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클리닉을 주진료과목으로 삼고 성병환자 치료만 고수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다. 분만은 물론 산전 진찰도 하지 않는다.
조병구 원장
서울시 노원구 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 그는 성기사마귀(곤지름), 질염, 성병에 의한 골반염 등 성병질환에만 매달리고 있다.
환자 1명당 평균 상담시간은 30분, 진료에 시술까지 하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부지기수다.
그는 그 중에서도 아직 생소하지만 빈도가 높은 곤지름 치료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가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만 해도 1천여명에 달한다.
적어도 곤지름에 대해서만큼은 대학병원 산부인과의 환자 케이스가 부럽지 않다.
조 원장은 “대개 성병하면 임질, 매독을 떠올리지만 막상 그 보다는 곤지름 질환이 더 많고 그 증상이 심각해 환자들이 공포에 떨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 이후에 만족도가 더 높고, 의사로서의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산과 전문의로서의 전문성 잃고 싶지 않아 선택”
그가 다양한 산부인과 진료 중에서도 성병클리닉을 선택한 것은 다름의 이유가 있다.
병은 나타나는 증상이 피부나 신장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피부과나 비뇨기과, 간혹 내과를 찾게 되지만 막상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병에 걸리고도 알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만 보고 다른 진료과목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이 성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성병클리닉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비뉴여성의원 환자대기실
무엇보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전문성을 잃지 않고 환자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또한 한 때는 하루에도 신생아 수십명을 받아냈던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그러나 분만 건수가 급속히 줄면서 분만 이외의 보람있는 진료영역을 고민하던 차에 성병클리닉에 관심을 갖게된 것이다.
조 원장은 먼저 ‘산부인과‘ 대신 ’여성의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산부인과의 출입을 꺼리는 미혼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기존 진료의 패턴도 크게 바꿨다. 평소보다 상담시간을 더 여유 있게 잡았고, 생소한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몸의 변화를 느껴 병원을 찾은 여성 중 자신이 성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오는 경우는 드물고, 또 성병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이해시크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 문제는 일부 성병은 증상이 있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추후에 골반염이나 불임 등의 증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성병클리닉으로 개원한 지 1년째. 최근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도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교포들도 찾아올 정도다.
조 원장은 “성병클리닉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아직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성병질환, 일반진료와 다르게 접근해야 성공”
에비뉴여성의원 안내 데스크
성병클리닉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컨셉을 잘 잡은 것도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환자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병원 홈페이지 중 환자들이 질환에 대해 질문을 하는 Q&A컨텐츠를 관리하는데 하루에 2시간씩 투자한다.
성병질환이라는 특성상 환자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상담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온라인 상담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진행하는 상담을 통해 다수의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포탈사이트 상에서의 상담활동도 환자유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색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구전효과도 오프라인상에서의 구전효과 몫지 않은 효과를 낸다”며 “질환에 따라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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