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 급선회 배경
보건복지부가 대학병원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을 전문의 취득 7년 조교수로 강화한다는 개정안을 완화 내지 현안 유지로 입장을 변경했다.
지난 6월 29일 입법예고된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개정안’ 중 핵심 조항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입법예고 후 의견수렴은 요식행위로 결국 복지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지금까지 그렇게 됐다는 불신감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의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부는 10월 중 내부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자격요건 강화 왜 했나
선택진료 문제는 몇 해 전부터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해 비선택의사가 적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5월 선택진료개선 관련 TF 논의를 거쳐 올해 6월말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을 강화한 복지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대학병원의 조교수면 가능한 선택진료의사 자격을 엄격히 규제하면 미충족 조교수들이 자연스럽게 비선택의사로 편입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혀질 것이라는 이유이다.
여기에는 전임의와 전공의로 국한된 비선택진료의사의 범위가 조교수급으로 확대된다면 진료 질 향상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효과도 내재되어 있다.
6월말 입법예고된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 신구조문 대비표.
이를 반영하듯 입법예고안 개정이유를 통해 “선택진료제와 관련한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현 제도의 일부 미비점을 합리적으로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계의 논리 개발 과정
병원협회는 6월부터 입법예고를 예상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때 도출된 방안이 대학병원의 협조를 토대로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 강화시 파생될 문제점을 수치화하는 작업이다.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의 절반이 넘은 29개 병원은 설문을 통해 조교수에서 전문의 취득 7년 경과 조교수로 변경시 경영수입 감소부터 선택진료의사 인원수 변화까지 분석했다.
대학병원 설문·국민 입장 문제점 등 견고한 전략
그 결과, 선택진료 자격 의사 수는 현 4815명에서 4169명으로 13.4%가 감소하고, 자격의사 중 80% 범위에서 지정하는 선택진료 지정 의사 수도 3787명에서 3463명으로 8.6%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수입으로 환산할 경우, 현 선택진료 수입 대비 11.1%의 수입 감소가 발생하며 전체 진료수입 대비 0.9%의 감소로 이어져 전체 대학병원에서 수 백 억원의 경영손실이 예상됐다.
병원계는 더불어 국민 입장에서 파생될 문제점도 분석했다.
대학병원이 경영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병원과 지방병원의 경력의사를 대거 채용하는 현상을 초래해 중소병원의 의사 수급 불균형으로 지역 환자들의 의료 시스템이 악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마련했다.
◆복지부 병원계 의견 수용
선택진료의사 자격요건 재검토의 결정타는 중소병원 의사수급과 경영 악순환을 지적한 병협의 의견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의 취득 7년 의사를 당장 구하기 힘든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경영손실을 방관할리 없다”면서 “병협 의견서를 검토하다 보니 지역병원의 의사들이 교수로 스카우트 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경영손실을 객관적 데이터로 산출한 의견도 적잖게 작용했다.
"수익감소만 주장시 개정안 관철 방침"
이미 복지부는 입법예고를 준비하면서 수입감소로 인한 병원계의 반발을 예견했다.
하지만, 많은 대학병원들이 설문에 응하며 병원별 선택진료의사 변화와 진료수입 감소액을 구체적으로 제출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보건의료정책과측은 “단순히 병원 수익만 줄었다고 주장하면 개정안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었으나 세밀한 수치가 제시되니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통해 소비자와 병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현재로선 개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복지부 강경입장을 누그러 뜨린 데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병원계의 합리적인 결과 생산이 주효한 셈이다.
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백중앙의료원 부의료원장)은 “차상위계층과 의료급여 환자의 선택진료비를 제외시키는 방안까지 전달했다”면서 “국민을 아우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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