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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이 의사를 외면한 이유는?

최장락
발행날짜: 2009-01-23 12:38:36

김해시의사회 최장락 회장

회장이 지사장에게 사과를 받다.

요즘도 지인들이 집단검진에 관한 소식을 들려주곤 한다. 며칠 전 동사무소 혹은 검진버스에서 검사를 하니 몸이 어떠하더라는 이야기다. 엽서가 왔더냐고 물어보면 어김없이 그렇다고 말한다. 이전에 거기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한다. 대개 이 정도면 금방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얼마 전 한 지역에서 그런 사건이 있었다. 엽서를 보낸 사람은 공단이고 우체국 소인은 모 협회 지역이다. 정보는 공단에서 나간 개연성이 있고 그 협회에서 보냈을 수 있다. 물론 서로가 발뺌을 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시회장은 도회장에게 사실을 보고하고 처리를 부탁했다. 그러나 물증이 있기에 지사장은 회장에게 비공식으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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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근 시에서는 다른 협회가 엽서를 보내고 검진을 독점하면서 민원을 만들고, 개인정보유출을 의심하는 회원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상한 엽서를 발견했다고 하여 팩스로 보내라 하였다. 내용은 시와 도예산으로 저소득층에게 특수암 검진을 하니 동사무소 앞으로 나와 달라는 엽서였다.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시비와 도비를 합쳐서 저소득층의 암검진을 도와주는 내용이었다. 물론 상당한 세금이 투자된 사업이었는데 이것이 특이한 수익사업으로 변질되었다. 엽서에는 “일차검진 기 수검자는 오실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있다. 특수암검진만 하면 손해가 난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정작 그들이 원했던 바는 일차검진인지 아니면 시와 도에서 의뢰받은 저소득층 특수암검진이었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모든 보건사업을 특이한 방법으로 독식하려는 의도를 의심한다. 민간병원도 많은 투자를 이미 했고 모든 검진을 할 태세가 되어있다. 어느 누구도 사업에 참여하라는 공문이나 입찰공고를 보지 못했다. 전화로 조사하다 별난 사람이란 소리만 들었다. 관내기관을 소외시키는가, 우리도 사업설명회를 들을 자격이 되는데 행정이 이를 모르는가 아니면 의사회를 뭘로 취급하는가. 우린 국민의 4대의무, 우린 한 치 어긴 적 없다.

불의의 교통사고, 이동산부인과를 만들다

한 여성이 산전진찰을 받으러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지역이 작아 산부인과가 없어 인근으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에 어르신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산부인과가 없다면 산부인과를 만들어 선정을 베풀자. 그것이 나의 책무이다.” 어서 협회에 연락하고 사업과 도예산을 준비하고 일단 벌인다. 분명 사전 논의는 없었다. 작금의 산부인과선생님들 힘든 상황은 삼척동자도 안다. 출생률최저국에서, 출생률향상을 위해 국가가 여러 각도로 신경을 쓰는 나라에서 산부인과 선생님들의 기를 일시에 꺽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주민들이 소환도 하는 단체장은 주민만 섬긴다. “우리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없는 것은 산부인과의사가 모자라서 그렇다. 산모들이 힘들 것이다. 그런데 도청에서 모 협회에 지시를 내려 산부인과전문의를 탑승한 첨단버스를 의료진과 함께 보내준다고 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고 망극하다.”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하고 담당자는 스타가 되었다. 더욱이 첨단 산부인과를 지정해서 의뢰해 준다. 주변 산부인과는 어찌되던 알바 아니다. 결과는 대성공, 호응이 대단하니 사업을 확대하자. 그런데 언론도 설득이 되었지만 예상보다 의사회의 반대가 거세다. 의사회의 명분도 일리는 있다. 산부인과의사가 전공을 버리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지는 다 알지 않는가. 그러나 양보할 수 없다. 얼마나 호응이 많은데, 이렇게 많은 사업비가 들어갔는데 포기하면 나만 곤란하다. 이정도 반대야, 의사들이 그 속성이 무르니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는가.

찾아가는 암진단버스

이왕이면 의사밀도가 희박한 곳에는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 병원까지 이동시간은 한시간 이내라도 명분은 선다. 이런 명분이라면 검진버스를 보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검사를 하다 우연히 찾아낸 환자가 있어 이차검진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인데 그 지역보건소에 의뢰하여 관내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먼 本社로 모시고가서 검사를 하는 것이 좋을 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으니 관내병원에 의뢰하는 것 보다는 멀더라도 직접 모시고 가서 해결하는 것이 생색도 나고 사업도 된다. 이에 의사회는 법적고발을 결심한다.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에 문제여론이 확산되고 부모에게 자기 자식을 처벌해 줄 것을 이웃이 고발하는 지경에 온 것이다. 고발을 통해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참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모든 의료기관의 사실상 국유화되었다.

공단검진사업을 보자면 처참한 수가에도 불구, 의사들이 이런 검진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경쟁이 한계에 왔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수가나 무책임하게 발표하는 의료정책을 보면 완전한 생사여탈권을 보유하였고, 양식장의 물고기에 비유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굶기면 죽는다. 투자 없이 옭아맨 그 기술은 가히 세계적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대가만 주더라도 얼마든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데, 원만히 진행하지 못한 것은 무능함이든지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기 때문이라 의심한다. 당사자와 의논도 하지 않는 도도함은 어디서 온 것인가. 어차피 의사를 위한 목민관은 대한민국에는 영원히 없을 것이기에, 분쟁 억지력을 보유한, 수단이 목적을 뒤집지 않는, 잘 정리된 의사회를 그리며 상상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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