됐다.
이 병원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진 PA는 주치의(전공의)의 이름으로 하루에 100여건씩 처방을 낸다. 물론 의국장이 추후 이를 검토하기는 하지만 엄연한 불법 의료행위다.
특히 만약 의료소송 등에 휘말릴 경우 처방전에 이름이 적힌 전공의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
이 병원 의국장은 10일 "사실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며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답이 없으니 어쩌겠냐"고 털어놨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A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병원에서 PA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곡예를 펼치고 있다.
수도권의 B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병원 내과에서는 PA가 오더를 내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전공의들은 사실상 PA가 의국장 또는 임상교수급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이 병원 3년차 전공의는 "PA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다 보니 이제는 오더까지 내고 있다"며 "사실상 교수와 전공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PA 대부분이 간호사라 의사의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경력이 쌓이고 교수에게 신임을 얻다 보니 오히려 의사를 관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병원에서는 교수가 해외 학회 등에 참석할 경우 PA가 단독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보조 사실상 전담…수련 차질 현실로
일부 병원에서는 PA로 인해 수련에 차질이 빚어 지는 경우도 있다. 전공의가 해야할 일을 PA가 대신하면서 제대로 된 수련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C대학병원 흉부외과에는 전공의가 1명 뿐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수술을 교수와 PA가 주도하고 있다. 이 전공의는 그저 참관을 위해 참여할 뿐이다.
특히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내시경 수술에 필요한 천공 등을 PA가 맡아서 한다.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 해도 논란이 되기 충분한 부분이다.
이후 수술에서도 전공의가 참여할 기회는 적다. PA가 제1 어시스트를 맡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공의는 점점 더 술기를 익힐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이 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솔직히 수술은 많고 인력은 적다보니 경험이 적은 전공의보다는 PA와 손발을 맞출 수 밖에 없다"며 "제자를 위해서도 이건 아니다 싶어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상준 회장은 "PA는 분명 보조 인력이지만 일부 병원에서 의사를 대체하기 위해 선발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PA가 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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