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개원=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의사들은 경영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미 의료기관에 경영을 적극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메디칼타임즈는 2010년 새해를 맞아 최근 병원 운영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의사들의 인식에 대해 짚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망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의료경영,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중>의료 패러다임은 변화한다
<하>다른 길을 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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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회에서 경영학의 대두는 의료계에 불어 닥친 절박감이나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정책 등 급변하는 의료변화에 수동적인 의사는 무한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의료경영’이 대두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MB 정부의 의료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는 '생존'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기택 교수는 “현 정부의 큰 화두는 의료산업화로 이는 글로벌 헬스케어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환자만 성실히 보면 성공이 담보되던 과거와 달리 진료 외적인 외부환경의 융통성과 탄력성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건강보험 안정화 기조 속에 기업식 경영효율화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위기감에는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1만 병상 증설에 따른 지역 병·의원들의 연쇄도산 우려감이 증폭하고 있는 부분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경쟁력 제고 위한 경영 프로그램에 목말라"
단적으로 말하면, 단순진료에 기반한 중소 의료업은 ‘레드오션’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다보니 진료에 경영을 접목한 의료경영학에 관심이 높아지고 진료 외 지식 습득을 위한 사회성에 눈을 돌리게 된다.
서울대병원 AHP(의료경영고위과정) 이정렬 위원장(흉부외과 교수)은 “의료계 내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영 프로그램에 목말라하고 있다”면서 “경영혁신을 위한 이론적 뒷받침과 직종과 직역간 네트워크 구축이 의료기관 발전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병원경영 권위자인 연세대 보건의료학과 이해종 교수도 “의료가 치료 중심의 효과성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조직과 경영을 중시한 효율성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의료와 경영, 경영과 관리 등 생존경쟁 제고를 위한 방안이 강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많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보건행정학, 의료경영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에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유수대학에 개설된 경영대학원이나 보건의료 최고위과정에 뛰어든다고 해결방안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이해종 교수는 “대학별 경영학 강좌와 최고위과정은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할 뿐 현실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시간과 열정이라는 자기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며 “성공한 병원에는 타 업종의 모범사례까지 자신만의 철학에 입각해 소화시키는 지혜가 녹아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신의철 교수는 “과거에는 경영과 리더십을 의사의 취미생활로 겸비해왔다면 지금은 진정한 경영을 위한 심화되는 단계”라면서 “환자 손만 만져줘도 통하던 과거와 달리 욕먹지 않으면 다행인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사 중심의 단선적 사고를 탈피해 다양한 직종과 직역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부분도 의료경영학을 통해 습득하는 가치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의료경영, 도제식 교육 벗어난 합리적 결정체계 구축"
정기택 교수는 “외부에서 보는 의사에 대한 시각은 부자이고 자기이익 밖에 모르는 중노동자 집단이라는 선입관이 강하다”면서 “의료경영학의 전파를 통해 도제식 교육 중심의 순응적 태도에서 벗어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의철 교수 또한 “초보자의 경우, 한해 배워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조급한 판단 보다 전문가를 통한 많은 지식을 섭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교육의 효과는 중장기에 나타나는 점을 상기해 거시적 시각에서 가치관 정립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영학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건강관리서비스제도와 영리병원, 프리랜서 의사제 등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의료선진화의 물결 속에 수면 아래 제도들이 표면화되면서 의사들의 경영마인드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렬 위원장은 “의료계를 둘러싼 법과 정책 등이 얽혀 있어 이를 표준화할 수 있는 여건조성 차원에서 경영학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의료경영에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선행돼야 시야가 넓어지고 눈을 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기택 교수는 “의료경영은 전체 파이를 키우고 의료 생태계를 보호하는 큰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하고 “의사들이 열린 사고로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재로 발전시키는데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의료경영학은 의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코스로 단순한 손익과 세금만 따지는 문방구식 운영방식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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