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린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 상당수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중절수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산부인과학회는 여전히 ‘태아의 생명존중’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임신 3개월까지는 전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의사는 의학적 조언만 해야 한다”며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임신중절수술 허용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만 6개월 이후에는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제한하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시술의사와 다른 의사에 의한 상담과 체크리스트를 통한 철저한 검증과 숙려기간을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정현미 교수 또한 “낙태와 관련한 법은 지킬 수 있는 법이 돼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허용기준을 낮추고 완화된 법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 두영택 상임대표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사문화된 법이 아닌 지킬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산부인과학회 손영수 모자보건법 TFT위원장은 “사회경제적 사유의 허용여부에 대한 논의나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로의 확장은 철저히 배제돼야한다”며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모자의 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을 중심으로 논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법학과 교수 이인영 교수는 “오늘 토론자 상당수가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임신중절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임신 12주이내의 경우라고 할지라도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적 부분을 강조해야한다”고 말했다.
"체크리스트 도입 보완 필요해" 곳곳서 지적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가 제안한 ‘인공임신중절 수술 허용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가 화두로 떠올랐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경제학적 사유를 어떤 기준에서 문서로 나열해 점수로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성 소장은 “체크리스트 각 항목별로 매겨진 점수를 보며 어떤 기준에서 점수에 격차를 둔 것인지 궁금했다”며 “사회경제적 이유를 나열하고 점수화해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현미 교수는 “일정한 상담을 통해 작성된 체크리스트는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기계적이어서 개별사례에 대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대 기혼여성이 임신12주~24주 이내에 의학적 이유 없이 낙태를 원하는 경우 체크리스트에 의하면 합산 5점, 1항목으로 수술불가판정이 되고, 입양기관에 신청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체크리스트에 의하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이지만 실제로 이 여성은 출산을 할 경우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경제적 문제 등 개인이 갖는 낙태사유는 이처럼 복합적이어서 체크리스트로 이를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로 나섰던 김 법제이사는 “체크리스트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일 뿐 반드시 의사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다만 누가 하더라도 어떤 행태로든지 기준을 갖고 움직여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프로라이프의사회가 “어떠한 사유에 의해서도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할 수 없다”며 산부인과병의원을 고발조치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날 논의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번 토론회가 향후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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