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병원 문턱을 낮춰 '가난한 환자들의 안식처'로 불리는 도티기념병원(이사장 김옥순 수녀)이 제22회 아산상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자락에 위치한 도티기념병원.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라는 병원의 운영 철학처럼 무일푼으로 병원을 찾아도 치료만큼은 귀빈 대접을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소외된 이웃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병원이다.
도티기념병원은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국적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외래 진료비는 물론 수술, 입원비까지 모두 무료다.
병원 설립 이래 현재까지 외래 187만여 명, 입원 7만 3천여 명, 수술 3만 7천여 명에게 무료진료의 혜택을 주면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고 있다.
도티기념병원은 사회복지시설 거주자들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극빈자로 취급되며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마리아수녀회가 1982년 설립했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도티기념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당시 뉴욕의 골드만삭스회사의 중역이며 포담대(Fordham University) 이사장인 도티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도티 씨는 1백만불을 선뜻 희사했으며,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병원 명칭을 '도티기념병원'이라고 지었다.
이와 함께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지시로 최고의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병원 설립을 구상하면서 “병원에서 가난한 사람은 늘 나쁜 대접을 받고 있지 않냐? 여기에서 만큼은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최고의 시설, 최고의 의료진을 갖추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수녀들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밤이고 공휴일이고 집요하게 연락을 취하며 아이들과 함께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도와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설립자와 뜻을 같이하는 당시 을지병원에 근무하던 이영일 외과 과장을 포함해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서울의대 출신 7명의 의사가 주축이 돼 초대 의료진으로 참여했다.
현재도 그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자원봉사 의사, 간호사, 약사, 수녀 등 7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도티기념병원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잊었다”고 말한다.
소아과 이창효 과장은 “1년쯤 지나니까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어려운 환자가 많아 손 떼지 못하고 이렇게 28년간 흘렀다”고 밝혔다.
외과 이영일 과장은 "환자들이 치료비 걱정 없으니까 더 빨리 회복하는 것 같다. 그리고 환자가 완치돼 나갈 때 가장 보람이 있다”면서 “놀라운 일은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은퇴하고 이곳에서 정형외과를 맡은 김진호 교수도 병원 설립 초기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의료 자원봉사를 해왔다.
김 교수는 처음에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수녀를 보고 '이상한 수녀님 다 보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길을 함께 가기로 한 김 교수는 걸핏하면 다치는 아이들을 ‘아버지의 손길’로 치료했다.
박카스 몇 병을 손에 쥐어주며 눈물 흘리는 환자의 애환을 지켜보며 설립자의 정신에 따라 가난한 자의 보호자로 인술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도티기념병원은 접수창구이 있지만 수납창구가 없다.
김옥순 이사장은 "이 병원이 오늘날까지 무사히 운영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9일 오후 2시 아산교육연구관 강당에서 제22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이날 고령인 도티 씨를 대신해 셋째 딸인 버지니아 도티(Virginia Doty, American International Group 변호사) 씨가 시상식에 참석한다.
아산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억원이 수여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이날 아산상 외에도 의료봉사상, 사회봉사상,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청년봉사상, 효행가족상, 다문화가정상, 특별상 총 9개 부문 수상자들을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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