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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 선거, 우편투표 수명은 끝났다

이윤성 교수
발행날짜: 2009-04-06 09:41:34

의협 선관위 이윤성 위원(서울의대 법의학 교수)

제36대 의협회장 선거는 경만호 당선자를 선출함으로써 끝났다. 의협회장의 선출 방법은 우편에 의한 직접선거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2000년대부터 시작하여 신상진, 김재정, 장동익, 주수호 회장을 선출하였다. 이제 이 방식의 수명은 끝났다.

이미 여러 사람이 지적한 바와 같이 우편투표 방식에 의한 직접투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선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발송과 회송에 모두 등기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회원들의 주소가 불명확하다. 회원들이 변한 주소를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편투표는 근본적으로 대리투표에 무방비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투표율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권자가 43,284명이었는데, 투표율은 42.2%였다. 유효투표 17,920표 가운데 33.9%인 6,081표로 경만호 후보가 당선되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수 또는 투표권자의 14%가 지지하여 의협회장을 선출하였다.

투표율은 회장 선거에 대한 회장의 관심을 반영한다. 어쩌면 회원들의 관심이 낮은 이유는 당연하다. “누가 의협회장이 되더라도 뭐 크게 달라질 것이 있나?”는 시각이 크다. 또 의사협회가 오로지 “개원의의, 개원의를 위한, 개원의에 의한” 단체라면 개원의가 아닌 직역의 무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의협회장 선거 관리에서 빠지지 않는 쟁점은 ①선거권 제한과 ②우편투표 방식이다. 누구나 의견이 있고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법을 바꾸었을 때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타당하게 예측하는 일이다.

그런데 선거권 제한을 풀어도 투표율은 높아지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선거권 제한을 없애면 투표권자는 지금보다 약 50% 많아지고, 실제로 투표하는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투표자는 늘어도 투표율은 오히려 낮아진다. 의협 회비를 내지 않던 회원은 회비를 잘 내던 회원에 비하여 의협 일에 관심이 덜하다. 3년 이상 회비를 낸 회원의 투표율이 42%라면, 회비를 내지 않던 회원의 투표율은 그보다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표소 투표로 선거방식을 바꾸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투표일 결정부터 문제다. 아마도 개원의들은 일요일 투표를 좋아하고, 봉직의나 전공의들은 평일 투표를 원한다. 투표일을 하루가 아닌 여러 날로 정하면 기표소 관리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국가도 기표소 투표는 투표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하루만 실시한다. 선거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그 과정에는 흔히 상상하지 못할 일이 생긴다. 선거를 관리하기 위하여 치밀한 기획과 훈련이 없으면 선거 후에 생기는 불상사를 감당할 수 없다. 또 기표소를 하나 설치하고 운영하려면, (기표소와 투표함은 정부에서 빌리고 장소 임대료는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거 전날에 기표소와 투표함를 운반하고 설치하고, 하루 종일 투표자 확인하고 투표용지 교부하고 투표함 관리에 적어도 4명 내지 6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투표용지를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운반하는 등의 일도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백만원의 예산이 든다. 이렇게 기표소 하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당해 기표소에는 적어도 1천명의 투표권자가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후보자들이 동원하는 입회인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리투표의 작태가 있었다. 그 때문에 5표는 아예 접수하지 않거나 접수가 취소되었고, 31표가 개표-보류 되었다가 막판에 무효로 처리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직접 사법기관에 고발하지는 않더라도 당해 회신용 봉투를 증거로써 보존한다고 결정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는 이번 선거로 그치지 않고, 부정선거의 행태는 더욱 많아지고 더욱 치밀해질 것 같다.

의협회장 선거 방법으로써 우편투표의 수명은 끝났다. 선거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굳이 직접선거를 유지하려면, 인터넷투표가 유망하다. 직접선거를 도입할 당시에도 인터넷투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에는 해킹 등의 부정개입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도 공인인증서 등의 방법으로 개인을 확인한다. 가능하다. 2007년에 대의원총회에 제안하였으나, 법정관위원회에서 거부하여 총회에 상정하지도 못 하였다. 인터넷투표를 실시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을 테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선거때마다 쓸 수 있다. 다만 3년에 한번 쓰려고 비싼 선거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아깝다. 우편투표보다 적은 비용일지라도 아깝다.

직접선거를 포기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의협 홈페이지 플라자에는 간접선거를 거론하기만 하면, 제안자를 ‘반역’이나 ‘역적’ 등의 단어로 매도한다. 과연 그럴까? 간접선거가 비용도 적게 들고 의협 일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합리적이다.

간접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간접선거란 대의원총회 선거를 의미하고, 현재 대의원들이 회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의학회가 제안한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제안에 따르면 현재 대의원 정원 250명과 회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350명을 합쳐 모두 600명이 투표하여 회장을 선출한다. 간접선거에 대의원을 제외할 수 없으니, 이른바 민의를 더 많이 반영하려면 추가하는 선거인단을 더 늘이면 된다. 요컨대 협상의 여지를 둔다면, 애초부터 거부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원들이 직접 선출한 선거인단이 350명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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